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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그 어깨의 피멍, 누가 그랬을까?

by 프라우지니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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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한테 심하게 맞아야

몸에 멍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피부의 타입에 따라서 살짝만 잡아도

퍼렇게 멍이 드는 경우도 있고,

 

저 같은 경우도 가끔

몸에서 멍을 발견합니다.

 

물론 내 몸에 멍을 만든 사람은

다 남편입니다.

 

오해 마시라.

맞고 사는 아낙은 아닙니다.

 

남편이 자꾸 못살게구니

도망치다가 부딪혀서 생긴 멍도

원인 제공자는 남편이니

다 남편이 한 짓이라 우기고!

 

남편이 수시로 잡아 대는

팔목에서 가끔씩 멍이 보입니다.

 

남편이 팔을 잡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잡힌 팔목을 빼내려고

발버둥치다가 생기는 멍이니

사실은 내가 만든 멍이지만,

 

이것도 남편이 만든 멍이라고 우깁니다.

 

 

 

약하게 자리 잡힌 멍이라

잘 보여야 보이는 내 팔목의 멍.

 

신체 건강한 50대 아낙도

몸에 쉽게 생기는 것이 멍입니다.

 

혹시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몸에 멍이 가끔씩 생긴다고 해서

내가 맞고 사는 아낙이라 오해 마시라.

 

부부관계는 아무도 몰라서 맞고 살아도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더라한다지만,

 

나는 맞고 살 정도로 그렇게 착하지도,

맷집이 좋지도 않습니다.

 

내나라 떠나서 사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맞고 산다면야

그냥 접시 물에 코 박고 죽던가,

맞은 증거를 모은 후에

남편 뒤통수를 제대로 쳐서

위자료로 집 한채쯤은 허리춤에 끼고

한국에 들어 가야겠죠?

 

나는 결혼 초기에는 남편에게

공갈 협박을 한 이력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나 때리기만 해,

그랬다간 내가 벽에 머리 찢고,

내 눈탱이 내가 때려서

퍼렇게 멍들인 다음에

경찰에 신고 할꺼야.”

 

마눌이 이 말을 할 때

남편은 너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쳐다보면서 했던 말.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우는 거야?”

 

 

 

나만 이렇게 사악한건가요?

 

나는 신나게 두드려 패 놓고,

뒤돌아 서서 두손 싹싹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럴께, 용서해줘!”

하는 이런 남편과 사는

마눌형은 전혀 아닙니다.

 

남편이 장난이라도 한대를 때리면

나는 두대를 때려야 직성이 풀리고,

 

남편은 장난인데 나에게

아픔이 따랐다면

바로 보복 조치를 하지만,

가끔 몸에 멍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죠.

 

우리부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다시 본론으로!

 

신체 건강한 50대 아낙도

생각보다 쉽게 생기는 것이 멍이니,

요양원에 계신 80~90대 어르신들의

피부는 말할 것도 없겠죠.

 

살짝만 잡았는데, 퍼렇게

피멍이 올라오는 경우는 흔하죠.

 

사람들이 말하는 요양원 학대라는 것이

사실은 그 부분을 조금 눌러

잡았던 흔적입니다.

 

 

https://pixabay.com

 

며칠 만에 출근을 했는데,

두 눈에 나비 모양의 가면을 쓴 거 같은

피멍을 달고 복도를 다니시는

어르신을 보게 되면 당황스럽습니다.

 

아이고, 어르신이 넘어지셨구나!”

 

어떻게 넘어지셨길래

두 눈에 가면이 쓴 것 같은

특이한 모양으로

멍이 올라오는 것인지..

 

아예 혼자서 거동을 못하시는

분 같은 경우는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을 하시니 낙상의 염려가 없지만,

 

혼자서도 이동이 자유로우신 분들은

시시때때로 넘어지십니다.

 

어떤 분은 하루에 서너 번씩

넘어지셔서 직원들이 후다닥 뛰어가서

일으켜 드리는 일을 반복하죠.

 

나이가 들면 피부가 양피지처럼

탄력도 없고 쭈굴거리는 상태로

멍이 쉽게 드는 타입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요양원 어르신의

몸에 멍이 자주 생기지는 않습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

병원에 며칠 입원했다가 오시면

온 팔뚝에 정말 시퍼런 색이

도는 멍을 달고 오시지만,

 

이건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시시때때로 찔러 댄 주사 자국이

나중에 피멍으로 올라오는 거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321

 

병동에 덩치도, 살집도 있으시고,

약간의 도움으로도 거동이 가능하신

할매를 씻겨 드리다가 발견한

어깨의 멍.

 

요양원에서 매일 아침

어르신을 씻겨드리면서 벗은 상태의

온몸을 확인합니다.

 

어디에 새로 생긴 상처는 없는지,

옷을 입은 상태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죠.

 

어깨의 멍이 특이하게도

손가락 모양.

 

3~4개 정도의 멍이 정확하게

손가락 자국입니다.

 

누군가 할매의 어깨를

심하게 잡았던 모양인데,

이 할매는 어깨를 잡을 일이 없는데

누가, 왜 어깨를 멍이 들 정도로

잡았던 것인지..

 

그날 오전 간병을 마치고

직원 회의를 하면서 할매의 어깨에서

본 손가락 모양의 멍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손으로 세게 잡았던

모양인데, 왜 잡았던 걸까?

할매는 당신이 스스로 일어나셔서

(직원들이) 어깨를 잡을 일이

없는 분이신데..”

 

그 멍을 본 다른 동료들도

내 말에 동의를 했습니다.

 

그러게, 왜 어깨를 잡았던거지?

누가 그랬을까?”

 

요양원에는 매일 다른 직원이

근무를 들어오니

누가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멍이라는 것이

바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올라오니

할매의 어깨를 세게 잡았던

직원조차도 자신이 그랬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겠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321

 

요양원 관련 멍을 찾다가 발견한 몇 장의

사진들과 함께 기사를 읽다 보니

참 기가 막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귀여워 장난치다 멍이 들었다?”

 

이것이 말인지 막걸리인지.

 

치매가 있으셔서 요양원에

오신 분들은 따져보면 고객입니다.

 

고객한테 귀엽다고 장난을 걸었다니..

 

더군다나 그 귀여운 고객은

연세도 많으셔서 나는 장난으로

살짝 밀어도 넘어지시면 뼈가

부러질 수 있는 위험군인데..

 

 

이 기사를 보면서 우리 병동의

한 직원을 생각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491

 

치명적인 민폐

뉴스에서 들은 오스트리아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태는 “코로나 4차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요즘 다시 확진자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죠. 작년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부터 개인적으로

jinny1970.tistory.com

 

20대 중반의 도우미 직원이

특정 (80대 후반) 할매 를

항상 “Puppy 푸피로 부릅니다.

 

 

전에 한 직원이 자기와 별로

친하지도 않는 나를 푸피라 불렀었죠.

 

그녀딴에는 친하다고

날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불리는 난 개새끼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물어봤었죠.

 

내 동료가 나를 푸피라고 부르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아무나한테

그렇게 부르나?”

 

아니, 당신을 왜 그렇게

부르는지 물어 봤어?”

 

아니, 근무중이라 시시콜콜

따질 시간은 없었는데,

지딴에는 친한 표시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불리는 나는

강아지가 된 느낌이었어.”

 

다음에 그렇게 부르면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어보고 하지 말라고 해.”

 

그렇게 남편과의 대화는 끝이 났었고!

 

직원 중에 10년 넘게 근무한 50대 아낙이

몇 어르신들을 푸피라고 부르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건 그녀의 성격이고,

습관 같은거라 그러려니 했는데..

 

20대 중반의 도우미 직원이

80대 중반의 할매를 푸피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할매를

왜 그렇게 부르는지 물었습니다.

 

전에 R이 나를 푸피라고 불렀는데,

그때 내가 강아지가 된 느낌이었어.

넌 왜 할매를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렇게 부르면 할매가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도우미 직원도 누군가 할매를

그렇게 부르니 따라 부르기

시작한 거 같은데..

 

그녀 딴에는 할매가 귀여워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인데,

사실 어르신은 우리가 귀여워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죠.

 

 

 

나는 어르신과 직원들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받으시는 고객과

서비스를 해야 하는 직원 사이.

그렇게 서로 지켜야 할 선을

지켜야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또 유지가 되거든.”

 

(나 또한 몇몇 어르신과는 이름을 부르고,

친하게 부르기도 했지만,

내가 친근하게 대하면 상대방이 나를

너무 만만하게 대하는 거 같아서

그냥 직원과 고객이라고

나 혼자 선을 그었죠.) 

 

나의 이 말에 직원은 할매를 계속

그렇게 불렀고, “푸피라고 하면 할매가

반응하고 등등의 변명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그녀에게

이야기를 안 해줬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

다시 한번 내 생각을 이야기 해줬죠.

 

이곳에 30년 넘게 일한 직원들 중

누구도 어르신을 푸피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우리 병동의 책임자도

어르신들을 이름이 아닌 “XX라고

부르는 걸 추천하지.

중증 치매 어르신이야 이름을 불러야

반응을 하니 이름을 부른다고 쳐도

다른 어르신들은 그들의

( XX)으로 불려 드려야지.

그리고 어르신들은 우리의 고객이고

우리는 월급 받고 서비스를

해야하는 직원이고,

딱 거기까지 서로의 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어.”

 

치매어르신들중 정말로

귀여운 행동을 하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고객에게

장난을 거는 직원은 없죠.

 

 

 

고객과 직원 사이라고 하니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친한 척 하면서 서로를 만만하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직원이

해야하는 의무를 잊게 되죠.

 

도우미 직원이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하고,

정해놓은 룰을 지키는 것이

외국인 직원으로 뒷담화없이

오래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임을

그녀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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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며칠전에 올렸던 영상을 다시 업어왔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요양원 이야기라 딱 맞는 영상이어서...^^

 

https://youtu.be/erjjUW0t3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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