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하루는 계절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여름에는 하루가 아주 길어지지만,
겨울에는 반나절같이 짧은 하루죠.
여름에는 저녁 10시가 넘어도
아직 초저녁같이 환해서 자정이 넘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잠을 늦게 자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오후 4시만 되도
깜깜해서 저녁시간이 많아지죠.
한여름인 요즘은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할 때 이미 뜬 해 때문에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장착하고 자전거를 타고,
늦은 출근을 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하는 날에도 해 때문에
선글라스는 필수.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인 6월이 지났지만,
유럽의 여름날은 여전히 긴 상태.
낮에는 해가 뜨거워서 집안에 숨어있는
내가 산책을 가는 시간이 해가 지는 시간.
얼마전에는 저녁 9시가 넘어서
산책을 나섰지만, 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지금 산책을 나서는 시간은 저녁 8시 30분.
뜨거웠던 해가 지고 있어
해가 낮처럼 뜨겁지도, 또 덥지도 않아서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이죠.
저녁 산책을 거의 매일 하다 보니
나에게는 그냥 일상인 풍경이지만
잠시 서서 주변을 돌아보면
백만불짜리 풍경 속이죠.
날이 가면서 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으니
내가 산책을 나서는 시간도
조금씩 빨라지겠지만,
저는 매일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서
산책을 갈 예정입니다.
주택가를 지나서 들판으로 들어서는 입구.
들판에서 자라는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왼쪽은 호박 밭.
우리가 먹는 그런 호박이 아니라
“호박씨 오일용 호박”이라 씨를
추출할 목적으로 키우는 호박입니다.
씨 뿌려 놓고는 잡초가 자라거나 말거나
내버려뒀다가 늦은 가을에 트랙터를 돌려서
씨만 추출하고 호박은 밭에 다시 뿌려버리죠.
요즘 우리동네 들판에서 자라는 것들은,
호박, 사탕무에 콩도 자랍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밀이 다 익어서 노란 들판이었는데,
지금은 베어낸 상태라 지금은 비어 있죠.
석양이 근사한 산책길.
해를 등지고 보면 아직 이렇게 환한 시야.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유럽의 여름은 늦은 오후 같은 느낌.
내가 다니는 산책길은
“자전거 도로”이기도 하고,
“산책길”이기도 해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도 다양하죠.
하늘도 예쁘고, 들판에 자라는 작물들도
예쁘게 보이는 시간이 바로
내가 산책하는 바로 이 시간이죠.
들판을 지나서 차도 옆의 산책길에 들어서면
밭 언저리에 피어있는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밭 전체에 심었다면
나중에 추수할 목적이라 생각하겠지만,
왜 밭의 언저리에 이리 해바라기를
심어놓은 것인가 조금은 의아했었는데..
이 해바라기는 “벌”들을 위한 꽃밭입니다.
사라져가는 벌들을 위해서
꽃이 피는 잡초도 가능한 베어내지 않고 두고
, 밭의 언저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씨를 뿌려서 벌들에 꿀을 채취할 장소를
마련해두는 거죠.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밀을 베어낸 밭을
트랙터로 다지는 농부도
이 시간에 일을 하는 모양입니다.
요즘 며칠 산책하는 길에
자주 보게 되는 쌍라이트 켜고
일하는 트랙터네요.
밭 언저리의 벌들을 위한 꽃밭에는
해바라기뿐 아니라 진한 보라색
말로우꽃도 자라고 있어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저 말로우 꽃을 따다가 말려서 차로 마셔?”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곳은 벌들을 위한 공간이니
그냥 벌들에게 양보하는 걸로!
집을 향해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입니다.
우리 집이 저쪽 방향이었다면 집으로 가는
내내 이런 근사한 풍경을 봤을 텐데,
우리 집은 이쪽 방향이라
걷다가 뒤를 돌아봐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근사한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면 좋겠지만,
여기는 길이고, 또 서둘러 집에 가지 않으면
어둑해지니 여자 혼자 길 위에
서있는 것도 위험하고!
마눌이 예상한 시간보다 더 지체되면
바로 전화를 해서 남편이 확인 해 오니
빨리 발길을 재촉하는 시간.
이 멋진 석양을 남편과 같이 보면 좋겠지만,
남편은 가벼운 산책 삼아 들판을 걷는 거 보다는
자전거 타고 전속력으로2시간 달리는 걸
더 좋아하니 남편은 보지 못할
올 여름 석양일 것도 같고!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저는
매일 남편을 꼬셔볼 생각입니다.
멋진 석양을 보러 들판 속으로 가보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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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내가 매일 걷는 들판 산책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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