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병동 사람들은 모이면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나도 외국인 신분이라 남의 일 같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그녀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가
내 생각보다는 심히 심각합니다.
요즘 말이 많은 사람은
우리 병동의 한 실습생, F죠.
실습 1년차가 넘으면서,
“간호조무사 시험”까지 치뤘고,
이제 곧 직업교육을 마치는 모양인데,
그 실습생을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동료들이 꽤 회의적입니다.
나의 실습생 시절 나의 멘토 이자
선생님이기도 했던 안드레아.
지금은 동료로 근무를 하지만,
나에게는 영원한 멘토이죠.
원래 남의 이야기를 잘 하지않는
그녀에게서 처음 듣게 된 F 이야기.
(안드레아가 다른 동료들이랑 하는
이야기를 그 옆에 있는
내가 주어 듣게 된거죠)
“난 F와 함께 근무를 하라면 못할 거 같아.
안돼! 힘들어!
(어르신들)말도 못 알아듣고,
일단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은 직원들도 없어서 직업교육을
마치면 당연히 다 직원으로
고용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는지는
전혀 몰랐던 일이죠.
문제는 우리 요양원의 인사부장이
몇 달 후 F를 직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모양인데, 거기에 대해 병동의
직원들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죠.
내가 아는 그녀에 대한 정보는 극히 일부죠.
“8년 전에 이란에서 두 딸을 데리고
난민으로 오스트리아에 입성했다는
40대 후반의 아낙. 남편도 그 당시에
사망을 해서 혼자 두 아이와
오스트리아에 와서 정착을 한 거죠.”
나는 외국인 직원인데다가
실습생을 데리고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앉지만, 가끔씩 실습생을
꼬리에 달고 일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실습생은 보고 듣는 것이
다 공부이니, 다양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라는 나에게도
실습생을 붙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죠.
독일어 완벽하지 않는 외국인 직원이지만
나름의 친화력과 또 적응력으로
근무를 하니 이것도 같은 외국인 실습생이
옆에서 보면 도움이 되겠죠.
나도 F와 함께 일한 적이 있기는 한데..
F는 유난히 질문이 많은 실습생이었습니다.
쓸데없는 것들도 다 질문을 해서
“조금 튀는 성격이다”싶었지만,
같이 근무를 해도 나에게 딸려있는
실습생이 아니니 나와 부딪히는
일들은 거의 없었죠.
단지 그녀가 참 말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말이죠.
(근무시간에 일보다 수다를
더 많이 떤다는 이야기죠)
원래 외국인 직원을 받아들일 때마다
이렇게 말이 많았는데
나만 몰랐던 것인지..
내가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이
되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말이 많았는지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병동에 지금은 외국인 직원이 몇 있지만,
내가 정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2017년에도 외국인 직원이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그들은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어서 독일어 버벅이는
최초의 외국인 직원은 나였죠.
내가 일하면서 내 뒤로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저씨가 들어왔고,
콩고 출신의 도우미가,
그 뒤로 볼리비아 출신의 아줌마와
필리핀 출신의 아줌마까지 왔죠.
나도 외국인 직원이지만,
근무에 들어갔는데 온통 외국인 직원과
근무를 해야하는 현지인 직원을 보면
“참 짜증나겠다”싶을 때도 있습니다.
대놓고 외국인을 싫어하는 S,
나도 몇 년간 그녀와 함께 근무가
걸리면 참 많이 불편했었죠.
나에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닌데
괜히 불편한 사람이 바로 S였죠.
어느 날 출근해서 근무표를 봤는데,
외국인 대놓고 싫어하는 그 S가,
아프간 아저씨랑 필리핀 아줌마랑
거기에 볼리비아 아줌마까지!
외국인 대놓고 싫어하는 S가
외국인 3명과 하루 종일 함께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을 제 3자인
내가 봐도 참 쉽지 않겠구나 싶었죠.
대놓고 “너 싫다”고 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싫음”을 표현하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도
절대 모를 리는 없을텐데..
다른 외국인 직원을 보면 그걸 모르더라구요.
역시나 한국인의 눈치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됐죠
우리 병동에 태도 심각하게 불량했던
필리핀 출신 실습생도 직업교육이 끝나고는
바로 직원으로 받아들여서 F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http://jinny1970.tistory.com/3225
이란 아줌마, F가 정직원이 되는
과정은 심히 험란해보입니다.
특히나 그녀를 평가하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반전이 있었죠.
그녀의 멘토가 아닌 내가 볼 때는
그녀는 일보다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하는 거 같던데..
그녀가 직원과 함께 일할 때는
무지하게 “하는 척”하는 모양입니다..
환갑을 넘긴 아저씨 동료,
P의 말은 가장 히트였죠.
“내가 어르신 간병 해 드리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F가 마구 설레발을 치면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더라,
내가 “너는 다른 방에 가봐라”고
했는데도, 안 가고 내가 하려는 일을
자기가 하겠다고 마구 나서더라.
나한테 엄청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았는데,
그것이 가식 같아 보였어.”
또 다른 이야기도 들었네요.
졸업을 앞두고는 참 많은 평가가 있는데,
F는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으려는지..
http://jinny1970.tistory.com/1973
요양보호사 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해야하는 프로젝트.
어르신들과 가벼운 운동이나
요리등 여러가지를 한 후에 그것을 작성해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 마지막 시험이죠.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끝낸 프로젝트를
완벽주의자 남편 손에서
30번의 수정을 걸쳐서 대단한
작품이 하나 나왔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2010
현지인 남편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서
“지금까지 이렇게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본적이 없다”하지는 않을 텐데..
아무튼 남편 덕에 저는 특 1등급에
해당하는 졸업시험을 치뤘죠.
F는 이란에서 왔고, 또 그녀의 아이들이
오스트리아 학교 8년차라
엄마보다는 훨씬 더 독일어를 잘한다고 해도
직업교육 학교의 졸업 프로젝트인
독일어를 봐주는 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F는 이걸 동료들에게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작성한 프로젝트의 교정을
동료들에게 부탁했던 모양인데,
교정이라는 것이 쉽지도 않고,
현지인이라도 해도 대부분은 중졸이라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폭도, 문법 수준도
일상생활에서나 가능한 정도이죠.
현지인 직원들이 작성한 일지를 보면
중간에 스펠링이 틀린 것들이
엄청 많습니다.
모국어이니 말은 하는데,
실제로 글을 쓰거나 하면 자신의 실력이
뽀롱나는 사람들이 꽤 많죠.
물론 실력으로야 외국인보다는
훨씬 더 나은 수준이지만,
교정을 부탁 해 오니 교정을 봐줘야 하는
부담감은 상당히 높겠죠.
직원들은 그녀가 하고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말도 안되고…”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왔는데,
어떻게 도와야할지 전혀 손을 댈 수가
없다는 의미인지, 하긴 친하지도 않는
외국인 실습생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교정을 봐줘야 하는 것이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선행이죠.
지금까지 F의 평가를 들어보면
동료들은 그녀를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에게 물은 적도 없고,
나는 동료들의 근무중 주고받는
이야기만 들었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
일을 해야하는데, 동료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계속해서
거절을 한다면 그녀는 과연 어디로 가야할지..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될지
그녀의 미래가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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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의 지난 크리스마스 데코입니다.
지금은 2월에 있을 카니발에 맞춰 데코가 되어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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