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근무를 들어가보니
직원들이 보는 방명록에 K부인이
돌아가셨다는 짧은 메모가 있습니다.
“K부인 아침 9시 45분경에
숨이 끊어진 채로 침대에
누워 계신 것 발견”
잠자다가 편하게 가셨던 것인지..
2인실을 같이 사용하고 계신
H부인의 몸을 씻겨드리는 아침 간병을 갔던
직원이 돌아가신 K부인을 발견하고
동료 직원들에게 알렸던 모양입니다.
이날 출근해서 저처럼 K부인의
사망소식을 처음 알게 된 직원들의
반응은 나와 다르니 않았습니다.
“잘됐네.
그렇게 가시고 싶어 하시더니만,
이제는 편안하시겠네.”
누군가의 죽음이
항상 슬픈 건 아닙니다.
특히나 요양원 같은 경우는
이제는 죽고 싶다는 분들이 많죠.
어떤 부인은 남편이 먼저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자살 시도도 몇 번 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고,
혼자서 살 능력은 안되어
요양원에 오셨는데,
이 분이 입에 달고 사시는 말은
“이제 숨을 그만 쉬고 싶어.”
필요한 도움을 드리라고
요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을 하지만
“숨을 그만 쉬고 싶다 (=죽여줘)”
하시는 분은 도와 드릴 수가 없습니다.ㅠㅠ
그외 “이제 살만큼 살았다.
(=그만 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양원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자고, 먹고, 싸고, 또 자고, 먹고, 싸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시는 분들에게도
심심해서 죽을 거 같은 요양원의 하루인데,
입만 살아있지 다른 것은 스스로
해결 하지 못 해 직원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 분들에게는
더 절망스러울 수 밖에 없는 하루하루죠.
http://jinny1970.tistory.com/2733
그렇게 “죽여달라”,”죽고 싶다”,
“이제는 숨을 그만 쉬고 싶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단어를
이용해서 죽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대시던
K부인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모든 직원의 반응은 같았습니다.
“잘됐다.”
보통 요양원에서 누군가가 돌아가시면
바로 보호자들에게 연락을 하고,
사망자의 시신은 당일이나 늦어도
그 다음날은 장례업체에서
관을 가지고 와서 사망자를
모셔 가십니다.
사망자의 짐들도 마찬가지로
돌아가신 날, 당일에 짐을
챙기러 오는 보호자도 있지만,
며칠 있다가 오는 경우도 있죠.
K부인의 경우는 이틀이 지나서
K부인 따님이 딸을 대동하고 와서는
K부인이 사용하시던 옷장이랑 서랍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가지고 갔습니다.
평소에 안면이 있던 K부인의 따님과
잠시 이야기를 했었는데,
따님도 직원들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렇게 살기 싫다고 하시더니만,
이제는 조금 편안해 지셨겠지.”
K부인의 삶을 돌아 보면
참 힘든 한 평생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전쟁 중에는
K부인의 집 주변에 주둔하던 연합군(이태리군)이
동네 처녀들을 다 겁탈했고,
어린 딸은 내놓으라며 K부인의 집에
쳐들어와서는 딸은 내놓지 않는다고
엄마를 총으로 쏴 죽였고!
그렇게 도망 나와서 5살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 얻은 3명의 딸 중
하나는 어릴 때 병으로 먼저 보냈고,
또 하나는 20살 꽃다운 나이에
사거리 교통 사로로 가버렸고,
하나 남은 딸과 그녀의 자식들이
시시때때로 K부인을 방문 했었지요.
“젊을 때도 할아버지는 젠틀맨인데,
할머니는 원래 고약한
성격이었다고 하더라.”
는 손녀의 증언을 봐서는 K부인은
천성이 어진 분은 아니신 듯 했죠.
http://jinny1970.tistory.com/2952
하긴, 나와도 문제가 있기는 했네요.
이 분한테 실망을 해서 몇 달 동안
이 분의 얼굴을 쳐다보고
진심으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방을 사용하시던 5살 연하의
남편이 먼저 돌아가실 때도
K부인은 참 냉정 했습니다.
할배는 삶의 마지막 단계라
숨도 힘들게 쉬시고,
물도 삼키지 못하는 상황인데,
할매는 그 옆에서 당신 앞으로
나오는 식사도 다 하시고,
잠도 편안히 주무시고,
바로 옆 침대에 누워계신
당신의 남편이 당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셨었죠.
당신과 한평생 삶을 함께했던
남편이 숨을 놓는 순간에도
K부인은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심지어 울지도 않으셨습니다.
중증 치매도 아니신 분이
어떻게 저러실 수가..싶었죠.
할배가 먼저 돌아가시고,
그 방에 들어온 새로운 할매에
대해서는 엄청난 시샘을 하셨습니다.
새로 오신 R부인은 와상 환자로
정신은 멀쩡한데, 온 몸은 사용 하실 수
없으신 분이라 직원들이 씻겨 드리고,
음식도 먹여 드려야 했죠.
K부인은 이걸 시샘 하셨습니다.
당신한테는 아침, 저녁으로 와서
필요한 도움만 잠깐 주고
사라지는 직원들이,
옆에 있는 R부인에게는
(씻겨 드리고, 하루 세끼 먹여 드리고,
기저귀도 하루 3~5번 갈아야 하니)
엄청 자주 와서 들여다 보고
말도 걸어주니 부러우셨던 거죠.
당신은 천천히 이긴 하지만
화장실도 다니시고,
밥도 스스로 먹을 수 있다는 걸
감사하기 보다는,
모든 일에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는
와상 환자인 R 부인을 샘내고,
R부인과 비교해서 당신의 삶에
대해 투덜거리기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한 방을 사용하시면
대화하는 시간이 많으니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죠.
K부인은 자신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살아온 R부인을 질투하셨죠.
늦은 오후에 K부인의 다리에
연고를 발라 드리려고
그 방에 들어가니 옆에 R부인이
누워 계신데, R부인도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말씀하셨죠.
“옆에 있는 R부인 있잖아.
아 글쎄 젊을 때도 아주 잘
살았다고 하더라구.
무슨 놈의 삶이
저 사람은 한평생 편안 한데,
왜 내 삶은 이 모양인지 모르겠어.”
K부인은 와상 환자로 지금은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R부인의 현실이 아닌
그분이 살아오신 삶이 자신보다
훨씬 더 넉넉한 것이 부러우셨던 모양입니다.
아니, 와상환자지만 직원들이
자주 들여다보는 그분의 현재의 삶도
부러우셨는지도 모르겠네요.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와상 환자의 삶이
정말 부러울 수 있을까?
싶으실 수도 있지만..
K부인은 충분히 그러실 분이시죠.
당신이 가진 것보다는
당신이 갖지 못한 남의 것을
더 많이 부러워하고, 시샘 하고,
질투 하셨던 분이시라
하루에도 열 두번씩 직원들이 와서
들여다 보는 와상 환자 R부인이
직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죠.
90살 넘어 허리는 꼬부라졌지만,
멋진 외모에 젠틀까지 하셔서
항상 K부인을 챙겨 주시던 5살 연하 남편과
백년해로 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부러워할 삶이셨고,
(또 감사할 삶이었는데..)
백 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당신 스스로 씻고, 먹고, 볼 일 보시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시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셨던 분.
이제는 누구와 비교하면서
당신의 삶을 힘들고, 지치고,
고생스러웠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시겠지요?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긍정적이고
평안한 삶을 사셨다면..
“힘든 삶이었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행복한 삶이더라”고 하셨더라면..
같은 방을 사용하셨던 와상 환자,
R부인을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
측은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다면..
나에게 다른 직원의 험담이나
요양원에 대한 불편을
조금 덜 하셨더라면..
그랬다면 내가 일하는 동안 만났던
“참 좋으신 분”으로 내 기억 한 켠에
자리를 했을 텐데,
나에게는 참 많이
아쉬운 그분에 대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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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내가 갖지 못한것을 불평하기보다는
내가 가진것 안에서 만족하고
또 행복을 찾는 방법을 찾으시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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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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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는 오스트리아의 지역축제인 크람푸스 퍼레이드.
착한일을 한 아이에게는 산타가 선물을 주지만,
나쁜 일을 한 아이에게는
무서운 크람푸스가 찾아와서 때리죠.
(맞으면 정말로 아픈 회초리를 들고다닙니다.)
예쁜 마음으로 한해를 마감하시고, 또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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