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내 모든 것을 다 주고,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는
열렬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람과 결혼까지 가지는 못하죠.
10대면 보통은 중딩이나 고딩.
이 나이에 사랑을 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자아 성립도 안된 상태라
이 시기의 사랑은 풋사랑이라고 하죠.
정말로 미칠듯이 사랑을 한다고 해도
중고딩이 자립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니 결혼하는 것이 무리.
어린 나이에 첫사랑에 목숨 걸고
집 나오는 경우도 있죠.
나의 팔촌이 고3때
자기네 학교 앞에서
당구장을 하는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의 고향으로 도망을
가서는 꽤 오랫동안 집안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남자 만나서
도망간거보다 더 말이 많았던 것은
경상도 가시내가 전라도 남자를
만나서 전라도로 가버린 것!
지금은 모르겠지만,
30년도 훨씬 전에는
경상도, 전라도 커플이
참 드물고 흔하지 않는 조화였죠.
그렇게 “전라도가 도망갔다”던
그녀를 내가 다시 본건 그녀 언니의 결혼식.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그녀 언니의 결혼식에 그녀는
10살은 넘어 보이는 딸내미를
둘이나 데리고 왔었죠.
두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에
온 그녀를 보고서야 그녀가
부모님께 용서를 받았고 다시
친정에 왕래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녀는 내가 아는 유일한
10대의 (미친) 첫사랑에 눈이 멀어서
살림을 차리고 가정을 이룬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10대의 첫사랑-살림-출산-결혼”
이야기가 오스트리아에서는
참 흔한 이야기입니다.
내 주변을 보면 첫아이를 낳은
나이들이 나의 상상을 뛰어넘죠.
우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첫사랑과
평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죠.
내가 직업교육을 하면서
만났던 20대 초반의 슈테피는
10대 후반에 남자를 만나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죠.
10대 후반에 만났으니
서로가 첫사랑이었을텐데..
서로 한 눈 팔지 않고 10년 넘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슈테피만 특별한
경우 인줄 알았는데,
제 동료들을 보니 대부분은 다
첫사랑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나보다 서너살이 많은 직원은
이미 손주 5명을 둔 할머니이죠.
그녀는 몇 살에 첫 아이를 낳았길래,
50대 후반에 이미 10살짜리
큰손주가 있는 것인지
안 물어 볼 수가 없죠.
"도대체 몇 살에 아이를 낳은 거야?"
“16살에 만났으니 17살에 낳았지.
직업교육 받으면서
만났던 남자였는데,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보다 보니 정이 들더라.
그렇게 아이를 낳고 살게 됐지”
전에는 결혼을 일찍 하는 경항도
있었으니 “50대 중반인 아낙인 경우”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얼마 전에 40살 생일을 맞는 직원과
이야기 하다가 그녀의 아들
두 명이 생일선물로 준비했다는 "여행"
이야기에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엄마 생일선물로 여행을 준비했을까?”
하는 마음에 "아들이 몇 살인데?
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내 아들 25살, 23살인데?"
그녀는 지금 40살인데
아들이 25살이라니..
"넌 15살에 도대체 뭘 한거야?"
나의 이 말에 그녀가 씩 웃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아니 있기는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죠.
중학생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임신한 것이
주변사람들에게
축하 받을 일도 아니고,
(딸 인생을 생각한 그녀의
부모는 죄가 되는 줄 알면서도)
산부인과로 딸내미 손을 잡고 가겠죠.
하지만 이곳은 10대라고 해도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업인이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모양입니다.
이마도 우리와는 다른 유럽의
교육체계가 만들어낸 산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첫사랑이?)
유럽은 20~30%정도만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대학교를
가는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되고,
나머지 60~70%는 중학교를
졸업하는 15살쯤에 "견습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사회에 나옵니다.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각자의 일터에서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죠.
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에
다니고 있을 15살짜리가
실습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이것도 직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 800유로 이상의 월급을 매달 받죠.
부모들은 아이가 대학까지
진학하면서 부모의 등골을
빼는 것보다는 중학교 졸업 후에
아무 직업이나 택해서
실습을 하면서 돈벌이 하는 것을
더 권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직업교육을 마치는
18살쯤에는 집에서 독립시켜
내보낼 수 있으니 말이죠.
부모가 중졸이면 자식도
중졸이 되는 현실이죠.
물론 부모가 대졸이라면
자신의 아이들도 같은 학력 정도는
만들어 주려고 노력을 하지만,
내 자식이라도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또 자식이 할 의지가 있고,
공부할 머리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15살, 철없는 아이들이
견습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시작한 사회생활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월급을 받고,
친구를 사귀고, 연인을 사귀고!
담배도 피우고, 문신도 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사회에 너무 일찍 들어온 아이들은
자유를 만끽하죠.
그렇게 만난 인연이 사랑이 되고
어느 순간 뱃속에 아이가 자라니
함께 사는 동거를 택하고,
그 인연이 이어져서 가정을 이루고!
견습생 신분이라 작은 금액
이기는 하지만 둘다 돈을 벌고
있으니 방을 얻어서 살림을 차리고,
그렇게 철없는 10대의
첫사랑이 아이를 낳고,
집을 늘려가고, 결혼을 하고
(아님 끝까지 동거만 하던가),
삶을 이어가는 거죠.
이곳의 문화가 “첫사랑 결혼”을
이루는데 한몫 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고 살겠다는데
내 부모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아직 어린 내 자식이지만
이미 직업교육을 시작한
사회인이니 “네 팔자는 네 팔자일 뿐”
이라는 생각인것인지..
아이를 낳고 살림을 차리는 걸,
반대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모의 반응입니다.
왜?
그들 자신도 10대에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가정을
꾸리고 살아왔으니
그들의 아이가 자신들과 비슷한
삶을 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까닭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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