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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시간이 필요한 일

by 프라우지니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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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30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B와 근무를 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닌데..

(신입 외국인 동료를 대하는 걸 보면

대부분의 동료들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ㅠㅠ)

 

B도 외국인은 대놓고 싫어하는 타입이라

처음에는 이런 타입의 동료를 만나면

근무하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날 그냥 쳐다만 보는데 나는 왜

스스로 가시 방석 위에 가서

앉는 것인지..  

 

날 쳐다보는 눈빛에서 경멸이 보이니

내 마음이 그렇게 불편했던 것이겠지요.

 

 

 

외국인 동료를 대놓고

싫어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B였죠.

 

도움이 필요해서 청하면..

넌 혼자서 못해?”

 

잘 모르겠는걸 물어보면

넌 그것도 몰라?”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나 혼자서도 되거든?”

 

뭐 이런 식으로 물어본 사람

무안하게 대답을 하죠.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것도,

내 옆에 있는 것도 심하게 부담스러운

동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경력 30년이니

요양원의 모든 일은 다 꿰고있고,

일도 잘하는 편이고,

덩치도 있으니 (100kg?) 다른 직원은

둘이서 해야하는 일도 혼자서 다 해치우죠.

 

일을 잘한다고 했지만,

이건 친절과는 별개입니다.

 

오후 5시 저녁식사가 끝나고

각방을 분주하게 다니면서

취침용 기저귀와 잠옷을 갈아 입혀

드리느라 분주한 가운데 적어도

20분이 넘게 걸리는 어르신 방에 들어가서

단 몇 분 만에 작업(?)을 끝내고 와서

동료들이 전부 놀랐죠.

 

 

 

이분은 잠옷을 갈아 입혀

드리는 거 외에도..

 

머리, 어깨, 무릎, 얼굴, 입가, 종아리

신체의 모든 부분에 바르는

연고와 크림이 다 다른데,

이걸 어떻게 그렇게

그 짧은 시간에 해치운 것인지..

 

짧게는 20, 보통은 30분이

필요한 방인데 단 몇 분 만에 끝냈다니

그 비결을 안 물어볼 수가 없었죠.

 

생각보다는 참 심플한 대답을 하는 그녀.

 

어깨에 연고를 바르라고

그래서 어깨 아파요?’ 했더니,

안 아프다고 하더라,

안 아픈데 연고를 왜 바르냐고?”

 

B의 이런 태도에 어르신은 더 이상 말을

안하고 B를 보내줬던 모양입니다.ㅋㅋㅋ

 

나도 처음에는 B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참 힘이 들었습니다.

 

내딴에는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는데,

눈 부라리고 쳐다보면 괜히

주눅들고, 스트레스도 받죠.

 

얼마전에는 최근 정직원이 된

우크라이나 출신 O

나에게 상담을 왔었죠.

 

근무중 B가 자꾸 시비(?)을 걸어와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 많이 운다고!

 

 

 

나는 직업교육 학교를

다닐 때 많이 울었는데,

O는 직업교육이 끝난

지금에서야 많이 우나 봅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죠.

 

O에게 내가 해준 답변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근무 들어오면 그냥 일만 해.

시간이 남는다고 같이 앉아서

수다 같은 거 떨지 말고,

일이 없으면 그냥 어르신 한 분

모시고 산책을 가던가, 다른 일을 해!

그렇게 마주치는 시간이 적으면

네가 상처 받을 일도 없잖아.

B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해도

신경쓰지마!

경력이 어찌됐건 간에 지금은

그저 같이 일하는 동료일뿐이야.

어떤 말을 들었다고 해도 머리에,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그냥 잊어버려.”

 

내가 취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회사 동료는 회사 동료일뿐

내 친구는 아니죠.

 

나는 돈을 벌 목적으로 일하러 왔지,

친구를 만나러 출근한 것은 아니니..

 

그저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죠.

 

처음에는 B와 근무하는 날은

완전 쫄은적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조금 불편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근무에 들어가서는

B와 스트레스 하나도 안받고

아주 매끄럽게 근무를 했습니다.

 

 

https://pixabay.com

 

각자가 알아서 방에 들어가고,

이미 간병이 끝낸 방은 서로에게

알려주고, 아직 간병을 끝내지

않는 방은 어디가 있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을 해나가고!

 

물론 나도 근무한 짠밥이 있으니

각방에 사시는 어르신을 알고,

그분들이 필요한 도움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오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구나.”

 

아직도 내가 그들이

인정하는 동료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함께 일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수준은 됐다는

이야기이니 말이죠.

 

물론 내가 근무를 오래 했다고

해도 아직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일을 안 하려고 슬슬 눈치를 보면서

일을 살살 피해다녔다면

여전히 같이 근무하면 짜증만 나는

꼴통에 사오정인 외국인 동료로

남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이 보이면 피하지 않고 가서

해치우니 B도 나를 같이 근무해도

불편하지 않는 직원으로 인정한 것이겠죠.

 

 

 

정직원으로 6년 정도 근무를 하니

이제는 같이 근무해도

불편한 동료는 없습니다.

 

외국인 싫어하는 동료들은

여전히 있지만, 함께 근무해도 예전처럼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은 아니죠.

 

나는 이렇게 함께 근무를 해도

특별하게 불편한 직원이 없지만,

신입 외국인 직원들을 보면

근무중에 그들이 겪는

불편함이 보입니다.

 

그들의 불편함이 보인다고해도

나름 선배격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저 바라볼뿐이죠.

 

신입 외국인 직원을 놀리는

현지인 직원들에게 그러지마

한다고 안 할 인간들도 아니고,

그들이 신입 외국인 직원을

동료로 받아들일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https://pixabay.com

 

보통 팀으로 일하니 3~ 5명이

한 팀으로 근무를 하는데,

점심 시간에 병동을 다니면서

음식 카트에 담긴 음식을

어르신께 나눠드리는데..

 

현지인 직원들은 음식을 먹여드려야

하는 어르신들한테 간다고

우루루 빠져버리고는 달랑

외국인 직원 2명만 남겨놓죠.

 

그래 놓고 나중에 하는 말!

 

나는 도대체 재가

말하는걸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리고 음식을 나누는 것도 왜

그리 매끄럽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자기네들처럼 15~ 30

일을 했다면 매끄럽게 할 수 있겠지만,

아직 1~2년차라 서툴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튀는 독일어 발음 + 일하는 행동

그 직원의 뒤통수에다 대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마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서빙하는 스타일이 다르죠.

 

그래서 누가 맞고, 누가 틀린

문제가 아닌데도 빨리 음식을

담으면 서둔다하고,

늦게 음식을 담으면

 아직도 (그것도 제대로 빠릿하게 못하는)

실습생 인줄 아나?”하죠.

 

 

 

이제 신입이라 오랜 경력의

현지인 직원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외국인 신입동료들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지 싶습니다.

 

현지인 직원들과 개인적으로도

만나고 친분을 쌓는 사이까지는

되지않는다고 해도,

함께 근무해도 서로가 불편하지

않는 시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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