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4년 전에
비엔나에서 린츠까지 200km여정의
도나우/다뉴브 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꽤 소문난
자전거 도로 중에 하나가 바로
“도나우강/다뉴브강 자전거 도로”죠.
도나우 자전거 도로는
슬로바키아에서 독일까지
도나우/다뉴브 강변을 따라서
(가끔 벗어나기도 함)
이어지는 길인데, 두 나라의
중간에 있는 오스트리아를
관통해서 지나가죠.
http://jinny1970.tistory.com/3049
2박3일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고 하니
엄청 힘들 거 같지만 강을 따라
달리는 평지라 생각보다는
쉬운 편이고, 어린 아이들을
앞세워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도 많죠.
특히나10살 미만의 아이들도
자기 몫의 짐을 자신의 쪼맨한
자전거에 싣고 달려 완주 해 내는,
그야말로 아이들도 거뜬하게
해 내는 자전거 여행이죠.
도나우 자전거 여행은
“한 번 해 봤으니 됐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독일의
‘파사우’까지 완주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죠.
우측의 Bratislava에서
좌측의 Passau까지
자전거 도로는 이어집니다.
올여름 우리부부는 별다른
계획없이 집에만 짱 박혀 있었습니다.
뉴질랜드로 긴 휴가 갔다가
다시 일상에 복귀한 것이 올 4월이고,
올 10월에 또 떠날 계획이 있으니
나도 남편도 지금은 그냥
편안한 일상 속에 있는 상태.
올해는 크로아티아의
바다를 보러 가지도 않았고,
잘츠캄머굿 지역의 호수 주변을
자전거 타고 돌지도 않았고,
호수에 배를 띄우러 가지도 않았죠.
올해는 딱 한 번 트라운 강에서
보트를 한 번 탔었네요.
여름이 다가도록 아무것도
안해도 상관없었는데,
우리 부부에게 급하게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눌의 비엔나 나들이!
한국인인 마눌은 서류가 필요하면
다 한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번에 필요한 것은 “범죄경력 증명서”
한국에서야 인터넷으로
뚝딱 받을 수 있는 증명서지만,
한국 핸폰 번호가 없어서
본인 인증이 안 되는 해외교포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사관으로 가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나는
비엔나에 있는 대사관까지
직접 방문해서 신청서과 사진1매
그리고 여권을 내밀어서
본인 인증을 해야 비로서
신청서 접수가 되는 거죠.
오스트리아 국적을 바꾸는데
필요한 독일어 레벨테스트는 봤고,
결과는 8주나 지나야 나온다니
이제는 슬슬 한국에서 보내면
10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범죄경력 증명서를 신청할 시기.
근무가 없는 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가서 대사관에서
볼일을 보고, 혼자서 비엔나 시내를
오락가락 하다가 오후 늦게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올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합니다.
아니, 이 양반이 마눌이랑 기차를 타고
비엔나에 갔다가 돌아 올 때는
2박 3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올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네요.
나는 “범죄경력 증명서”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도나우 자전거여행”을
또 하게 생겼습니다.
자전거를 2박 3일이 아니라
20박 30일을 타는 건 상관없지만,
내가 못참겠는 건 뜨거운 땡볕.
팔, 다리가 타는 것까지는
그래도 양보하겠지만,
예쁘지도 않은 얼굴이 다 타서
기미 끼고, 얼룩덜룩 해지는 건
목숨 걸고 막아내고 싶죠.
이럴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검정 썬팅 제대로 된 오토바이
헬멧 쓰고 자전거 타면 안되겠니?"
전에 땡볕을 조금 덜 받을 요량으로
헬멧 안에 벙거지 모자를
쓴 적이 있었는데..
헬멧 밑으로 삐져나온
벙거지 모자는 쪼매 그랬습니다.
그냥 봐도 웃기고,
사진을 찍어 놓으니 더 웃겼죠.
그래서 벙거지 모자는 안될 거 같고..
인터넷에 보니 야구모자
사이드로 챙이 나오는 것도 있던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급한 상황에는 잔머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아낙답게 혹시나 가게 될지
모를 “도나우 자전거여행”을 대비한
“급 헬멧용 커튼”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헬멧 안에 야구모자를 쓰면
챙이 긴 앞쪽은 괜찮은데 옆쪽으로
내리쬐는 땡볕은 피하는 것이 힘들죠.
그래서 제작한 것이
바로 헬멧용 커튼.
안감이 달려있는 여름 원피스에서
떼어낸 하얀색 면 원단도 있겠다.
이걸로 뭘 만들면 될 거 같다는
생각에 하루 저녁 날을 잡아서
손바느질로 해결한 나의
손바느질 발명품.^^
내가 생각해도
나의 잔머리는 대단해요~ ㅋㅋㅋ
면 원단으로 얼굴의 양쪽으로
덧댈 2장의 커텐을 만들고,
선캡에는 구멍을 뚫어서,
헬멧에는 묶어서 줄을 만들어
커튼을 걸 수 있는 장치까지 만들었죠.
그렇게 내가 완성한 것은
헬멧용 얼굴 커튼. ㅋㅋㅋ
웃기지만 정말로 필요한
내 얼굴 보호용 장치 완성.
나는 이렇게 급하게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들었고,
남편은 2박3일간의 도나우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 마눌의 자전거용
타이어를 주문했습니다.
마눌의 자전거 타이어가 조금
낡았다 생각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
타이어를 갈아줄 모양입니다.
8월중에 마눌의 근무가 없는 날을
선택해서 며칠 가게 될 거 같고,
비엔나에 살고있는 시누이에게도
“우리에게 잠자리를 제공해다오~”
요청한 모양입니다.
언제 가게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내가 필요한 옆 얼굴용
커튼을 만들어놓은 상태라
“가면 가나보다” 정신 상태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게 되면 도나우 강변을 달리다가
햇볕이 우측에서 오면
우측 커튼을 내리고,
좌측에서 오면 좌측 커튼을 내려
내 얼굴을 보호할 생각입니다.
남편은 “얼굴 양쪽으로 커튼을
다 내리면 뒤돌아봐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 아니야?”하던데,
도나우 강은 자전거 도로이고
또 앞만 보고 달리면 되니
뒤에서 뭐가 오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고!
얼굴 커튼을 내리고 양쪽으로
뒤를 확인해보니 커튼을 내려도
다 보이니 남편의 잔소리는
“안 들려요!”하기로 했습니다.
보기에는 조금 웃기지만
그래도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
나의 얼굴가리게용 커튼이
나는 뿌듯합니다.
남들이 나를 보고 웃거나 말거나
나는 내 얼굴을 안 태우고
달리는 것이 목적이니,
내 소정의 목적은 달성되지 싶습니다.
물론 달려봐야 정말 잘 가려지는지
알게 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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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 부부의
도나우 자전거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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