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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시아버지의 암울한 내일

by 프라우지니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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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기전 일상이야기입니다.)

 

제 시아버지는 심하게 다혈질이십니다.

 

상대방의 생각이 당신과 다를 경우

거의 역정을 내시듯이 말씀을 하셔서

상대방을 심하게 불편하게 하시는

재주가 뛰어나시죠.

 

아픈데 많으신 시어머니가

 진통제로 해결이 안될 통증일 경우는

가정의한테 가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맞으셔야 하죠.

 

 

디스크 수술을 하셨던 시어머니가

자주 느끼시는 건 허리통증.

 

아들 내외도, 딸내미도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께

하는 말은 항상 같습니다.

 

걸어라.”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서

TV만 보시니 허리통증이

더하면 더했지 나아질리는 없죠.

 

 

몇년전 크리스마스 가족사진. 시누이,시어머니,나, 남편, 시아버지

 

허리가 아프면 걸으라고 하니

무릎이 아파서 못 걷는다.”

하시는 시어머니.

 

무릎도 실내자전거로

근육강화를 시켜야 통증이 덜하실 텐데..

 

그저 소파에 앉아서 TV만 보시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픈 나날의 연속이죠.

 

통증 주사를 맞고 오신

시어머니는 집안에 계시고,

장보러 나오다가 마당에서

시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시아버지가 말씀을 시작하시면

기본이 30분이라 가능하면

말을 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오늘따라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는지 며느리를 보낼

의지가 없으신 시아버지.

 

또 허리가 아파서 통증 주사를

맞으셨다는 시어머니 이야기에

걸으셔야 한다.”하니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말을 받아 치십니다.

 

너도 늙어봐라.

니가 말하는 것처럼 되나.”

 

아들 내외와 딸내미가 시어머니께

드리는 말씀은 한결같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걸어라.”,

무릎이 아프면 자전거를 타라.”

 

 

크로아티아 해변의 석양

 

시아버지는 이 말을 들으실 때마다

우리에게 역정을 내시죠.

 

너희도 늙어봐라.”

내지는

아픈데 걸어지냐?”

 

온 가족이 합심을 해서

시어머니가 주기적으로 산책을 하시고

자전거를 타실 수 있게 이끌어야 하는데,

시아버지는 마치 자식의 공격을 받은

시어머니의 방패막이 되신 듯 하죠.

 

그래서 시어머니의 통증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엇갈립니다.

 

자전거를 끌고 문밖으로

며느리가 무사히 나왔는데,

시아버지가 문까지 따라오셔서는

며느리를 붙잡고 이번에는

다른 화제의 말씀을 하십니다.

 

네 막내 시고모부 파킨슨병이잖냐.

이제는 걷지 못해서 휠체어에 앉았는데,

파킨슨 약을 안 먹고 있단다.”

 

파킨슨병 약을 먹어야 증상들이

조금 더디게 올 텐데..

빨리 죽고있어서 약을 안 드는 것인지..

그렇다고 빨리 죽는 건 아닐 텐데..

(내 생각에)

 

우리 요양원에도 파킨슨병이

깊어져 치매를 앓으시다가

80대 중반에 돌아가신 분이 계셨죠.

 

 

노년을 지는 석양에 비교하기도 하죠.

 

시고모부는 아직 60대이시니

파킨슨성 치매라고 해도

80대까지 사실수 있습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치매의 단계가 있고,

마지막 단계인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의 숨이라는 것이

금방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결론은

사람은 자신의 명대로 살다간다

 

시고모부 이야기가 끝나나

했더니만 이번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십니다.

 

나랑같이 전립선 암을 앓았던 사람이

이번에는 대장암 수술을 했는데..

오래 못 살거 같더라.

 

나는 어딘가 전이가

되면 수술은 안할란다.”

 

시아버지 나이 올해 74.

 

시아버지는 전립선 암 수술 후에

사는 삶이 당신에게는 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그래서 덤으로 사는 삶

이것으로 만족한다 하셨죠.

 

아빠, 그래도 혹시 아프신 데가

있으시면 병원에 가시고

수술도 받으셔야죠.”

 

 

 

나의 말에 시아버지는 당신의

지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수술 받고

5층에서 뛰어내렸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절망하시고

투신자살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시아버지가 생각하시는 당신의 내일도

위의 두 분과 다를 것이 없다고

암시를 하시는 것인지……

 

아빠,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중에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신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다들 긍정적으로 살고 계세요.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거든요.”

 

시아버지는 요양원이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고 하셨고

당신은 그곳은 절대 가시지

않을거라 하셨습니다.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

죽고 싶다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우울의 도가니탕에 빠져 계시지만,

죽지 못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67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요양보호사”도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요양보호사도 간병이 필요한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인이거든요. 서비스 직종에서는

jinny1970.tistory.com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 있던 간에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봐야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것이 저의 생각이죠.

 

그래서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에게도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시라합니다.

 

집에 혼자 사신다고 생각해보세요.

바닥에 넘어졌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

하루 종일 바닥에 넘어지신 채로 계셔야 해요.

(심할 경우 이렇게 며칠 지나

홀로 고독사를 하실수도 있죠. ㅠㅠ)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오는 직원이

있는 요양원에서 사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요.”

 

나는 지금까지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세뇌를 시켰었는데,

시아버지 같은 분들께는

통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시아버지는 내가 지금까지 들은 적 없는

시할머니 이야기를 하셨죠.

 

https://jinny1970.tistory.com/1013

 

시 할머니의 무덤

제 남편의 특징은.. 본인의 “안 좋은 추억”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잊고 싶은 일에 대해서 말하게 되면 또 생각이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되니 아예 그 일에 대해서는

jinny1970.tistory.com

 

 

내가 아는 시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암을 앓으셨고 요양원에 가셔서

3달후에 돌아가셨다였는데..

 

요양원에 가시기 전에

집에서 이미 1년 정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셔서 가벼운 보조를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시할머니는 같은 마당을 사용하는

아들에게 1년넘게 도움을 받으시면서도

요양원에 들어가실 때까지

당신의 마당에 아들이 직접 지은

건물의  소유권까지 당신이

가지고 계셨던 것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안가는 시 조부모님이십니다.

 

그런 조부모이니

시부모님이 인색한 것도,

내 남편이 조금은 차갑고

냉정한 성격인 것이 이해가 되죠.

 

! 시할머니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시아버지의 생각에

늙어서 요양원 생활

없는듯 했습니다.

 

시아버지는 평생을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셨습니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루를 잘 살았다.”

생각하시는 인간형이시죠.

 

 

 

15살에 페인트공 견습생으로

직업의 세계에 뛰어들어

20살에 마이스터 시험을 본 후에

자기 사업을 시작하셨고,

건강상의 이유로 환갑이 되기 전에

사업을 정리하신 후에도

시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마당에서 다양한 야채들을 돌보시고,

시간이 나면 자전거를 타고

두어 시간 라이딩을 하시는 삶을 사십니다.

 

그렇게 하루를 부지런히 사시던 분이

몇 년 전 암 수술을 하시고

집안에만 계실 때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하셨습니다.

 

부지런히 일 몸을 움직이시던 분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평생을 부지런하게 사셨다고 해도

나이가 들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겪어야 하는 일인데

시아버지는 그럴 의지를

보이시지 않으십니다.

 

너무도 비관적으로 내일을 보시는

시아버지가 걱정이 됩니다.

 

우리의 삶이 이젠 그만 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아직 그걸 모르시는 것인지..

 

 

 

 

- 원래 이렇게 다정하신 분이 아니신데..

요즘 시아버지는 자주

여행중인 저희 부부에게

인터넷 전화를 하십니다.

날씨가 추워졌다는 소소한 소식부터

주무시고 계신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시고,

우리부부의 모습도 화상으로

보여달라 하시죠.

잠시 떠나있는 아들내외의 빈자리가

많이 허전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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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포스팅이

될거 같은데 조금 우울한가요?

 

우리가 생각하는 노년은 당신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노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걸 시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알게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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