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준 인생의 조언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말이 점점 줄어듭니다.

 

말할 상대도 없고,

누군가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흥미 있는 화제가 아니라면 그

저 상대방의 말을 들을 뿐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아끼게 되고!

 

여행길에도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또 같이 앉아서

말을 섞지도 않습니다.

어디서나 수다스러운

남편과 대조가 되죠.

 

남편은 왜 말을 안 하냐고

따지지만, 어차피 오늘 보고는

다시 안 볼 사람들인데,

그들의 삶이나 생활에 대해서

나는 궁금한 것도 없고,

또 내 이야기도 안하게 되죠.

 

평소에는 말을 아끼던 내가

한 아가씨를 만나 땡볕 아래서

폭풍 수다를 떨었는데,

사실 수다라기 보다는 아직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는

인생의 새내기에게 해주는

그녀보다 30년 더 산

인생의 조언이었습니다.

 

 

라로통가 경찰서옆 오토바이 렌탈샾

 

쿡 제도에 있는 여러 개 섬 중에

가장 큰 라로통가에 갔을 때 일이죠.

 

라로 통가는 섬내 거리를

전부 이어도 30km정도 되는

작은 섬인데, 섬에는 한시간에

한번씩 버스가 다니고,

그외 비싼 택시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는 섬에서

스쿠터를 대여해서 타고 다니죠.

 

스쿠터의 가격도 하루에 20불

(15,000원 상당)로 저렴해서

섬 여행을 할 때 스쿠터는 필수인데,

스쿠터를 대여하려면

쿡 제도에서 발행한

면허증이 있어야 하죠.

 

예전에는 국제운전 면허증이나

뉴질랜드 운전면허증으로

임시 운전면허를 발급받아서

사용했었다고 하던데,

이제는 면허증을 따야 합니다.

 

운전면허증 관계자는 섬 내에서

관광객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많아져서 부득이 하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거라고

하지만 현지인들의 말로는

“관광객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경찰서옆에서 실기시험중은 백인청년들

 

우리도 라로통가에 도착 후

다음 날 아침,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고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경찰서에 갔었죠.

 

접수를 한 후 필기시험을 보고

나면 바로 실기시험을

볼 수 있는데, 실기를 위한

스쿠터는 경찰서 옆에 있는

렌트 샵에서 본인이 직접 빌려서

가지고 가야합니다.

 

우리가 경찰서로 들어갈 때

빌딩 옆에서 실기시험을

보는 백인 청년들이 있었는데,

실기시험은 제법 고난이도로

세워놓은 주황색의 (원뿔 모양)의

꼬깔콘을 지그재그로

운전해서 오고 있었죠.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40불.

 

나름 쿡 제도에서 챙겨가는

기념품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는 금액입니다.

 

시험보러 경찰서 안에 들어온 사람들.

 

남편을 따라 들어갔던 경찰서에서

“시험 보는 본인이 아니면 나가라”는

말에 얼떨결에 건물 내에서

쫓겨나서는 나와 같이

쫓겨난 필리핀 아가씨와

말을 하게 됐죠.

 

뉴질랜드는 필리핀 사람들이

일하러 들어올수 있게

마련한 제도 때문에 전보다도

엄청나게 많아진 필리핀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는데,

뉴질랜드에서 떨어진 섬인

라로통가에도 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있어서 궁금하던 차에

아가씨와 말을 하게 되었죠.

 

25살이라는 아가씨는

3년 계약으로 라로통가 섬의

한 리조트에 들어왔는데,

호텔 객실의 룸을 정리하는

메이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죠.

 

나는 필리핀에 살기도 했었고,

만나온 필리핀 사람들

또한 다양해서 그녀가 말하는

상황이나 조건들을

이해할 수 있었죠.

 

그녀의 친구와 내 남편이

시험을 보는 한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말은 주로 내가 했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아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줬었죠.

 

 

라로통가 공항에 착륙한 에어뉴질랜드.

 

집이 가난해서 자신은

이곳에 돈을 벌러 왔고,

직업이 없는 엄마를 위해서는

사리사리 스토어(동네 구멍가게)를

작게나마 차려줬고,

막내 동생이 아직 7살이라

자신이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에 내가 알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줬죠.

 

내가 아는 사람이 리비아에

땡볕에서 10년동안 일해서는

월급을 전부 다 집에 보냈었데,

10년후에 돌아 와 보니

자신이 보낸 월급으로는

부모를 포함한 모든 형제들이

(일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살고 있었고,

자신이 집을 짓겠다고 했던

곳에는 아직 뼈대도 올리지 못한

상태의 집이 있더래.

결국 이 친구는 다시 돈을 벌러

외국으로 나가야 했어.

집에 돈을 보내는 것은 좋지만

네 월급을 다 보내지는 마.

그리고 7살짜리 동생의 엄마가

너는 아니잖아.

네 엄마가 키워야지 왜

네가 키워? 엄마한테는

먹고 살기 위한 정도의

기반을 잡아줬으니 그 정도면

너는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을 해 준거야.

너도 네 인생을 살아야지.

너가 너네 식구를 책임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

 

 

친구의 실기시험을 녹화중인 필리피나 20대 그녀.

 

자식이 외국에서 돈 버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보내오는 돈을 착실하게

모으는 부모도 있겠지만

필리핀 같은 경우는 돈 잘 버는

1인이 대가족을 먹여 살리는

구조라 착하면 인생이

힘들어지죠. ㅠㅠ

 

그녀가 있는 곳이 필리핀이 아닌

라로통가이고 호텔에서

일을 하다보니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많죠.

 

자기 집 한 칸도 없다는

그녀에게 외국에서 일하다

국제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아낙들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내가 아는 자매는 홍콩의

가라오케 바에서 일을 했었다는데,

한명은 독일 남자를 만나서

사는데 필리핀에 자기 집 하나

지어놓고 뉴질랜드에서

캠핑장하면서 잘살고 있고,

그녀의 동생은 세계적인 보험회사

영국인CEO랑 결혼해서는

영국에도 집이 있고,

필리핀에 자기 집도 짓고,

엄마 집도 지어주고 그렇게 잘 살더라.

너도 외국에서 일하고 있으니

괜찮은 외국 남자 만나서 그들처럼

근사하게 살수 있을 꺼야.”

 

 

 

자신의 현실은 힘이 든데

“너도 잘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조금은

흥분한 듯한 그녀에게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일들도 알려줬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랑

사랑해서 결혼하면 좋겠지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전에 내가 필리핀에 살 때

우리 집에 함께 살았던

메이드가 2명 있었어.

하나는 잔머리 잘 굴리고

똘똘한 예쁜이였고,

하나는 얼굴도 딸리고 머리도

딸리는 못난이가 있었지.

예쁜이는 어느 날 우리 집 뒤에

사는 잘생긴 마약중독자랑

눈이 맞아서는 임신한 후

자기 고향인 민다나오 섬으로

남자랑 내려가 아이 낳고

거리에서 5페소 하는 꼬치를

파는 인생이 되었고,

못난이는 우리 집에서

15년 넘게 일하면서 처음에는

메이드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언니가 차린

한국식당 매니저까지 되었지.

사랑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야.

너의 인생을 사랑에 몰빵하지는 마!”

 

 

 

마지막으로 괜찮은 남자를

만났다면 조심해야하는

일들을 일러줬습니다.

 

“남자에게 너희 집의

살림살이를 까지마.

집에 돈이 필요하면 네가

따로 저금해 놨던 돈을 주더라도

네 남편에게는 말하지마.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돈

잘 버는 보험회사 CEO도

마눌이 자기집에 돈 보태 줬다고

“네가 너희 집 먹여 살리려고

너랑 결혼한 줄 아니?”하는

소리를 했다고 하니 그저

적당히 가릴 것은 가려야

나중에 남편이 너네 네 집안을

무시하지 못해!”

 

우리의 이야기는 그녀의 친구가

운전면허 실기를 마친 후에

면허증을 받아 나오고,

내 남편도 동시에 면허증을

받아 나오면서 끝이 났고,

우리는 다음에 만날 기약같은 건

하지않고 헤어졌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너무 속물근성을

가르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어릴 때부터 고생했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 잘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사는 아가씨가 앞으로

조금은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주책스러울지도 모를

아줌마의 (주어들은 이야기를 모아서)

나름의 노하우(정말?)라고

알려줬습니다.

 

나는 과연 잘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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