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국인 실습생이
저에게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실습생이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자신과 근무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현지인 직원이 자신의 평가서를
작성했으며, 자신이 생각한 수준
이하로 써줬다는 이야기를 했죠.
평가는 4단계: 그렇다/ 그런 거 같다/
그런 거 같지 않다/ 아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서
모든 항목에 “그렇다”를 기대했는데,
현지인 직원은 항목 중 몇 개는
“그런 거 같다”에 체크를 해서
거기에 불만 표시를 했더니만..
“봐, 너는 지금 나의 비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잖아.”
그 말에 자신의 입을 닫았다는
실습생은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실습생의 마음도 알고,
실습생이 흡족할 만한 평가서를
써주지 않은 현지인 직원의 마음도 알고 있죠.
외국인 실습생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현지인 직원이 볼 때 외국인 실습생은
의사소통이 100% 완벽하지 않는
사오정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어딘가 조금은 부족한
상태라 완벽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힘들죠.
내 나라를 떠나서 살게 되면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은 저절로 생기죠.
아주 어릴 때 와서 현지어를
모국어처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 나라에 간 경우는
문법적으로는 완벽하다고 해도
발음은 티가 나게 마련이고,
못 배워서 문법을 제대로 모르는
현지인들은 문법이 완벽한
외국인의 발음이 엉성하다
외국인을 공격하기도 하죠.
외국인이지만 청소직이나 생산직이 아닌,
조금은 좋은 직업을 갖고 살면
대우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내가 만났던 외국인 의사 2명이
함께 일하는 현지인 직원들(안내직)에게
무시 당하는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에 직업이 좋다고
현지인이 우대를 해준다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았죠.
몇 달 전에 우리 병동에
환갑이 코앞인 체코 출신
간호사 L이 새로 왔습니다.
12개(인가?) 지점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연방정부의 다른 지점에서
병동책임자로 일을 했었다는 간호사, L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우리 지점의
책임자도 아닌 일반 간호사로
온 것인가 했었는데..
뒷담화 천국인 병동 내에 도는
이야기로는 L이 병동책임자로 있던
곳에서 “왕따”를 당했었다고 했죠.
병동의 책임자로 일을 하는데,
그 책임자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책임자를
“왕따”시킬까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가능한 이야기죠.
L은 키가 180cm정도 되는
거대한 간호사입니다.
체코 출신이라 발음이 조금 튀는
독일어를 구사하지만, 병동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잘 챙기는
참 친절한 간호사이기는 한데……
한가지 단점이라면……
심하게 수다스럽다는 거!
일을 하러 왔으면 일만 하면 되는데,
근무 시간임에도 친목을
도모하러 온 것인지 끊임없이
수다만 떨어대는 족속들이 있는데
L도 약간 그런 축이었죠.
물론 성실히 하기는 한데,
일하는 내내 무슨 수다를
그렇게 떨어대는 것인지!
동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괜히 안 해도
되는 말을 하게 되고,
너무 자신을 다 까 보이면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L도 사람들에게 너무 자신을
까 보인다 싶었죠.
그러다가 우리 병동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요양보호사
B와 붙었던 모양입니다.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이니
요양보호사가 간호사를 존중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말싸움이 붙으면 외국인인
간호사가 현지인 요양보호사의
말빨을 당해낼 수는 없죠.
그렇게 둘의 한판은
간호사 L의 완패로 끝이 났고,
원래도 다리가 조금 아팠던
L은 그후로 기나긴 병가에 들어갔죠.
나는 병동 내에 나와 같은
외국인 직원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우리는 외국인이기에 현지인들보다
더 성실하게 일을 해야한다”고!
나의 이 말에 새로 온 크로아티아
출신의 도우미, M은 딴지를 걸어왔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나의 말에 동의
할 수가 없다나 뭐라나?
외국인도 현지인과 똑같이
땡땡이치고, 수다 떨고, 근무를
조금이라도 덜할 수 있는 짓거리는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듯 했죠.
병동내 허드렛일을 하는 도우미는
요양보호사와는 다른 일을 하고,
또 팀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병동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니
요양보호사와는 다른 견해일 수도
있겠지만, 팀으로 일을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죠.
팀 내에는 항상 일을 어떻게 하면
덜할 수 있을까 머리를 쓰는
인간들이 보이고, 대놓고 일을
안하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541
어떤 날은 함께 근무하는 팀원들이
다 “땡땡이 전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내가 더 많이 일을
해야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처럼
땡땡이를 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뒷담화 천국인 이곳에서 외국인인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저 성실히 일하는 거죠.
얼마전에 실습생이 나의 뒷담화를
들은 듯이 나에게 말을 해왔죠.
“네가 지층에 근무하면서
하루 종일 R씨 손을 잡고 다녔잖아.
근무중에 지극정성으로
치매 노인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녀가 흐린 말끝에 누군가는
그렇게 열심히 근무를 했음에도
내 뒷담화를 하더라는 뜻이 담겨있었죠.
가뜩이나 뒷담화 천국인 병동인데,
근무마저 개판으로 하고,
땡땡이만 치려고 살살거렸다면
나를 보는 동료의 눈빛들이 살벌해지겠죠.
뒷담화 하는 중이라도
“지니가 그래도 근무는 열심히 하잖아.”가
나왔다면 나는 만족입니다.
나는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을
“열심히 하는 근무”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나의 다른 외국인 동료들도
“그래도 근무는 성실히 하는
외국인 동료”가 됐음하는 마음에
오늘도 나는 이야기 합니다.
“근무중에는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이
뒷담화 세상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방법이며 함께 근무하는
현지인 동료에게 환영 받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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