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은 뭘 해먹지?”
혹은 “오늘은 어떤걸 뭐 먹고 싶어?” 하면
남편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아무거나 해!”
속 시원하게 어떤걸 먹고 싶다고
그냥 말을 하면 요리를 하기 수월 하건만,
끝까지 “아무거나”로 일관하는 건
나름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하는
행동인 것인지..
그 “아무거나”가 생각보다 꽤
어렵다는 건 모르면서 말이죠.
밥을 먹는 입장에서는
“어떤 메뉴”가 와도 먹기만 하면 되니
선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이 맛있으면 맛있게 먹고,
맛 없으면 “음식을 왜 이따위로 했냐?”고
투정만 하면 되죠.
음식을 하는 입장은 항상 어렵습니다.
‘어떤걸 요리할까?’
‘간은 세야 할까 약해야 할까?’
’어떤걸 사이드로 곁들이면 좋을까?’
“이렇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죠.
나는 요리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정주부이니 요리는 해야하고,
대충하는 요리라고 해도 요리를 할 때
이런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닙니다.
병원에 입원하셨던 엄마가
퇴원하실 때쯤에 집에 오겠다는
시누이에게 집에 오지 말라는 이유도
같은 가정주부인 엄마 마음을 헤아린
며느리의 생각이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3573
음식을 먹는 입장인 남편은
“까잇거,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에 시누이 오지 말라는
마눌의 말에 태클까지 걸어왔었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해서 했던 조치였죠.
퇴원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어머니를 병문안 왔던 며느리앞에서
시어머니가 했던 걱정은 “끼니”
“네 시누이가 이번 주말에 올 텐데..
뭘 해줘야 하냐?”
(설마 며느리에게 점심을 하라고
하셨던 말씀은 아니시길..)
“엄마 퇴원하시고 나면
마음 편하게 며칠 쉬실 수 있게
이번 주말에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시누이 오면 엄마가 점심 준비 해야하는데,
그것도 스트레스잖아요.”
“그래? 잘 했다.”
한끼 식사를 걱정하시던 엄마는
며느리에 말에 “정말 잘했다”하시며
한시름을 놓으십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마디 더 붙였습니다.
“제가 근무를 안하면 점심을 하겠는데,
저도 주말에 근무가 있어서……”
“…”
엄마 걱정하는 딸내미 마음은 알지만,
엄마 근황이야 전화로 물어보면 되니
굳이 집에 올 일은 없는 거죠.
시누이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시는 엄마를 보면서
역시나 며느리가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말이 시누이가 오지 않는걸
엄마가 다행이라고 하시더라.
엄마도 밥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설마..
뭘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남편도 요리를 하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 자기가 먹고 싶은걸
하는 정도이니 (근무가 없을 때는)
남편의 점심을 매일 책임져야하는
마눌이 받는 스트레스는 전혀 모르죠.
아무리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가정주부라고 해도 매일 메뉴를
선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또 시간에 맞춰 요리를 내놓는 것도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아빠의 점심을 매일 책임지고 계시던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는 동안에
걱정하셨던 것도 “시아버지의 점심”일거
같다고 예상을 했었는데..
역시나 시어머니는 병원에 계시는 동안에도
집에 혼자 있는 남편의 끼니 걱정,
주말에 올 딸내미 끼니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모르겠네요.
요리를 안하는 시누이도 자기가 오면
엄마가 요리를 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에
오겠다고 했던것이고,
'그깟 한끼야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을수도..
요리는 가정주부의 숙명인 모양입니다.
“어떤걸 해달라”고 메뉴를 이야기를 해도,
“어떻게 해야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아무거나”라고 하면
냉동실, 냉장실을 뒤져
요리를 할만한 것들을
찾아내 요리를 결정해야하고!
수술 후 몸을 추스리셔야 하는
시어머니가 “끼니”때문에 받으실
스트레스를 줄여드리려고 했던 건
순전히 한국식으로 생각하는
며느리의 마음이었는데..
오스트리아 사람인 시어머니도
가정주부라 이런 스트레스를
은근히 받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며느리딴에는 나름 시어머니를
배려해서 했던 행동이었는데..
시어머니는 속을 보이지 않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라 시어머니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누이가 오지 않는걸
다행이라 여기실지,
시누이가 오지 않는걸
섭섭하게 여기실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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