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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말하지 않는 것들

by 프라우지니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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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은 매번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그래서 근무에 들어 가기 전,

오늘은 어떤 직원과 근무를 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출근하기 전에

근무표를 살짝 봐서 누구와

근무를 하게 될지 볼 때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함께 근무한 직원이

나보다 더 일을 열심히 해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편하게 근무하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땡땡이

전문인 직원을 만나서 빡 세게

일하는 날도 있죠.

 

 

 

땡땡이 전문인 직원은 다른 동료들도

다 알고 있으니 그날 그 땡땡이 전문

함께 근무하게 된 직원이 안됐다는

생각에 혀를 차기도 합니다.

 

아이고, 어쩌냐?

땡땡이 전문 2명이랑 같이

근무를 하니 힘들겠네. ㅠㅠ

 

요양원 병동의 일이라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 별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날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요양원 근무죠.

 

오전 근무가 끝나면 정오경에

하게 되는 근무 회의

 

오전 간병 때 일어난 일들

위주로 중요한 것은 컴퓨터상에

기록으로 남기지만,

소소한 것들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가령 한 어르신의 오전에

병원에 진료를 가셨다면

다른 동료들에게 이런 멘트를

하기도 합니다.

 

어르신의 점심은 따로 챙겨 놨으니

나중에 오시면 데워드려라.”

 

하지만 보통 근무 회의 때는

오전 간병 중에 자신이 들어갔던 방의

어르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가령 “P부인이 피가 나도록 긁어대서

등에 상처가 여러 개다.”

 

 

 

조금 더 심하다 싶으면

그날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한번 가서 봐봐.”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요양보호사인 나보다는

전문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상처를 보면 더 알맞은 연고를

선택해줄 수 있으니 말이죠.

 

다양한 동료들과 근무를 하다보니

근무 회의를 하다 보면

매일이 새롭습니다.

 

아니 그 방에 들어갈 때부터

(떵)냄새가 진동을 하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이불에 철갑이고

왜 그 상태로 방을 걸어 다니냐고?

결국은 바닥에도 철갑에 이불보까지..”

 

자기가 하고 온 일을 이렇게

불필요한 말을 길게 늘여서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있는 일이니

어르신이 볼일을 보셨다.”하면

그 방의 상황이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데, 이걸 아주 길게

나열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내가 들어간 방의 어르신이

속이 안 좋으셔서 설사를 하셨는데,

바지에만 묻은 건 양반인 경우고,

심하면 침대보랑 이불까지

싹 갈아야 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고 나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걸 동료들에게

내가 이렇게까지 일했다.”라고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는데..

 

 

 

자신이 한일에 대해서

소소한 것까지 떠벌리는 동료도 있고,

자신과 다른 동료 직원과의 불화를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근무를 하다보면

나와 안 맞는 동료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근무하면서 유난히 자신과

안 맞는 동료에 대해서 자기 딴에는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보면 뒷담화.

 

유난히 땡땡이를 심하게 치는 직원,

30년 경력을 내세워서

새내기 직원 위에서 군림하고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직원,

뒷담화 심하게 하는 직원.

 

동료들중에는 다양한 꼴불견이 있고,

이걸 대부분은 알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죠.

 

그저 땡땡이 전문인 직원과

근무를 하게 되면

내가 똥 밟았구나는 심정으로

그날 하루를 버티면 되고,

 

대장처럼 나서서 모든 것을

다 제어하려는 직원을 만나면

너나 잘 하세요, 나는 내가

할일 찾아 가렵니다.”하고

남은 시간 어르신들이 계신 방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면 되고,

 

뒷담화 심한 직원과는 되도록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야죠.

 

 

 

사람의 심리가 누군가의

뒷담화를 듣다 보면 본의 아니게

맞장구를 치게 되는데, 나중에

네가 그렇게 말했다며?”하며

삼자 대면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죠.

 

직장내 친구가 없는 나는

근무중에 동료들이랑 거의

수다를 떨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똥 밟았구나”,

너나 잘하세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네!”가 되죠.

 

유난히 수다스러운 직원들은

어르신의 방에 들어가서

자기가 어떤 일들을 하고 나왔는지

소소한것까지 다 나열해서

동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 직원인지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죠.

 

위에서 언급한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어르신이 볼일을 보셨다.”

끝내는 문장인데,

 

수다스러운 직원은 설사를 해서

침대가 엉망이고 바지랑 온 동네 다

떵철갑이라 그걸 닦는데

겁나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냄새도 진동했다.”

 

굳이 남들이 들어서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닌데도

자신이 한일을 과시하려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 거죠.

 

어르신의 방에서 하고 온

떵잔치를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는

직원은 자신이 받아온 선물에

대해서도 자랑을 합니다.

 

 

부활절용 토끼 초코렛 .

 

내가 그 방에 들어가서 간병을

해드리고 나오려니까..

이 초콜릿을 나에게

살짝 주시는 거 있지!

 

동료들에게 하는 자랑질.

 

자신이 친절하게 일을 잘해주니

어르신이 이런 선물도 준다고 말이죠.

 

토끼 초콜릿은 부활절 즈음에

나오는 초콜릿인데,

어르신들의 자제분에게

선물 받는 초콜릿을 당신들은

안 드시니 방에 들어온 직원에게

선물을 하시는 거죠.

 

어르신들이 당신의 방에

오는 모든 직원들에게 초콜릿

선물을 하시는 건 아닙니다.

 

당신들이 생각할 때

다른 직원보다 친절한 직원에게

당신들의 성의를 표시하시는 거든요.

 

자신이 받은 초콜릿을

자랑하는 직원은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거죠.

 

나 이렇게 이쁨받는 직원이야!”

 

 

내가 한번에 받은 초콜릿들.

 

나도 어르신들의 방에 들어가서

시시때때로 이런 저런 것들을

받지만  나는 동료들에게

보이며 자랑하지 않습니다.

 

https://jinny1970.tistory.com/3649

 

내 주머니 속의 작은 선물들

한국에서도 공무원들에게 선물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듯이 오스트리아에도 그런 법이 있죠. 선물을 받으면 안된다는 직업군에 의료인들도 포함이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요양보호사도 간호

jinny1970.tistory.com

 

그저 집에 가져와도 될만한 것은

내 가방에 챙기고,

집에 가지고 오기 거시기 한 것은

사무실 안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퇴근을 하죠.

 

며칠 전 부활절 토끼 초콜릿을

받아왔다고 동료가 자랑하던

그 어르신의 방.

 

부부가 사시는데 그날 오전에는

두 분을 목욕시켜 드렸고,

내가 퇴근 할 무렵에는

그 방에 들어가서 압박스타킹을

벗겨드리고 두 분의 종아리에

로션까지 발라드리고 그 방을

나서려는데 나를 불러세우시는 할배.

 

서랍을 여시더니만

서랍 안에 있는 초콜릿을

내 손에 다 쥐어 주십니다.

 

우리는 안 먹어서..”

 

 

 

초콜릿은 요양원에서

오후 간식으로 나오는 종류들인데

안 드시고 모아 두셨나 봅니다.

 

내 손에 쥐어 주신 초콜릿 5개는

주머니에 잘 넣어 놨다가

가방 안에 잘 넣었습니다.

 

수다스러운 동료였다면

초콜릿을5개나 받았다고

자신이 일도 잘하고 친절해서

이런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을

늘어지게 했을 텐데..

 

나는 그저 받은 초콜릿을

조용히 가방에 넣는 걸로

끝냈습니다.

 

내가 친절하고 일 잘하는 건

내입으로 떠벌리는 것이 아니죠.

 

소소한 선물을 챙겨주시는 건

내가 다른 직원들보다는

더 마음 편하게 해드리니

나에게만 보여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인데 그건

동료들에게 떠벌릴 일이 아니니

나에게만 보여주신 어르신들의

마음은 조용히 챙기는 걸로..

 

내가 받아온 초콜릿들은

요즘 남편의 도시락에

하나씩 넣어주고 있습니다.

 

오후에 커피 마실 때 곁들어서

달달한 시간 되라고 말이죠.^^

 

남편은 모를 겁니다.

자신이 먹는 초콜릿이 마눌이

받아오는 어르신들의 마음이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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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요양원에서는

이렇게 근무를 합니다.

 

https://youtu.be/0a05IfN4J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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