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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뉴질랜드 생활 2023

캠핑장 주방의 동양인 아낙 세 사람

by 프라우지니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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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남편, 아시아인 부인.

 

이것이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우리 부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같은 백인이라고 해도

내 남편은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나는 아시아 국가중에서도 한국사람이니

우리는 오스트리아인 남편,

한국인 아내 커플이지만!

 

우리의 출신 국가를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 우리는

백인 남편, 아시아인 아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 부부같이

백인 남편/아시아인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아시아인 아내의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하다면

동남아 출신이란 걸 금방 알게 되지만,

동남아 출신이라고 해도

중국계이거나 일본, 중국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비슷하게 생겨서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여행중 나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동양인 아내를 만나면 예전에는

일부러 그 사람에게 가서

어디 출신인지?” 혹시 한국 사람인지?”

묻기도 했었는데..

 

내 성격이 변한 것인지,

어차피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와 비슷한 외모의

아낙을 만나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지 않죠.

 

오히려 내 남편이 대화를 하다가

내 아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거나,

상대방이 내 아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대화를 한 경우도 있네요.

 

! 달라진 것이 또 있네요.

 

사람들이 우리 부부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면

예전에는 남편은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친절하게

답변을 했지만, 요즘은 그냥 오스트리아

 

외모로 따지자면 나는 아시아 사람이지만,

사는 곳이 오스트리아이고,

우리가 온 곳도 그곳이니 오스트리아

대답을 하고, 추가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올 때만

한국이라고 대답을 하죠.

 

 

큐리오 베이 캠핑장 주방풍경.

 

그렇게 백인 남편, 아시아인 아내인

우리 커플이 Curio Bay큐리오 베이

캠핑장에서 우리와 같은 백인 남편

, 아시아인 아내 부부를 두 팀이나 만났습니다.

 

두 커플을 자주 만나게 되는 곳이

캠핑장에 있는 주방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 부부들을 관찰하게 됐죠.

 

우리부부는 무자식이지만,

다른 두 커플은 열댓 살의

아이 둘씩을 가진 부부인데,

나를 제외한 두 동양인 아낙은 하루 세끼,

가족들 끼니를 챙기느라 주방에서

동분서주 합니다.

 

두 동양인 아낙은 키위(뉴질랜드 남편)

둔 아낙으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서

둘이서 대화를 하기는 하던데,

둘이서 영어로 대화를 하는걸 봐서는

같은 나라 출신은 다른 거 같고..

 

백인 부부 같은 경우는 부부가 함께

요리를 하거나, 부인이 요리를 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인데,

 

이 동양인 아낙들만 매끼니 직접

요리를 하고, 식사가 끝난 후에도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니,

동양인 아낙들의 키위 남편들만

주방에서는 손하나 까닭 안하고

있다가 마눌이 음식을 해서 바치면 먹고,

다 먹고 난 후에도 마눌이 설거지 하는

동안 앉아서 또 놀고있죠.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동양인인 내 눈에는 조금 거슬렀습니다.

 

마치 동양인 부인은 모든 것을

다해주는 그 가정의 집사같이 보였죠.

 

그러다가 두 백인 남편, 아시아인 아내

커플 중 한 커플과 이야기를 하게 됐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온

키위 남편이 자기 아내는

일본 사람이라고 말했고,

남편들이 서로 대화를 시작했으니

마눌들도 그 옆에 있다가

이야기를 하게 됐죠.

 

우리의 첫 대화가 그거였네요.

 

여자들이 수다스럽다고 하는데,

사실 남자들이 더 수다스럽죠?”

 

일본인 아낙의 키위 남편도

내 남편만큼이나 수다스러워서,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해놓고

수다 떨다가 2시간이 지난 후에

오는 경우도 많다며 나의 말에 긍정을

해왔습니다.

 

이왕에 말은 튼 김에 물어봤습니다.

 

주방에서 보면 매끼니 직접 준비하시던데,

남편 분이 요리를 못하시나봐요?”

 

내 말에 살짝 웃더니 아낙이 대답을 합니다.

 

뭘 잘하지도 못하고,

설거지를 시켜도 주변을 지저분하게 해서

내가 그냥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하는 것이 속이 더 편하니!”

 

잘 못해도 자꾸 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 습관이 되는 것인데,

아예 하지마해 버리니 남편을

잘못 길들인 경우라고 해야하는 것인지..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해도 밖에 나오면

하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키위 남편들은 사람들에게

나는 동양인 아내가 있어서 손하나

까닭 안한다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주변에 장을 볼만한 마을이 없어서

빵을 사지 못한 남편.

 

빵이 없으면 마눌이 아침으로 먹는

통밀 뮤슬리를 먹어도 되는데

통밀가루도 있겠다 직접 빵을 만들던 날.

 

보통의 캠핑장은 주방에 오븐이 있는데,

큐리오베이 캠핑장에는 오븐이 없어서

남편은 빵 반죽을 프라이팬에 구워야 했죠.

 

남들은 저녁을 하는 시간에

남편이 프라이팬에 빵을 굽고,

나는 주방에 놓인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다가 남편이

구워진 빵을 맛보라고 나에게 갖다 주니

주방에 있던 한 꼬맹이가 묘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죠.

 

다른 두 동양인 아낙들은

음식을 하느라 부산한데,

한 동양인 아낙은 한가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가 백인 남편이

맛보라고 갖다준  빵을 먹는 것이

대조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저녁을 하러 양손에 가득 들고 캠핑장 주방으로 가는 일본인 아낙 .

 

키위 남편, 일본인 아내 가족이

캠핑하는 곳이 우리가 머무는 곳 근처라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곁을 지나쳐갔는데,

일본인 아낙은 하루 종일 엄청

바쁘게 하루를 보냈죠.

 

일본인 아낙은 매끼니때마다

요리를 할 재료가 들어있는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주방으로 가지고 다녀야 했고,

매끼니 요리와 설거지 외에

아이들이 해변에서 수영을 하면

거기에 따라다니느라 자신만의

시간이 없는듯 했죠.

 

휴가라고 왔는데, 아빠와 아이들은

편안하게 제대로 휴가를 즐기는듯

보였지만, 엄마는 하루 세끼에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일상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는 듯했죠.

 

그 곳을 떠나던 날, 잠시

일본인 아낙을 마주쳤습니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아서

땡볕에 양쪽 뺨에 벌겋게 익은 얼굴로

날보고 웃어주는 친절한 일본인 아낙.

 

같은 국제결혼이라고 해도

나와는 다르게 아이들도 있어서 챙겨야 했고,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나처럼

비행기를 타고 온 해외여행이 아니라,

자동차에 다 때려 싣고 달려온 국내 여행이고,

 

아이들의 위한 여행이라 엄마가

헌신하는 모습 일수도 있었지만,

같은 동양인 아낙으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백인들에게

동양인 아내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까봐 살짝 걱정도 됐죠.

 

주방에서 손하나 까닭 안하는

키위 남편을 본 사람들은

동양인 아내를 얻으면 저렇게 아

무것도 안해도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구나할까봐 말이죠.

 

그래서 빵을 굽는 내 남편을,

파스타를 요리하는 내 남편을

나는 돕지 않았습니다.

 

물론 남편이 나에게 도와달라

부탁을 해 오지도 않았고,

남편이 요리를 끝낸 후에 설거지를

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네요.

 

집에서야 어떤 모습으로 살던지

남에게 보이지 않으니 상관이 없지만,

밖에 나와서 부부가 동등하게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남들의 눈에

건강하게 보이는 가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타인의 가정을 관찰하면서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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