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의 물품을 제공받습니다.
하루 세끼와 잠자리 그리고
간병에 필요한 기저귀까지.
간병에 필요한 기본적인
목욕용품은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있지만, 어르신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물품도 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보호자들에게 요청을 합니다.
“당신의 부모가 필요하신 물품은
샴푸, 샤워 젤, 빗, 바디로션 등등이니
다음 방문하실 때 갖다 주셨음 합니다."
이런 메모지를 어르신의 방에 붙여놓으면
자기 부모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음 번 방문에 필요한 물품을
사오기도 하고, 돈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옷장 앞에
필요한 물품 리스트가 붙어있음에도
빈손으로 오고 가죠.
사실 목욕용품은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있으니
굳이 보호자들이 사오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러 “필요할 물품”이라고 적어놓지 않아도
자신의 부모에 관심이 있는 자식들은
때마다, 철마다, 올 때마다 이런 저런
목욕용품이나 속옷류를 사다 나르죠.
요양원에 있는 자신의 부모를 위해,
신경 써서 뭔가를 들고 오는 자식도 있고,
올 때마다 빈손인 자식도 있습니다.
이왕에 오는 길,
부모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여 드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자식도 있고,
“얼굴 보여주는 것이 효도다”라는
생각으로 오는건지 올 때마다
빈손으로 와서는 병동 복도에 있는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만
있다가 가는 자식들도 있죠.
(우리 요양원 1층에는 카페도 있는데
카페에 가서 커피나 케이크를 주문하면
돈 들어 갈 까봐 그러는 것인지..)
가끔은 자신의 부모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직원실에
얼굴 빠끔히 내밀고는 자신의 부모가
필요할 물품이 혹시 있는지
물어오는 자식 (특히 딸)들이 있지만,
갑자기 물어오면 직원들은
대답을 못합니다.
어르신 개개인이 필요한 물품을
직원들이 다 꿰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로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직원이 보호자에게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부모가 이런 물건이
있었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꼭 사오세요”하면서 강요할 수는 없으니
권유 형으로 통화를 하죠.
제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엄마를
방문 왔던 자식들에게
요구한 물품도 있었습니다.
새로 오신 할매가 하루 종일 휠체어를
당신의 손으로 끌고 병동을 누비시는데,
당신의 손바닥이 너무 아프다
하셔서 한번 봤더니만,
(양피지 같은 얇은 것이 노인의 피부인데),
그 손으로 하루 종일 휠체어의 바퀴를
돌리시니 두 손이 다 벌건 상태.
할매한테 자전거용 장갑이 하나
있었으면 참 좋을 거 같은데..
동료 직원에게도 직원 회의할 때
“자전거용 장갑”의 필요성을
몇 번 이야기 해 봤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는 거 같지는 않고!
그 어르신의 며느리는
우리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정년 퇴직한 직원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마침 어느 날 오후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시어머니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던 모양인데,
복도에서 나랑 마주쳤죠.
그녀를 보자마자 내가 한 말은..
짐작하셨겠지만!
“다음에 올 때 네가 시어머니를 위해서
자전거용 장갑 하나
사오면 좋을 거 같아.”
일단 필요한 물품을 이야기 한
다음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네 시어머니가
하루 종일 병동 복도를 휠체어로
누비고 다니시잖아.
맨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리시니
당신 손이 아프다고 하시고,
또 워낙 피부도 얇으셔서
장갑을 끼면 좋을 거 같아.”
전직 요양보호사라서 그런지
그녀는 나의 요구에 즉각 응답을 했죠.
며칠이 지나서 근무를 들어가보니
할매는 자전거용 장갑을 끼고
휠체어를 몰고 계셨습니다.
“장갑 끼셨네요?” 했더니만
할매는 장갑 자랑을 늘어지게 하셨죠.
“이거 우리 며느리가 사왔는데,
이제는 손이 안 아파서
휠체어 타기가 너무 좋아요.”
그걸 보고 혼자서 흐뭇했습니다.
엊그제는 또 다른 할매의
아드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당신 어머니가 추위를 많이 타시는데,
목만 감싸도 추위가 덜하니
다음 번에 오실 때 얇은 스카프 같은 거
몇 장 가지고 오시면 좋겠어요.”
건물내 복도에 앉아 계시는데
춥다고 두꺼운 자켓을 입혀드리면
팔을 움직일 때 불편함을 느끼시고,
털 목도리를 해 드리면 식사 할 때마다
두툼한 목도리 가 부담이 되죠.
이럴 때는 스카프가 딱 입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스카프를 몇 장씩 가지고 계셔서
입은 옷에 따라서 매일 다른 색감의
스카프를 해 드리거든요.
나의 말에 할매의 아드님은
고개를 끄떡거렸는데,
며칠 후 근무를 들어가보면
알 수 있겠지요.
그분이 자신의 어머니를
신경 쓰는 효자인지 아닌지는..
올 때마다 맛나는 케이크를
사 들고 와서 먹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매일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품이니
“사다 주십사”하는 직원의 요구 물품은
케이크보다 더 오래오래 내 부모를
따뜻하게 혹은 편안하게 만들어 주죠.
엊그제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가
한 어르신의 보호자인 아드님께
“필요한 물품”을 사오십사 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할매는 정장 한 벌이나 원피스 등
고상한 옷차림을 즐겨하시는데…
문제라고 한다면 예전에 입던 옷들이라
살이 많이 찐 지금은 입기 힘들다는 것.
할매가 직접 옷을 입으실 때는
당신이 직접 살들을 고이 접어서
치마 속으로 꾹꾹 밀어 넣는 것이
수월 했지만, 경련이 몇 번 와서
병원에 실려 가셨었고, 거의 와상 환자에
가까운 지금은 할매의 일상복을
입혀드리고 벗겨드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침대에 있으니 하루 종일
원피스 잠옷을 입으면 될 거 같지만,
와상환자들도 아침이 되면 씻겨 드리고
옷을 갈아 입혀 드리고,
저녁에 되면 다시 또 잠옷으로
갈아 입혀 드리죠.
와상환자인데, 상체는 브라, 슬립,
블라우스 입혀드리고,
아래로는 기저귀 팬티, 팬티 스타킹에
정장 치마를 입혀드려야 합니다.
옷이나 크다면 조금 수월할 거 같은데,
할매는 연세가 드시면서 살이 찌셨고,
할매의 옷은 날씬한 젊을 때 입으셨던 옷이라,
살을 아무리 접어도 작은 옷에
맞추기는 정말로 힘든 상황!
직원 두 명이 붙어도 진땀을 한 바가지는
흘려야 겨우 옷 입혀드리기가 끝이 나죠.
간호사가 할매의 아드님께
전화를 드리면서 표현한 할매의 옷은
“코스튬”
간호사 옆에서 통화를 듣고있던 직원들은
할매의 (꼭 죄는 고상한 정장)옷을 “코스튬”이라
표현한 간호사의 말에
모두 뒤집어졌습니다.
“당신 어머니가 지금은 직원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시는 상황이라
옷을 입혀드리고 벗겨드려야 하는데
지금 갖고 계신 “코스튬”은 불편하니
입고 벗을때 편안한
트레이닝 바지 3개랑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면 셔츠도 몇 개 사서
보내 주시고, 잠옷도 넉넉한 사이즈의
원피스형으로 7개 정도 보내주세요.”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자신의 어머니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 아들이지만
간호사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는
할매의 아들.
“우리 엄마는 한 평생 정장에
엘레강스한 옷만 입으셨던 분이시라
트레이닝 바지나 면 셔츠
이런 건 절대 안 입으실텐데요?”
아드님도 자신의 엄마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이런 대답을 했지만, 간호사도
전화를 한 목적은 달성 해야죠.
“일단 옷을 사서 보내주시면
입혀 드리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께요.
일단 옷을 입혀 드리기 편해야
저희도 일하기가 수월하고
당신 어머니도 편안 하시죠.
지금 이런 상황에 당신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옷으로는 불가능해요.”
R부인의 아들은 간호사가 부탁한 옷들을
사 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있는 아드님이
병동에서 요구한 옷을 사오지
않을 시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옷들을
모아놓은 방에 가서 할매께 맞을 만한
옷을 몇 개 가져다가 입혀드리지 싶습니다.
보통은 가족들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필요한 옷을 살수 없는 어르신의 경우에만
“돌아가신 분들이 옷들을
모아놓은 방”에서 옷들을 꺼내 오는데,
자식이 있어도 당장에 필요한 것들을 조
달해주지 않으면 직원들의 결정에 따라서
사용하게 되지 싶습니다.
요양원에 자신의 부모를 맡기신 분들은
가끔 요양원에서 전화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때로는 뜬금없어 보이는 물건 일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 엄마 취향이 아닌 물건”일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전화를 받으셨다면,
혹은 방문 시에 직원이
“이런 물건이 필요 하시다”했다면
다음 번 방문에는 잊지 마시고,
꼭 사가지고 가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어머니의 일상이 편안하고
더 안락해질수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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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스트리아 요양보호사의 근무중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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