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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성기는 있다

by 프라우지니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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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해 첫날 포스팅하는 이 글이

어떤이에게는 희망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슬플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자신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그사람의 마음만 본다면

충분히 행복할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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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무를 들어갈 때마다

내 눈에 띄는 한사람을 보며 드는 생각.

 

인생의 전성기

 

그는 지금 인생의 전성기를

요양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요양원 직원인줄 알았습니다.

 

요양원 주변을 다니면서

허드레 일을 하고,

심지어는 각 방에 고장 난 전구까지

바꿔 끼우러 요양원 건물을 누비고 다니죠.

 

직원처럼 보이는

M의 외모를 살짝 보자면..

 

70(혹은 80?) 중반 정도 된 거 같은데,

키는 여자인 나(땅딸)만하고,

몸도 통통하고,

돋보기 같은 안경을 쓰고 다니면서

끼룩끼룩~”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니죠.

 

외모로 보자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키 작고,

평범하고, 통통한 몸매에

돋보기를 쓰고 다니는 할배입니다.

 

! 말도 겁나게 많이 하는군요.

쉼없이 이야기를 하죠.

 

 

 

나는 M을 요양원의 관리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듣게 된

그에 대한 한마디.

 

저 사람도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야.”

 

뭐시라? 정말이야?”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손하나 까딱 안 하십니다.

 

혼자 씻으실 수 있음에도

일부러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

직원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

직원처럼 일을 하다니..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요양원에 공짜로 살면서

일을 해주나 부다..”

 

생각 해 보니 이건 말이 안되는 사실.

 

요양원에 내야 하는 돈이

한달에 거의 3,000유로인데,

요양원에서 한달 뼈 빠지게 일해도

3,000유로를 버는 건 불가능.

 

모르겠네요.

요양원 원장 정도 되면 실수령액이

한달에 3,000유로 되려나? (안될 걸?)

 

그렇게 요양원 안팎을 바쁘게 다니면서

일을 하던 그 M이 어느 날부터

꽤 화려한 차림의 할머니 손을 잡고

요양원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할머니의 외모를 보자면..

 

고생 같은 건 모르고 잘 사셨구나.

 

요양원에 사시는 할매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그저 그냥 평범한 일생을 사셔서

요양원에서도 눈에 뛰지않는

평범한 운동복 옷차림이신 경우와

좀 사셨던 분들은 스타일 자체가

다르십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영국 여왕 스타일?

 

머리는 구르프로 말아서

헤어 스프레이로 고정한 스타일로!

 

1주일에 한번 목욕을 한 후에

구르프를 직접 말아주는 직원이

가끔 (저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말려주니

보호자들 중 몇몇은 요양원 1층에 있는

미용실에 정기적으로

예약을 걸어 놓고

(자신의 엄마가)

목욕하는 날에는

머리는 감지기 말라는

주문을 해 오죠.

 

그렇게 1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주고,

구루프 말아 스트레이 잔뜩 뿌려서

힘이 팍 들어간 귀족스타일로

세팅을 하고 다니는 부류는

젊을 때도 나름 고상하게

사셨다는 이야기죠.

 

 

 

요양원에서 영국 여왕 스타일의

헤어 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할매가 있다면 그분은 젊을 때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연세가 드신 지금도 그분의 자식들이

자신의 엄마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시키기 위해 지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유도 있고, 돈도 있고,

교양도 있고, 등등등.

 

70대인 지금까지 노총각으로 소문난

M이 어느 날 귀부인 같은

할매 손을 잡고 다니면서

요양원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게 났었습니다.

 

“M이 요새 연애한다고!”

 

귀부인 할매는 중증 치매시라

누가 손을 내밀면 잡고는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오리처럼

하루 종일 따라 다니죠.

 

그런 치매 할매에게 M이 손을 내미니

할매는 하루 종일을

M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M은 귀부인 치매 할매 손을 잡고

건물 내에도 다녔지만, 건물 앞의 공원도

자주 산책을 다녔습니다.

 

전에는 요양원 안팎으로 일을 찾아서

부지런히 다녔는데,

귀부인 할매 손을 잡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요양원 직원 코스프레는 때려치웠죠.

 

허름한 차림의 M이 잘 차려 입으신

귀부인 할매 손을 손을 잡고 다닐 때마다

M은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항상 싱글벙글 웃고 다니곤 했죠.

 

 

 

그런 M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

 

인생의 황혼기인 70(혹은 80)

요양원에서 M은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있구나.”

 

누구에게는 참 쉬운 연애인데,

그걸 못해서 모태 솔로인 경우도 있고,

할배가 되도록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한 상태로 요양원에

경우도 있죠.

 

실제도 우리 요양원에 꽤 많은

싱글 할배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젊을 때 누군가와

사랑한 적이 있다고 했지만,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혼자였던 할배들도 많죠.

 

M도 후자 라고 알고 있었는데..

 

평생 하지 못할 거 같았던

사랑을 요양원에서 하게 되다니..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이

상호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치매 할매는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상태라 자신과 하루 종일

함께 하는 M의 외모나 인간성,

성격 같은 걸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죠.

 

그저 누군가 손을 잡아주니

그 손에 이끌려 하루 종일 다니는 거죠.

 

귀부인 할매가 제정신이었다면,

M같은 스타일은 거들떠도

안 봤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M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전부이니

아침에 눈뜨면 저녁에 잠들 때까지

M과 함께 하죠.

 

 

 

고상한 귀부인 할매 손을 잡고 다니며

행복해 하는 M을 보면 그에게 있어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입니다.

 

작은 키에, 외모도 호감형이 아니라

젊을 때는 어느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평생을 혼자 살다가

함께 할 가족이 없어서

요양원에 왔는데 인생의 황혼기에

손잡고 다닐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요양원을 오가며 활짝 웃고 다니는

M을 보면서 그가 오래도록 행복하길,

그의 전성기가 조금 더 길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자기 인생의 전성기

지났음을 아는 사람도 있고,

지금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가진 것 없어서 삶이 힘들고,

거기에 별볼일까지 없는 인생이라

전성기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사는 삶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삶을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전성기가 찾아옵니다.

 

요양원에서 맞는 M의 전성기가

어떤 이는 슬프다 할수도 있겠지만,

M의 얼굴을 실제로 보신다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아실 겁니다.

 

M은 요새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사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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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 시설입니다.

 

https://youtu.be/koLyrjTPW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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