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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빡셌던 요양원 근무, 2시간

by 프라우지니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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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요양원들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제각각입니다.

 

다른 요양원은 8시간 근무로

3교대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 요양원은 하루 10시간 근무로

2교대 체제입니다.

 

아침 (7/ 730/8/9)

출근에서 점심시간 포함 11시간 후인

저녁에 퇴근하는 낮 근무가 있고,

저녁 (8)에 출근해서 아침 (7)

퇴근하는 밤(철야)근무가 있죠.

 

다른 요양원 같은 경우는

철야근무도 꼭 해야 한다고 하던데,

다행히도 우리 요양원은

원하는 사람만 철야근무를 합니다.

 

 

https://pixabay.com

 

철야근무를 하면 30유로 정도

추가 수당이 붙는다고 하지만,

혼자서 밤을 새면서 50~60여명의

사람들을 책임진다는 것도 부담이 되고!

 

혹시나 낙상을 했거나 요양원을

탈출(?) 하신 분이 계시면 경찰서나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일들도 있고,

사망자가 생겼다면 철야근무를 하는

의사를 호출해서 사망확인서까지

떼는 일이 근무중 있을 수 있어

저는 피하고 싶은 철야 근무죠.

 

낮 근무라고 해도 조금은 늦은 9시에

출근해서 철야근무자가 오는 20시까지

근무를 한 후에 철야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을 하는 날.

 

출근을 해보니 나와 팀을 이룬 2명의

동료는 오후 6시 퇴근하는 근무여서

동료들이 퇴근한 6시부터

철야근무자가 오는 8시까지는

나 혼자서 근무를 해야하니

동료들이 있을 때 가능한 많은 분들을

침대로 모시기.

 

 

https://pixabay.com

 

병동의 여왕님인 N부인에게 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N부인, 오늘은 다른 직원들이

6시에 퇴근을 하거든.

 6시가 넘으면 나 혼자뿐이라

네가 호출을 해도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저녁 먹고 바로 침대로 가면

아직 다른 동료들이 있을 때니

내가 와서 침대로 모실께.”

 

이렇게 부탁까지 했는데,

꼭 이런 날 N부인은 더 늦장을 부리죠.

 

직원들끼리는 ‘N부인이 빨리 침대로

가기를 원하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는데,

간만의 1층 근무라

제가 깜빡 했었습니다. ㅠㅠ

 

달랑 2시간 혼자 있는 건 별일이

아니지만, N부인 방에 들어가서

20분 넘게  시간을 보내면

다른 곳에서 호출을 해도 갈수가 없으니

가능한 그런 일을 방지하려고

했었는데 실패로 돌아갔네요. ㅠㅠ

 

동료들이 퇴근한 저녁 6시부터는

아직 잠자리 준비가 안되신

분들 잠자리 봐 드리고,

저녁 7시에는 잠자기 전에

약을 드시는 분들에게 약을 나눠드리고,

8시까지 있다가 퇴근하면 되는데

 

 

https://pixabay.com

 

이 두시간이 이렇게 빡셀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ㅠㅠ

 

호출이 하나, 둘도 아니고 한 번에

4개가 울리니 정말 환장할 뻔 했습니다.

 

빨리 끝날 수 있는 일이면

빨리하고 다른 방으로 가면 되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면

내가 일하는 방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호출 소리를 들어야 하죠.

 

N부인이 침대로 가겠다고

한 시간은 저녁 7 10분전.

 

N부인을 침대로 모시고 가서

왼쪽, 오른쪽 종아리에 각각

다른 로션과 연고를 발라드리고,

밤새 마실 물도 떠다 드리고,

이불도 덮어드리고, N부인이

해 달라는 세세한 요구를 다 들어 주려니

짜증이 마구 올라와서 한마디 했죠.

 

“N부인,

내가 그래서 부탁을 했었잖아.

다른 동료들이 퇴근 전에는

나도 여유가 있으니 네가 해

달라는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안돼.

내가 이 방에 있는 동안 다른

3군데의 방에서 호출을 하고 있잖아.”

 

나의 짜증에 N부인도

할말은 없는지 조용~~.

 

 

 

N부인의 방을 나와서는

호출 벨이 울리는 다른 방에 가보니

반신불수인 I씨가 소변기를 갖다 달라는 요청.

 

I씨가 휠체어에서 일어나시게

도와드린 후에 바지를 내려드리고,

소변기를 드린 후에,

방에서 나와 있다가 다시 호출벨이

울리면 방에 들어가 바지를 올려드리고

소변기는 화장실로 가지고 가서

버리고 헹궈 놓고 나오기.

 

이렇게 호출벨 두 군데가

해결 됐나 했는데,

N부인이 다시 호출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호출벨이 울리는

두 군데가 남아있으니 그 곳 먼저.

 

나머지 호출벨 2개는 지층.

 

630분에 퇴근하는 지층 근무자가

어르신들의 잠자리까지 다 봐드리고

퇴근하는 것이 정상인데,

오늘의 지층근무자는

뺀질거리는 청년 D.

 

지층 근무자가 해야할 일을

안하고 퇴근을 해버리니,

나중에 호출벨을 눌러 대시는 지층 어르신들.

 

저녁 식사 후에 취침용

기저귀를 한번 갈아드려야 했는데,

그걸 안하고 퇴근을 해버리니

기저귀가 다 젖어서 바지까지

젖어버린 상태.

 

 

 

I부인은 점심 근무때도

내가 젖은 바지를 갈아드렸는데,

저녁에 또 다시.

 

오늘 지층 근무자, D

뺀질이라는 별명답게 근무시간 내내

뺀질거리면서 어르신들 기저귀도

제때에 갈아드리지 않은 거죠.

 

오늘 내가 갈아드린 I부인의

젖은 바지가 두개였으니 말이죠.

 

I부인이 방에서 나와 또다른 호출 방에

가보니 N씨가 침대에 가는데

팬티형 기저귀 안에 추가로 기저귀가

들어있지 않으니 넣어달라고 요구.

 

내가 지층 근무를 하면 퇴근 전에

모든 방을 한 번씩 돌아보고,

취침용 기저귀가 필요하신 분들은

갈아드리고, 각방에 계신 분들께

필요한 것이 있으시냐?” 확인한 후에

이제 퇴근한다, 잘 주무시라

인사까지 하고 퇴근 하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하면

지층 근무자 퇴근 후에도

지층에서 호출벨이 울릴 일이 없는데,

뺀질거리며 해야할 일을 안하고

그냥 퇴근해버리니 남은 직원이

미뤄놨던 일들을 해야하는 거죠.

 

D에게는 주의를 줄까 하다가

그냥 말을 안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일을 했다면

다른 직원들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죠.

 

9시에 출근을 하는

늦은 근무는 내가 좋아하는

근무중에 하나였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퇴근한 6시부터

철야근무자에게 근무인계를 하는

745분까지 나 혼자 남아

한적한 병동을 오가면서 약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약도 갖다 드리고,

호출을 하시는 분들의 방에 가서

도움도 드리는 시간을 즐겼었는데..

 

이것도 그날의 근무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호출벨 두 개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호출벨 3~4개가

한꺼번에 울리기 시작하니

각방을 찾아다니면서 호출벨 끄러

다니느라 바빴던 나의 두시간.

 

시간이 있었으면

호출을 하신 분들의 방에 가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을텐데,

호출벨을 끄는 것이 급선무라

우선 필요하시다는 도움만 드리는데

급급했었죠.

 

전에는 늦은 근무를 좋아했었는데,

나 혼자 남은 2시간이 얼마나

빡셀 수 있는지 이번에 알고나니

앞으로 늦은 근무가 걸리면

조금 쫄지 싶습니다.

 

 

알려드립니다.

오늘의 글에 나오는 N부인은

얼마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도움이 필요없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계시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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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글에 나오는 늦은 근무,

동료들이 퇴근한 다음에 혼자 보내는 시간입니다.

 

https://youtu.be/M68B1VS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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