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살아오면서 초중고를 지나
대학, 대학원을 나올 때까지는
공부 외에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대학을 졸업 한후로는 직장을 다니느라
다른 것에 한눈 팔 시간이 없었나?
남자들도 친구끼리 패션이나
여러가지 정보들을 나눌텐데..
나이 오십이 넘도록 모르는 것 투성에,
새로운 것을 접하면 사용할 생각보다는
배척하고 보는 타입이죠.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에게
고급스러운 면도기에 면도젤을
선물로 줬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면도할때
1회용 면도기에 비누를 사용 했었죠.
그렇게 마눌에게 선물 받은 면도젤에
고급 면도기를 사용해보더니만,
지금까지 자기가 사용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는지,
그 다음부터 남편은 면도젤을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눌이 면도젤을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남편은 허리 꼬부라질 때까지
아마 비누를 거품 내서 면도를 했지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도 서로
여러가지 정보를 나누고 하던데..
남편은 동료들이랑 만나도
면도 이야기는 안하고 살았던 것인지..
유행도 모르는 남편이 어느 날 한국에서
언니가 보내준 마눌의 속옷 중
특정 디자인을 보더니 하는 말!
“할매 속옷”
패션이 복고로 돌아가는지 브라가
조금 넓어지고, 레이스도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할매용”은 절대 아닌데 왜 남편은
자꾸 할매옷이라고 하는 것인지..
시어머니 속옷을 봐도 레이스는 하나도 없는
하얀색 스포츠 브라 형식이던데..
남편은 어디서 이런 스타일의
할매 속옷을 봤던고?
남편이 어릴 때 레이스 주렁거리는
할매의 속옷을 본적이 있나? 싶었습니다.
남편의 성격상 마눌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절대 믿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믿고,
판단하는 스타일이죠.
남편은 끝까지 “할매 속옷”이라
우겼던 나의 “최신 유행”속옷.
우리동네 쇼핑몰에 들어가는 회전문 안에
전시가 되어있는 속옷 가게의 디스플레이.
남녀노소가 드나드는 쇼핑몰의 출입문에
이런 속옷 전시는 쪼매 거시기 하지만,
잘 보이는 곳에 전시를 해놔야
잘 팔릴 테니 홍보용으로는 딱 인 장소.
남편과 쇼핑몰에 들어가면서
전시되어있는 이 속옷을 보고는
얼른 남편에게 한마디를 했었죠.
“남편, 봤지?
요새는 이런 레이스가 넓은 속옷이 트랜드야.”
남편이 좋아하는 “증거”를 쇼핑몰에서
봤지만, 남편이 수긍을 하지 않습니다.
남편의 생각에는 오직 “비키니”만 젊은 여자용이고,
이렇게 레이스가 늘어지는 속옷은
나이든 여자들이나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할매 속옷이라고 우기는
속옷을 저는 요새도 자주 입습니다.
볼 때마다 남편은 “할매 속옷”이라고
궁시렁 대시는데 저도 지지않고 한마디 하죠.
“당신 마누라, 이제 할매 나이거든?
내 동료들 다 손주가 대여섯이야!”
일찌감치 연애하고 십대에 아이를 낳고
살아온 오스트리아 아낙들중에는
40대에 이미 손주를 본 경우가 있으니
50대면 정말 할매가 되죠.
유행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남편이 어떻게 내 패션을 부르든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단지, 우물 안의 개구리인
내 남편의 시각을 한번에 넓힐 기회가
언제쯤 올지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죠.
그 시기를 기다리나마나..
남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믿는 성격이라, 정말로 우물 밖에
나간다고 해도 두 눈을 꼭 감고
볼 생각을 안하거나, 자신의 시각을
“우물 속”으로 맞춰 놓는다면
앞으로도 쭉 남편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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