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참 다양한 종류의
부탁들을 내가 하게 되고,
또 들어주게 되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요새 많이 받는 건
근무를 바꿔달라는 요청.
내가 흔쾌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들도 있지만, 나는 싫은데
어쩔수없이 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죠.
애초에 근무를 바꿔줄 마음은
없었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근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기분 좋게 바꿔준 경우는 몇 번 있습니다.
“딸내미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온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런
방문을 하겠다고 하는데,
멀리 사는 딸이 엄마에게
간만에 손주를 보여주겠다는
기회를 뺏을 수는 없죠.
이런 경우는 근무를 바꿔줍니다.
그냥 대놓고 근무를 바꿔 달라고 해서
그날 당사자의 근무표를 보면
자기가 일하기 싫은 층이나 힘든 층에
배정된 경우 바꾸려고 하는
황당한 경우들도 있죠.
http://jinny1970.tistory.com/2693
자기도 일하기 힘든 층인데
다른 직원은 덜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만 편하면 되지!”정신으로 사는
한심하고 이기적인 인간도 있죠.
나는 근무를 바꿔야 하는 경우
동료에게 부탁하는 경우,
다짜고짜 “바꿔줘”가 아닌
상황을 설명하는 편입니다.
그냥 “바꿔줘”하면 “싫어”할
가능성도 있지만,
나의 상황을 설명하면 동료들도
이해를 하니 기분 좋게 바꿔줄 수도 있죠.
최근에는 남편이 휴가를 가겠다고
잡아놓은 스케줄 때문에 동료와
근무를 바꾼 적이 있습니다.
근무를 못 바꾸면 휴가를 못 가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동료가 “휴가 잘 다녀오라”하며
아주 흔쾌히 바꿔줘서 참 많이 고마웠죠.^^
해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 사람의 상황을 들어보면 이해가 되니
해주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나 또한 동료들이 내 사정을 듣고
근무를 바꿔준 경우가 있다 보니
동료들의 부탁을 그냥 매몰차게
뿌리치지는 못하지만 해주면서도
내 마음이 내켜서 하는 것이 아닌
동료의 상황때문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죠..
주 20시간 근무하는 저는 한달에
대충 82시간정도 일을 해야하죠.
하루 10시간을 근무하는 요양원이라
저는 한달에 8번 정도 출근.
대부분의 직원이 선호하는
근무는 이틀 연속 근무.
저도 이틀 근무를 선호하는데,
1월에는 연속 3일 근무가 걸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3일차인 9일에는
오전 근무라 오후 1시에는 근무가 끝나니
그래도 괜찮겠다 싶었던 1월 근무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동료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자기가 고향인 터키에 가는데,
자기가 부탁한 날을 쉐핀(병동 책임자)가
까먹고 근무를 배정했다고
바꿔달라는 부탁인데,
그녀가 바꿔달라고 하는 날이
나에게는 마땅치 않습니다.
이틀 연속 근무하는 날인
26일을 자기에게 주고,
나는 11일에 일하라는 겁니다.
그날 자기가 꼭 근무를 바꿔야 한다고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이틀 근무 날의
하루를 빼서 자기에게 주고,
나는 11일에 일 하라는 부탁인데,
이건 들어주기 쪼매 거시기 합니다.
보통 이틀 근무하면 한 이틀 정도
쉬어줘야 다시 일할 마음이 나는데,
나는 3일근무 끝내고 하루 쉬고는
다시 11일에 일을 하라니 이건
내 몸의 컨디션을 생각해도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디..
특히나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는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디..
그냥 싫다고 하면 되지만,
그러면 너무 정 없어 보이니
나름대로 이유를 댔습니다.
미안하지만 너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거 같아.
3일 연속 근무를 하고 나면
며칠은 쉬어줘야 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중년이잖아.
(나는 50대, 그녀는 30대)
이 말은 참말입니다.
3일 연속 근무를 하면 적어도
이틀은 쉬어줘야 내 몸이 회복을 하죠.
그런데 3일 근무하고 하루 쉬고
다시 일을 하라니 이건 안될 말이죠.
동료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 몸을
먼저 챙겨야 하는 거죠.
이정도 하면 그녀가 이해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만만치 않는 상대.
바로 역공을 날립니다.
“너의 상황은 너무 잘 이해하지만
다른 날은 다 근무를 바꿨고,
이제 11일만 바꾸면 되는데,
그날 바꿔줄 사람이 너 밖에 없어.”
“근무 교환을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니..”
나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내가 근무를 바꿔주지 않으면
터키에서 제대로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날 원망하겠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내가 안 바꿔주고 싶어도
바꿔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간만에 자기 고향에 간다는데,
그깟 근무 하나 안 바꿔준 인색한
동료라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건
(이건 별로 무섭지 않지만)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고,
대놓고 나밖에 없다고 하니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바꿔줘야 하는 상황.
그렇게 저는 어쩔수 없이 근무를
바꿔주고는 1월 둘째 주는 11일 일하고,
하루 쉬고 13일 일하는
샌드위치 데이를 갖게 됐는데..
이번에는 나의 멘토 이자
그녀가 부탁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안드레아가 부탁을 해옵니다.
나의 31일 근무를 자기의
15일 근무와 바꿔달라고!
이건 망설일 필요없이 바꿔주고 보니
나는 정말로 3일 근무를
3단 샌드위치 데이로 일하게 됐습니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하는 것이
이틀 근무하는 것보다
심하게 번거로운데..
날 출,퇴근 시키는 남편에게도
참 번거로운 일인데..
(코로나로 재택근무 한지 거의 2년,
이 기간 동안 남편은 마눌을 출,퇴근
시키는 자가용 운전수로 활약중입니다.)
두 번의 근무를 바꿔주고 보니
참 쉽지 않는 나의 1월 근무표.
보통은 이틀 연속 근무 4번만 하면 되는데,
이번 달 근무는 웬 샌드위치가 이리 많은지..
근무표를 보고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이번 달 근무표는 왜 이래?”
보통은 이틀 근무가 정상인데,
갑자기 찢어진 날짜들을 보니
남편도 당황했나?
근무를 바꿔주니
나는 불편한 샌드위치가 됐다고 하면
남편의 융단 + 폭격 잔소리를
날릴 거 같아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따로 떨어진 하루 근무가
4개씩이나 있으니
날 출퇴근 시키는 남편에게도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날씨만 좋다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수도 있으니 상관없고!
남편이 마눌을 출퇴근 시키는 이유도
마눌의 “해 줘”가 아닌 자신의
자발적인 행동이므로
강제성은 없는 일이니 싫다고 하면
내가 알아서 출퇴근 하면 되죠.
내가 강제적으로 근무를
바꿔줘야 했던 내 터키 동료는..
(나중에 들어보니
친척, 가족 방문의 이유가 아닌
남친이랑 터키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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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는 터키로 여행을 가고, 나는 오스트리아 국내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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