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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콩 줍는 산책

by 프라우지니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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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가을은 아침 안개와 함께 찾아옵니다.

 

아침에 일찍 해가 뜨고

저녁에 늦게 해가 져서

하루가 길게 느껴지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에 안내가 내리기 시작하면

해가 지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짧은 가을과 함께 겨울이 찾아오죠.

 

한동안 들판으로의 산책은

안 하고 지냈는데,

요새는 조금 많이 걸어서

피곤하다 싶은 날에도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는 건 순전히

수확의 기쁨 때문이죠.

 

노느니 염불한다고 염불 대신에

내가 한동안 하던건 독일어 공부

 

https://jinny1970.tistory.com/3846

 

나는 지금 독일어 열공중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의 독일어 실력이 현지인 수준이라 생각하겠지만.. 나의 독일어 실력은 현지인의 그것

jinny1970.tistory.com

 

 

한 두어 달은 미친듯이

하루 종일 독일어 강의표를 짜놓고

거기에 내 삶을 맞춰서 살아봤는데,

하다 보니 이것이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인터넷 강의이고,

공짜인 것은 좋은데,

가르치는 선생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강의를 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수다를 떨게 놔두고는

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문제는 각 강의 마다 나름의

레벨이 있는데,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초급 반에 와서 휘젖기도 하고,

레벨이 낮은 사람이 높은 반에 와서

버벅이는걸 듣다 보면

짜증이 올라오죠.

 

거기에 오스트리아의 지역,

문화와 음식 등이 강의내용인데

정작 선생이 외국인이라

오히려 나보다도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죠.

 

모르면 미리 공부를 해서 가르칠

준비를 하고 와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안된 경우다 많다 보니

조금씩 실망도 하게되고..

 

그렇게 조금씩 독일어 강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차에

내가 발견한 또 다른 염불”거리는

바로 추수의 기쁨.

 

콩 줍기 첫날은 한 주먹

 

집에서 들판 쪽으로 나가

30여분 걸리는 산책길에는

다양한 종류의 작물들이 자라는데,

가을인 요새 눈에 보이는 건

옥수수, 사탕무등과 더불어 콩도 있죠

 

몇 년 전만 해도 콩은 유럽에서

키우는 작물은 아니었는데,

콩으로 만든 음료와 Vegan베간(비건)

식재료로 콩이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인지 요새는 유럽의 밭에서도

콩을 많이 볼 수 있죠.

 

들판을 걸으면서 눈에 띄던 콩밭을

눈 여겨 봤었습니다.

 

유럽의 농사는 기계로 지으니

추수가 끝난 다음에도 주어올 것은

꽤 많거든요.

 

간만에 나간 산책에서 이미

추수가 끝난 콩밭을 발견했고,

몇 개의 콩깍지를 따서

걸으면서 껍질을 벗기고 나니

한 주먹의 콩이 내 손에..

 

첫날은 이렇게 만족했는데,

다음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버려지는건데

이왕이면 왕창?

 

 

 

다음날 산책길에서는

가방과 가위를 챙겨서 밭은 지나며

콩을 줄기째 잘라서 가방에

후딱 담은 후에 산책을 하면서

줄기에 붙어있던 콩깍지를

열심히 분리하기.

 

원래는 숨이 차도록 부지런히

걷거나 뛰는 산책인데,

콩 수확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느려진 나의 발걸음.

 

걷는 동안 부지런히 줄기에서

콩깍지를 떼어내면

나의 산책은 끝.

 

 

 

저녁에는 태블릿에 유튜브나

넥플릭스를 틀어 놓고는

그 앞에 앉아서 콩 터는

작업을 합니다.

 

하나하나 콩깍지를 벌려서

콩을 꺼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디고 손가락도 아프지만,

수확의 기쁨과 함께

손가락을 움직이는 운동(?)까지 하니

나름 생산적인 나의 시간.

 

가방까지 챙겨서 콩 털기를 시작하니

꽤 많은 콩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한 1kg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콩이 생각보다

수북하니 조금 더 욕심이 생깁니다.

 

 

 

우리 동네 근처에서 꽤 많은

콩밭을 본적이 있으니

자전거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봤습니다.

 

옆 동네에도 콩밭이 있었으니

거기도 추수가 끝났다면

주어올 콩들은

무궁무진 하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옆 동네는 콩 수확을

제대로 해버려서 내가 주워올만한

콩 줄기는 발견하지 못했죠.

 

옆 마을까지 갔지만

빈손으로 올 수는 없으니

우리동네 오는 길에 내가

콩을 터는 그 밭에 들리기.

 

자전거까지 옆에 세워놓고

엎드려서 콩 줄기를 잘라내는 나를

개와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희한하게 보던데,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일 하기.

 

 

추수가 끝난 밭의 언저리로 보이는 바싹 마른 콩줄기.

 

다른 동네는 밭의 언저리까지

깨끗하게 추수를 해버려서

주어올 콩이 없는데,

우리동네 콩밭 주인은

마음이 넉넉한 것인지 이렇게

밭의 언저리에 온통 콩 천지.

 

밭 언저리에 있는 콩만

매일 주어와도 10kg

족히 될것같은데,

시간상 그렇게까지

주워 오지는 못하겠고,

요즘은 부지런히 산책한다고

나서서 콩 줍기를 하고있죠.

 

저녁마다 하는 콩까기.

 

저녁마다 한 두시간 콩을

까다 보니 손가락도 아프고,

물집도 집히는 거 같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의 콩 까기.

 

열심히 주어서 깐 후에

잘 말려 놓으면 나중에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될 수 있는

식재료이니 기회가 됐을 때

열심히 수확을 해야지요.

 

밭에서 주어온

콩은 참 다양합니다.

 

바짝 마른 콩, 덜 여문 콩,

아직 연두색을 띄고있는 콩.

 

연두색 콩깍지에 들어있는

콩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일식 집에서 먹던 콩(에다마메)

바로 메주콩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풋콩이라 불리는 이 어린 녀석을

한국에 있을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살 때는 콩밭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콩의 마르기에 따라 분리 해 놓은 콩 .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콩줍기였는데 4일 동안

모아놓은 콩이 꽤 됩니다.

 

(매일 저녁 콩 까는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죠.)

 

아시아 식품점에 가면

1kg3유로 정도면 살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이지만,

내가 수확하는 콩은

중국에서 온 3유로짜리와는

차원이 다르죠.

 

밭에 가서 콩 줄기를 가위로 따고,

집으로 오는 길에

콩깍지를 줄기에서 분리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콩깍지에 들어있는 콩을

분리하는 작업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사실 내가 투자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사먹는 것이

더 저렴하다 싶지만, 그래도

내가 계속하는 이유는 재미 있어서!

 

콩 까기를 하느라 요즘은 글쓰기 등의

모든 작업은 올 스탑상태이지만,

가을만의 낭만이라 생각하고

나는 저녁마다 콩을 까고 있습니다.

 

나의 노느니 하는 염불

요즘 독일어 대신

콩 까기로 바뀌었지만,

나의 염불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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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오스트리아 들판길이

궁금하신 분을 위한 영상입니다.^^

 

https://youtu.be/61X8u59Xv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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