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출근을 하니 회사의 노조간부로
활동하는 T가 정색을 하고 한마디 합니다.
“넌 왜 휴가 안써?
연차가 16주나 있잖아.”
코로나로 허구한 날 집콕인데
어디를 가라고 휴가를 내남?
내가 가지고 있는 연차가
꽤 있는 건 나도 알고 있죠.
안 쓴 연차를 돈으로 돌려주면 좋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어서
휴가는 휴가로 다 처리를 해야하죠.
나는 한달 30일중에 8일 정도만
근무를 하니 여행을 간다고 해도
사실 일부러 휴가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근무만 조정하면 2주 정도의 시간은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 말이죠.
정색을 하고 말하는 T를 벗어나니
이제는 병동에서 만나는 모든 직원들이
다 한마디씩 합니다.
“너 휴가가 17주나 있다며?”
전부 모으면 16주 정도는 되지만
17주는 아닌데,
이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고?
도대체 내게 넘쳐나는 연차는
누가 이야기를 했길래 병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인지..
원래 말 많고 탈 많은 회사 사람들이라
소문이 겁나게 빠른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출퇴근 체크 할 때만
나오는 나만의 정보이건만!
이걸 동료들에게 이야기 한 사람은
나에게 “휴가 내라”고
정색을 했던 노조간부T?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말이 더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직원의 휴가까지
동료들에게 이야기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주 20시간 일하는 나는 1년에
100시간의 연차를 받습니다.
100시간이면 5주간의 시간인 거죠.
오스트리아의 직장인들이
받는 휴가는 1년에 보통 5주.
근무기간에 따라서 6주를
받는 사람도 있고, 남편도 휴가 6주를
받는 장기 근속자지만 나는 5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휴가는
228시간 (11주하고 이틀)였는데,
2022년에 들어서면서 새로
연차 100시간을 받고 보니
총 328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2022년은 이제 시작했으니
100시간은 빼놔야 하는데..
동료들은 새로 받은 100시간까지
몽땅 합쳐서는 나에게 4달이 넘는
휴가가 있다고 소란을 떨었던거죠.
노조원T는 나에게 살짝 겁까지 줬습니다.
“너 연차 안쓰면 그거 없어지니까,
빨리 휴가를 써!”
집에 와서 남편에게 “없어진다는 연차”
이야기 하니 그런 일은 없다나요?
여행을 가도 따로 휴가를 낼 필요가 없어서
모아 놨던 휴가는 혹시나 “한국”을 가게 되면
사용하려고 나 뒀던 시간들이죠.
한국에 가면 적어도 한달은 있어야 하니
휴가가 넉넉하게 남아있으면 좋은디..
내가 가진 4달간의 휴가 중
일단 한달은 5월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휴가가 4달이 있다고 해도
휴가를 갈수 있는 기간은
한번에 보통 3주 정도.
4주가 넘어가면 병동의 책임자와
이야기를 해야하죠.
일단 5월 9일부터 말일까지
휴가를 잡았습니다.
이 시기에 꿍쳐 놓은 비상금을 싸 들고
한국을 갔으면 좋겠지만..
한국에 들어가서 격리를 해야한다면
아까운 시간을 까먹어야 하니
“한국은 다음 기회”를 기약을 해야겠고!
그동안 모아놓은 휴가 기간은
혹시나 내가 퇴직을 하게 되면
내게 남은 휴가기간을 이용해서
나의 퇴직 날짜를 미룰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2월에 퇴사를 한다면..
남은 4달간의 연차를 이용해서
나는 6월까지 근무를 하고
퇴사한 것으로 만들 수 있죠.
5월에 휴가를 냈다고 하니 노조원T는
3월과 4월에도 휴가를 내라고 하던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3월과 4월이라
미리 휴가를 내는 건 무리가 있을 거 같고,
아직은 코로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연차 휴가는 아껴 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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