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고령의 연세이시라 “밤사이 안녕”
하시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죠.
내가 떠나 있었던 5개월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요양원 어르신들께는 절대 짧지 않은
시간임이 분명하죠.
다시 근무에 들어오면
(돌아가시고)
안 계신 분들이 몇 분
계실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분이 안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요양원 벽에 돌아가신 분들의
사진을 붙여놓는 코너가 있는데,
그 사진 속에 아직 80도 되지않은
우리 병동의 여왕님, N이 계십니다.
몸이 심하게 무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편이었고,
편마비가 있으셨지만 한 발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한 손으로 식사도 잘하셨고,
무엇보다도 100살까지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던 분이셨죠.
https://jinny1970.tistory.com/3465
살겠다는 열망 하나는 정말 100살을
살고도 남을 정도로 강했는데,
역시 삶은 열망 하나로 살아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 건강하신 분이 돌아가신거냐?”고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놀랐다는
말로 입을 떼었습니다.
“우리도 너무 놀랐잖아.
저녁에 얼굴보고 퇴근했는데,
다음 날 출근했는데 돌아가셨다는 거야.”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려
밥도 혼자서 못 먹을 정도라
저녁에 아들이 와서 엄마가
저녁 먹는걸 도와줬는데,
아들이 먹여주는 저녁을 드신 후
그날 저녁 9시경에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합니다.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셨던 분이시라,
당신이 죽는 순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그날 근무를 했던 동료에게 물어보니
N부인은 아들이 먹여주는 저녁을 먹고
아주 편안하게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N부인은 날 예뻐해주시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노여워하시지
않으셔서 나에게는 친구 같고,
대하기 편안한 분이셔서
이번에 가져온 선물 중 하나를 N부인께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셨다니..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셨다니 다행이지 싶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하늘로
가신 분이 요양원에만 계신 건
아니었습니다.
5달만에 돌아와보니 우리 집
옆옆집에 공사중입니다.
처음에는 지붕을 바꾸나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집이 더 허물어지고
있는걸 보니 새집을 지을 모양입니다.
저 집에는 연세가 엄청 많으신
할배가 사셨는데..
정원에는 잔디를 깎는 로보트가
하루 종일 마당을 돌아다니고,
날씨가 좋을 때는 할배가 마당에서
뭔가를 하시며 소일을 하셨었죠.
분명히 5개월 전에는 마당에 계신
할배를 뵙고 “안녕하세요.”했었는데,
우리가 이곳에 없던 사이에
그 분은 돌아가시고 집도 팔려서
새 주인이 집을 짓는 모양입니다.
우리 요양원에서는 올해도 변함없이
요양원 어르신들의 소소한 구경거리를
위해서 요양원 입구에
“부활절 시장”을 열었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만든 여러가지
다양한 물건과 직접 구운
다양한 케익들도 팔고 있었지만,
부활절 시장을 구경 오는
어르신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력이 없어서 못 나오신 분들도 계시고,
물건을 살 돈이 없어서
안 나오신 분들도 계시죠.
나에게는 짧다면 짧은 5개월이었는데,
내가 없던 사이에 어떤 분은 돌아가시고,
어떤 분은 더 기력이 잃어가면서
이 세상의 소풍길을 마무리하고
계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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