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페이스북에 사진들을 올립니다.
여행이나 나들이를 갔다면
그곳의 풍경을 올리기도 하고,
별일없이 집에만 있다면
산책을 하는 소소한 일상이나
출퇴근하면서 보는 풍경 등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 포스팅을 하죠.
블로그는 글을 써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페이스북은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저의 개인 공간입니다.
짧게 나들이를 가는 것 외에
요새 내가 하는 주된 일은
남편의 끼니 챙기기.
아침에 일어나서는 장봐와서
남편의 간식을 챙겨주고,
바로 점심 준비를 하죠.
남편에게 “뭐 해줄까?” 물어도
별로 신통한 답변을 안 주는 인간형이라
점심 메뉴는 대부분 내 마음대로!
슈퍼에 장보러 가서
유통기한 임박한 대박 세일 물건(?)을
만나면 그것이 남편의 점심이 되죠.
근무가 없는 날의 나의 유일한 외출은
배낭을 메고 가는 장보기
장보고 남편의 점심을 챙기면서
보냈던 한주를 아주 간략하게 포스팅하기도 하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
재택근무하는 남편을 위한 음식”
월요일은 지난주에 먹다가 남았던
돼지고기 구이를 데우고,
남편이 만들어서 얼려 놨던
Blaukraut블라우크라우트
(직역: 파란 양배추 사실은 적양배추).
거기에 메쉬포테이토와 샐러드.
이렇게 한상 차려서 남편이
만족할만한 한끼를 갖다 바쳤고!
화요일은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스파게티”이야기를 하길래,
냉동실에 얼려 놨던 볼로네제 소스를
해동해서는 면만 삶아 후딱 파스타 만들고,
눈에 보이는 야채들을 모아 모아서 샐러드.
수요일은 간편하게 수제 치즈 버거 세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가장 많이 애용하는 것이
바로 불고기 패티.
(간고기 사다가 불고기 양념해서는
비닐봉투에 넣은 후에 납작하게 눌러서
냉동하면 준비작업 끝)
냉동된 불고기 패티를 프라이팬에 구우면서
그 위에 치즈를 올려서 녹이면
치즈, 소 불고기 패티는 완성,
거기에 야채를 겹겹이 쌓으면 버거 완성.
남편의 주문대로 감자튀김은
오븐에 구워서 수제 버거집 비주얼의
한끼를 만들었습니다.^^
대망의 금요일에는 남편이
생각지도 못했던 메뉴였습니다.
슈퍼마켓에 “이번주 세일”하는 새우가 있길래,
지난 봄에 만들어서 얼려 놨던
명이 나물 페스토와 버무려서
“새우, 명이 나물 페스토 파스타” 에
온갖 야채를 섞어서 만든 샐러드.
마늘 냄새 질색하는 남편이라
명이 나물 페스토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위에 서 새우들이 뒹굴고 있으니
마늘 냄새 따위는 다 용서가 되는 것인지..
밥상 가지고 들어갈 때부터
입이 귀에 걸리더니 다 먹고도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
완벽한 한끼가 되었죠.
사진으로 보면 준비를
엄청 많이 한 대단한 음식 같지만,
사실은 눈에 띄는 거, 있는 거
다 모아서 만들어낸 한끼들이었죠.
어제 이 사진들을 포스팅하고
오늘 근무를 나갔더니만,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동료가
내가 올린 사진에 대해서 한마디 합니다.
“넌 뭘 그렇게 남편을 챙기냐?”
여기 사람들은 내가 남편 버릇을
잘못 들인다고 생각하죠.
동료가 물어오니 답변을 했습니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느라
밤낮으로 일을 하는데,
내가 집에서 놀면서 남편의 밥을
안주면 내 양심에 찔리지.”
솔직히 남편이 머리에 김 나도록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늦은 저녁까지
일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남편의 일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어쩔수 없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간식이나 끼니로
스트레스 받은 남편 위로해주기.
가끔 남편이랑 전투 중이라
끼니때가 되어도 모른 체 할 때가
있기는 한데, 이때도 살짝 죄책감은 느낍니다.
나는 집에서 탱자거리며 놀면서
일하는 남편의 점심을 안 챙기면
“죄책감”을 느낀다는 나의 말에
동료가 날린 한마디.
“그게 바로 노예근성이야!”
뭔 개소리를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날리는공?
아내가 남편을 위해서
밥상을 차리는 건 당연한 일이거늘..
짧은 간식 시간도 지났고,
다시 근무에 들어가야 해서
내가 노예가 됐건 말건 간에
일단 그 자리는 벗어났습니다.
오전 근무를 끝내고
짧은 낮잠을 자는 점심시간.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근무를 하는 날은 항상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죠)
부부는 오전시간에 뭘 하고 지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일하는 요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는지 묻고,
마눌은 남편이 간만에 쉬는 주말에
잠은 푹 잘자고 일어났는지,
끼니는 챙겼는지를 묻죠.
대화 중에 오늘 동료에게
들은 말을 남편에게 했습니다.
“내 동료가 집에서 놀면서
남편 점심 안 챙겨주면 죄책감이
든다고 하니까 나보고
“노예근성”이 있다나 뭐라나 하더라.”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치는 남편의 한마디.
“당신 내 노예 맞잖아.”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형은 아니지만, 해야하는
상황이면 군소리없이 합니다.
남편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니
하는 것이고, 알뜰하게 한끼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나면
그것이 밥상에 올라오는 거죠.
남편은 내 동료가 나를 질투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해 놓은 요리들을 보니
질투가 난걸꺼야.
자기는 그렇게 못하는데,
당신이 올린 음식들을 보니 부러운거지.
그래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면 그냥 부럽다고 하면 되지,
그렇다고 날 “노예”라고 하면 안돼지.”
“괜찮아, 당신은 내 노예가 맞잖아.”
“그럼 당신은 뭔데?”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나는 당신의 주인이지” 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답변.
“나는 당신의 노예지.”
하긴 남편이 내 노예가 맞기는 합니다.
늦잠 자도 좋을 주말에도
출근하는 마눌을 위해 새벽 6시에
벌떡 일어나서 옷 주워 입고 나와
자동차 유리창에 낀 성에를
플라스틱 주걱을 벅벅 밀어내죠.
남편도 이른 새벽 마누라가 찬바람을 가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하면
따뜻한 잠자리에 누워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지,
자전거 타고 가도 되는 날에도
굳이 마눌의 출근을 책임지고 있죠.
나에게 “노예”운운한 동료도
집에서는 살림을 해야하는 주부입니다.
내 남편이야 나름 미식가라,
마눌이 밥 안해줘도
자기가 먹고 싶은 거 직접 해 먹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내 동료의 남편은 집에서 손하나
까딱 안하고 자기가 음식을 해서
갖다 바쳐야만 먹는다며!
내 남편은 마눌을 벌어 먹이는
우리 가정의 가장이지만,
(고로 나는 내는 돈이 없으니
남편에게 요리를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는 해야죠.)
자기 남편이 돈을 벌어도
(집 관련 세금과 공과금 지출만 해서)
식비는 자기 몫이라 돈 벌어 한달에
1,000유로 정도의 식비를 부담하면서
어린 두 아이 돌보고, 거기에 요리,
청소까지 하는 아낙이 나에게 하는 말이라니..
내 동료의 “노예”이야기는 결국
남편의 “로토잭팟”으로 결론이 났죠.
어떻게 이야기가 그렇게 흘렀냐구요?
남편이 말하는 이야기를 종합 해 보자면..
“내가 동료가 부러울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해서 남편에게 갖다 바치니,
그 음식을 먹는 남편이야말로
“로또잭팟”같은 마눌을 얻은 거죠.”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남편의
세뇌교육을 마무리 했습니다.
“남편, 당신은 복 받은 거야.
당신에게 마누라는 로또잭팟이야. 알지?”
하도 세뇌를 시켜서
“마눌=로또잭팟”이 이제는 당연한지
아무런 토를 달지 않는 남편.
나에게도 남편은 로또잭팟이지만,
이건 비밀로 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또 서로가 서로를 “로또잭팟”으로
생각하고 살고있으니
우리는 “천생연분”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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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포스팅속 내가 자주 만드는 수제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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