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며칠째 며느리의 인사를 안 받으십니다.
(가끔 이러실 때가 가끔, 종종 있으십니다.)
우리 건물의 지하에 있는 냉동실에
뭔가를 갖다놓으려 오셨다가
나가시는 시어머니를 본지라,
어머니 등 뒤에 대고 “엄마, 오셨어요?” 했는데
그냥 휭~ 하니 가 버리시고!
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는 며느리를
보셔놓고도 그냥 휭~하니 지나치십니다.
뭔가 단단히 삐치신 모양인데,
며느리는 대놓고 묻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야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이렇게 안면을 까시면 며느리는
스트레스 만땅으로 머리가 빠질 일이지만
다행히 이곳은 오스트리아이고,
시어머니도 오스트리아 사람이신지라,
며느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어머니는 옆 건물에 사시고,
우리는 각자의 살림을 살고 있으니 말이죠.
시어머니가 말씀을 안 하시니
오히려 조금 편하기는 합니다.
마당에서 만나면 항상 같은 질문을 하시거든요.
“넌 또 휴가냐?”
“휴가 아닌데요, 일 안하는 날인데요?”
주 20시간 근무인지라 한 달에 일하러 가는 날이
달랑 8일(하루 10시간 근무)인걸 아시면서
툭하면 “휴가”냐고 물으십니다.
시어머니는 단순하게 하시는 질문이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며느리의 마음은
아시고나 있으신 것인지..
“넌 만날 집에서 쉬냐?”, “
"넌 남편 등골을 빼냐?”,
“넌 왜 그렇게 게으르냐?”
때에 따라서 며느리는
이런 여러 가지 뜻으로 이해합니다.
패션에 민감하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옷차림에도 상당히 민감하십니다.
빨아서 빨랫줄에 널어놓은 옷도
새것이면 기가 막히게 알아내십니다.
며느리가 결혼 10주년 선물로
남편에게 받은 다이아반지도 며늘의
손가락에 있는 걸 기가 막히게
알아채시고는 “샀냐?” 하시는 시어머니.
왜 그리 며느리의 모든 것에는
관심을 가지시는 것인지..
별거 아닌 것에 자꾸 이리 관심을 보이시고,
물어 오시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지금 며느리가 돈을 헤프게 쓴다고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것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살펴보다 보니..
사진 속에 어머니는 항상 카메라 렌즈가 아닌
며느리를 쳐다보고 계십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매번 며느리를
“매의 눈”으로 주시하시는데
며느리만 몰랐던 것인지...^^;
시집살이 스트레스가 시어머니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저는 시누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시누이는 일 년에 서너번 사람들을
불러다가 파티를 합니다. 여름에는 그릴 파티,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등등.
특히나 마당에서 하는 그릴파티는 오빠내외에게
민폐를 안 끼친다고 생각을 하지만..
파티 전날부터 장봐서 주방을
한가득 차지하고 준비를 하고,
그릴 파티 하는 동안은 마당도 시끄럽고
화장실도 사람들로 넘쳐나는지라,
파티하는 동안은 스트레스 만빵입니다.
시누이가 오기 전에는 쓸고 닦고
광 내놔야 하고, 있는 동안은 방에 짱 박혀서
사람들에게 불편은 최소한 안 줘야 하고 말이죠.
오빠 내외가 집세내고 살고 있는 동안은
파티를 자제할 만도 한데..
외국은 남에게 민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니..
그리고 지금 우리가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건물은
시부모님이 공공연하게
“이 건물은 시누이 몫”이라고 했던 건물이라
시누이가 자기 건물로 생각하고 있죠.
우리가 시댁에 안 들어왔음 전혀 몰랐을
이런 시집살이의 불편함도 알게 됐습니다.
시누이는 있다는 존재감으로도
올케한테 스트레스가 되는법인데,
시시때때로 예고없이 나타나시니
심히 피곤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쓸고 닦아서
“항상 대비”하고 있을 수도 없고...^^;
시집살이의 스트레스중에 시아버지가
주시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마당에서 만나는 시아버지도
가끔은 이해가 안 가는 질문을 하십니다.
오전에 장봐서 집으로 들어오는
며느리를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
“너 오늘은 부지런하다.”
며느리는 일을 가나 안 가나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당신 아드님의
아침을 차리는걸 아시고나 계신 것인지,
단지 해가 쨍 한 날에는 더워서
집안에 짱 박혀서 하루를 보내니 하루 종일
잠을 잔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시부모님은 어떤 의미를 담고
하시는 질문인지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며느리는 모든 것이 조금 불편합니다.
시댁에 사는 생활이 길어지니 역시나
시집은 시집이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시어머니는 가끔 “너도 내 딸”이라고 하셨지만
요즘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난 “남에 집 딸인 며느리“라는 사실을.
마당에서 만난 시아버지께
“세탁기가 고장이 났어요.” 해도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어~ 그래?”
시부모님이 나에게 세탁기가 고장 났다 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말씀 드릴 거 같은데..
“그럼 일단 빨래는 우리 세탁기를 이용하세요.”
마당에서 만난 시어머니께
“가정의 만나고 왔어요” 해도
대답은 무성의 합니다.
“어~ 그래?”
며느리가 의사를 만났으면
어디가 아파서 갔을 텐데
어디가 아파서 갔었는지 묻지 않으십니다.
단지 당신의 아들, 딸 건강만 신경을 쓰시죠.
우리와 같은 건물 쓰는 시누이가
요즘은 연락도 없이 들이닥쳐서
친구들 불러다가 가든파티를 하는지라,
기회가 될 때마다
“시누이가 혹시나 이번 주에 오는지..“
여쭤보면 두 분은 항상 같은 대답입니다.
"네 시누이가 사랑니 2개를 뽑아서리..“
그놈의 사랑니는 한 달 내내 뽑는지
여쭐 때마다 같은 대답만 하시는 시부모님.
당신들의 마흔이 넘은 막내딸 건강을
많이 걱정하시는 듯이 보였습니다.
시아버지가 마당에 가꾸시는 여러 가지 야채들.
하지만 며느리는 아무거나
맘대로 갖다 먹지 못합니다.
대놓고 “그냥 따서 먹어도 된다”
하시는 경우가 아니면 매번 물어봐야죠.
익으면 물러지고,
갈라져서 버려야 하는 토마토야
상하기 전에 먹어치워야 하니
그냥 따다먹으라고 하셨지만,
그 외 다른 것들은 매번 딸 때마다
여쭤봐야 합니다.
“아빠, 마당에 파프리카랑 고추 좀 따도 되요?”
이렇게 질문을 하면 시아버지가
“몇 개?”하시면서 직접 따주십니다.
우리는 풋고추도 잘 따서 먹는 문화지만,
여기는 모든 종류는 다 익혀서 따는 문화라
모든 것들은 빨갛게 혹은 노랗게
익은 다음에 따는 것이 정상이죠.
익지도 않은 걸 며느리가 따겠다고 하니
시아버지가 직접 따주시지 싶습니다.
안 그러면 며느리가 익기도 전에
다 따버릴 거 같아서 말이죠.
마당에 오이도 있고, 고추, 파프리카 등이 나지만
내 맘대로 갖다 먹을 수 없는 것들도 있어서,
슈퍼에서 사오면 당장에 날라 오는 남편의 한마디!
“이거 산 돈 내가 안 준다.”
매달 생활비를 푸짐하게 주는 것도 아니고,
마눌이 식료품을 산 영수증만
결제(?) 해 주는 남편인데..
마당에도 있는 야채를 마눌이 사오면
이렇게 말하지만, 마당에 있다고 해서
내 맘대로 아무거나, 아무 때나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는 며느리라는 걸 남편은 모르는 거죠.^^;
같이 살다보니 알게 된 아들 내외의 경제 생활!
“아들이 생활비 거의를 지출하고,
며느리는 내는 것이 거의 없다.”
(당연하죠, 대신 며느리는 쓸고, 닦고, 요리하고,
청소하면서 몸으로 때우고 있으니..)
이번에 시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가면서
예약했던 5박 숙박비 500유로.
휴가를 가면서 시부모님이 남편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던 500유로 중에
남편은 300유로만 챙기고
나머지 200유로는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시부모님은
남편에게 온 우편물중 하나에 추가로
300유로를 더 넣어서 주셨습니다.
여행가서 한 외식비와 기름 값이라고 말이죠.
그 돈을 며느리에게 주시면서
“네 남편 줘라!” 하셨다면
며느리는 그 300유로 중에 적어도
100유로정도는 시부모님께
다시 돌려 드릴 수 있었는데,
며느리는 모르게 남편 앞으로 온 우편물 안에
넣어서 주신지라 모른 척 했습니다.
며느리 모르게 준 돈인데
“인간아~ 부모님 모시고 간 여행이고,
같이 한 외식인데 그 돈을 받고 싶냐?”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서 말이죠.
따로 떨어져 살면서 일 년에
서너 번 방문하고 올 때마다 손님처럼
대접만 받는 며느리였다면 몰랐을 텐데..
2년 넘게 시댁에 살다보니
외국시부모님도 며느리는 남의 딸+ 남의 식구
취급한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나 돈에 관련된 것은 며느리
모르게 하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웬만하면 시댁에 뚝 떨어진 곳에 살면서
일 년에 서너 번 얼굴 보는 사이정도로
지내는 것이 가장 알맞은 시댁과의 거리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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