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말도 많고, 잔소리도 많고,
애교도 많은 눈치 백단 곰돌이.
마눌 앞에서는 잔소리로 마눌을
한번에 빡치게 하는 재주도 있지만,
때로는 재롱도 떨고,
마눌의 화가 났다 싶으면
그 큰 궁디를 마눌의 무릎에
들이밀면서 마눌을 웃기기도 하죠.
한마디로 귀여운 진상입니다.
하지만 장남으로서 남편이 식구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완전 딴판이죠.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수준입니다.
가족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안하고,
뭘 물어오면 “응, 아니” 딱 두 마디로만
대부분의 대화를 해결을 하죠.
말은 겁나게 차갑게 해서
“이것이 과연 걱정을 하는 것인지,
닦달을 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할 지경”.
남편이 부모님 앞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아들이 아닌 백년손님, 사위 같고,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식사를 해도
입은 음식을 먹는 용도로만 충실히 사용하죠.
오히려 시부모님과 수다 꽃을 피우는 건
한국인 며느리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내가 자주 했던 말도..
“당신이 아들이냐, 내가 딸이냐?”
나는 분명히 며느리인데,
내가 시부모님의 딸 같은 집안 분위였죠.
평소에는 마눌이 시부모님을 챙기나마나
전혀 신경 안쓰듯이 무심한 남편인데,
마눌이 며칠간 시부모님과 대화가
없는 거 같으면 한마디 합니다.
“요새는 왜 부모님이랑 대화를 안해?”
“나도 바쁘거든?
그리고 마당에서 스치면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일부러 집안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한번 들어가봐!”
“자기는 안 챙기는 자기 부모를
마눌이 챙겨 주기를 바라는구나..”
뭐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부모님 앞에만 서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리는 장남이라,
자기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마눌이 해주는 걸로 대신한다 생각했었죠.
계속, 쭉,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결혼하고 15년만에 마침내
남편의 마음을 봤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신 시어머니를
방문하면서 말이죠.
어머니가 입원중인 병원의 코로나 정책은
“1일 1방문자” 면회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당연히 가족인
시아버지, 아들, 딸이
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죠.
하루에 한 명의 방문만 받을 수 있으니
남편, 아들 혹은 딸만 보고 싶으실거라고
생각을 했었죠.
며느리는 병문안 대신에
집에 혼자 계신 시아버지의
끼니를 챙기는 것으로 엄마의 병문안을
대신한다 생각도 했었죠.
남편이 어머니를 방문하러 가는 날에
며느리도 같이 따라 가기는 했었습니다.
한사람만 면회가 가능하니
남편이 시어머니의 병실을 방문했던
그 한시간 동안 나는 병원 앞에 주차 해 놓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병원 앞에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시어머니의
얼굴도 봤으니 나는 그것도
면회라도 생각을 했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지만
일단 서로의 반갑다고 서로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으니 말이죠.
그렇게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단독으로 방문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이 마눌에게 말을 해왔습니다.
“당신도 엄마 병문안 가야지?”
“내가 뭘 하러 가.
며느리보다는 남편이나
아들내미가 더 보고 싶으시겠지.”
“당신도 가서 엄마 얼굴 봐야지.”
“나 어제 당신 따라가서 창문으로
고개 내민 엄마 얼굴 봤잖아.”
“그렇게 말고 병실에 가봐야지.”
남편은 마눌도 가족이니
당연히 엄마병문안을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빠는 이미 몇 번 병문안을 하셨고,
시누이도 주말에 와서 엄마 병문안 한번 했고,
아들인 자신도 했으니
이제 며느리인 내차례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며느리는 나는 한번도 내가 이 가족에
포함된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디..
http://jinny1970.tistory.com/2268
내 남편의 부모이고 동생이니
나도 챙기기는 하는데,
내가 이들을 사랑하는 거 같지도 않고,
또 이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내 “가족”밖의 사람들 같았죠.
모르겠습니다.
시부모님이 며느리인 나를
당신들의 딸처럼 예뻐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데,
정작 본인은 그 사랑을 느끼지
못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것인지도..
엄마가 병원에 입원중이신 동안
아빠는 집에서 공사를 시작하셨습니다.
두 건물에 따로 설치되어있는
온수 보일러를 다 떼어내고
더 큰 용량의 온수보일러 하나만
새로 설치하는 공사를 하시는데,
엄마가 퇴원하시기 전에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아빠는 보일러 시공을 온 사람들과
하루종일 일을 하시느라
엄마를 면회 갈 시간이 없으셨죠.
그렇게 얼떨결에 시어머니
면회를 가게 됐습니다.
남편과 시내의 병원까지 가서는
이번에는 남편이 차에서 병문안 간
마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고,
마눌 혼자 병원에 입장을 했죠.
엄마가 계시다는 병실의 복도를 걷고있는데,
내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누군가 핸드폰을 들어보니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병실에 가는 중이지만 일단 전화를 받으니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네 아빠는 왜 전화를 안 받냐? “
“아빠는 지금 공사중이시라
하루 종일 바쁘셔서 어디에
전화가 있는지 모르실껄요?”
“그럼 네 남편은 왜 전화를 안 받냐?”
“남편은 지금 차에 있는데, 모르겠어요.”
뜬금없이 왜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나 했더니만,
아무도 전화를 안 받으니
차선책으로 며느리에게 전화를
해 오신 시어머니였죠.
전화를 받으며 병실에 들어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복도를 걸었습니다.
시누이는 “엄마가 건강해 보였다”고 했고,
시아버지는 “수술한 다리가 두배나
부어서는 아직도 아프다 하더라” 하셨었는데..
수술한 부위가 조금 붓기는 했지만,
목발을 짚고 혼자 걸으실 정도로
많이 회복되신 시어머니.
한시간 정도 시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남편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며느리보다는 아들의 얼굴이
엄마는 더 보고 싶으셨을 텐데..
남편이 마눌을 병실에 들여보낸 것은
며느리도 가족이니 당연히 엄마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아님 엄마와 한 시간 동안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마눌을 떠민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 남편의 행동으로 보면
후자보다는 전자인데..
남편이 생각하는 그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사는 사람들
(시부모님, 시누이와 마눌)의 마음이
다 자신과 같지 않을 수도 있는디..ㅠㅠ
나는 며느리로서 남편의 부모님을 공경하고,
남편의 동생을 챙기는 일은 하지만,
한번도 남편의 가족들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네 가족은 네 가족이지,
죽을 때까지 내 가족이 될 수는 없죠.
만나면 반가워서 웃고 떠든다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할수도 없고,
내 가슴속 깊이에서는 이미
“네 가족”이라고 정의해 놓은 사람들이라..
남편이 애써 “너도 가족”이라고
나를 끌어도 넣어도 나는 여전히
“네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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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우리동네 공항에 들어왔던 항공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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