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이 요양보호사이다 보니
가끔 유튜브에서
한국의 “요양보호사”
관련 영상이 올라오면 한번씩 보게 됩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로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은 아닌데..”
요양보호사는 집으로 불러서
일을 시키는 도우미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요양보호사
(특히 방문요양)가 도우미처럼
집안 일까지 하던데,
요양보호사가 파출부보다
더 비용이 저렴해서 파출부 대신에
요양보호사는 부르는 걸까요?
오스트리아의 요양보호사의
주된 업무는 간병이 필요하신 분의
신체를 접촉하는 일이죠.
오스트리아에서는 방문 요양도
세개의 직업군이 움직입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도우미가
제각기 하는 일이 다르죠.
간호사는 집을 방문해서
(어르신이 드시는)
약 관련된 것을 확인하고,
몸에 난 상처를 봐주고,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고
의사에게 필요한 연락을
취하는 의료인이고,
요양보호사는 매일 아침,
저녁 어르신을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 입혀 드리면서
몸에 난 상처나 특이사항을 확인하고,
혼자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은 식사를 먹여드리죠.
대체로 어르신의 몸을
만지는 일을 주로 합니다.
도우미들은 집의 청소나,
장보기, 음식 같은 걸 하고,
아주 가벼운 도움이 필요하신
(혼자서 결정이 가능하신)분을 돕죠.
가령 옷을 입는데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나, 산책 정도?
도우미가 집안의 전반적인
일을 하기는 하는데,
청소나 장보기 정도이지
요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왜? 오스트리아는 집에서
요리를 못하시는 분들에게
끼니마다 음식을 배달되는
서비스가 있죠.
집에 사시지만 방문 요양을 받으시는 분들은
매 끼니 집으로 배달되는 음식을 드시죠.
한국의 요양보호사와 외국의 요양보호사는
사람들이 그 직업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차이가 있죠.
한국에서는 “우리 집에 와서 혹은 요양원에서
사시는 내 부모의 몸을 씻기고,
청소를 하고, 빨래도 하면서
우리 부모 밥을 먹여주는 사람?”
하나의 직업군으로 존중 받기 보다는
그저 "일자리 구하기 힘든 중년 아줌마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죠.
요양보호사한테 집에 와서
김치를 하고 김장을 하라니..
이게 말인가요 막걸린가요?
제가 사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요양보호사는 2년의 정규 직업
교육 과정을 마쳐야 합니다.
2년동안 1200시간의 이론과
1200시간의 실습(병원/요양원/데이 센터)
시간을 마쳐야 하고
직업 교육 중에 간호 조무사 (국가고시)와
요양보호사 (연방정부 고시) 자격시험을
합격해야 하죠.
직업교육 중에 보게 되는 수많은
시험에서 3번 낙제를 하면 더 이상
직업교육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포기를 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직업교육 자체는 정말 빡셉니다.
이론 공부 하면서
(병원, 요양원, 데이 센터에)
실습도 다녀야 하고,
학기 별로 15번 정도씩 치뤄야 하는 시험들.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는 과정이라
외국인에게는 그보다 몇 배
더 힘든 교육입니다.
거기에 비해서 도우미 직업 교육은
8개월동안 이론 400시간/ 실기 400시간
(총 800시간)이
걸리는 아주 가벼운 직업 교육이죠.
한국의 요양보호사는 교육 시간으로
따져보자면 이곳의 도우미보다도
빈약한 교육 기간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도우미 교육 과정에도
간병이 필요한 어르신을
씻겨드리는 등의 과목은 있죠.
어쩌면 이곳의 도우미가
한국의 요양보호사 교육보다
어떤 면에서는
체계적이니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 갔을 때 혹시나 하면서
따놓은 “요양보호사 직업교육 과정”은
이론 240시간에 실습 240시간이었죠.
물론 이건 해외에서
어떠한 인정도 받지 못합니다.
문서상으로도 어떤 과목을
어떤 성적으로 수료했는지
증명이 불가능하죠.
(물론 제 경우입니다.)
내가 받았던 직업교육이라는 것이..
이론 시간에는 어디서 기도원을 한다는
목사님이 오셔서 직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거의 수다에 가까운 이야기만
하시다 가셨고,
실습이라고 나갔는데
의정부의 네모난 건물 안에 있던
요양원에서는 여자 어르신의
거시기를 씻긴다고 차가운 목초액을
성기 부분에 칙칙 뿌리고는
닦아내는 것을 봤었고,
나치 수용소도 아닌데
여자 어르신이 목욕하는 날에는
홀딱 벗은 할매들을 목욕탕에 한 줄로
세워놓고 한꺼번에 씻겨드리는 걸 봤었죠.
(한국의) 방문 요양도
요양보호사가 파출부도 아닌데
4시간씩이나 어르신의 집에서 머물면서
어르신을 위한 요리를 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등등등.
한국의 “요양보호사”는
정말로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이 아닌 “도우미”일을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방문 요양은
15분 단위로 신청을 합니다.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정말로 필요한 간병만 하죠.
가령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 입혀 드리고,
와상 환자라면 씻겨서
옷을 입혀드린 다음에
휠체어에 앉혀 드리는 것까지만
하고 나오죠.
이것만 해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렇게 침대에서 나오신 분은
하루 종일 앉아 계시다가 저녁에 다시
요양보호사가 방문해서 옷을 갈아
입혀드리고 침대에 눕혀드립니다.
어떤 분은 압박스타킹을 혼자 못 신으시니
방문해서 압박스타킹만 신겨드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죠.
정말로 그분이 필요한
서비스는 딱 그것이니 말이죠.
방문 요양은 정말 고객이
필요한 것만 해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고 요금이 비싼 것은 아닙니다.
이것도 생활 수준에 따라서
지급하는 비용이 다른데..
정상 요금이라면
시간당 30유로 이상이지만,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계층에 따라서
시간당 2유로가 안되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시간당 8유로 정도죠.
시간당 8유로니
몇 시간씩 불러서 집안 일을
시켜도 될 거 같지만,
간병 신청은 15분 단위로 접수가 됩니다.
도우미들은 조금 더 길게
신청할 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양보호사 같은 경우는
15분 단위로 요금이 청구가 되죠.
만약 20분 머물렀으며
15분이 지났으니 30분 요금이
청구가 되겠죠.
사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저렴하지만
그렇다고 사용자가 마음대로
몇 시간씩 신청하지는 못합니다.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그 집을
방문해서 “해야 하는 일”만 하는데
필요한 시간만큼만 머물 뿐이죠.
한국의 방문 요양을 다니는
요양보호사들의 영상을 보면
그들은 이름만 요양보호사인
도우미이며 파출부입니다.
사실 요양보호사가 4시간씩
고객의 옆에 있을 수도 있지만,
집안 청소나 빨래 등을 하는
파출부 일이 아닌, 정말로
고객에게 필요한 일들,
씻겨드리고 옷을 입혀드리는 간병이나
혼자서는 어려운 산책, 장보기 등을
하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는 맞춤서비스라면 제대로 된 “
요양보호사”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요양보호사를 우리 집의
허드렛일 하러 오는 파출부
혹은 도우미가 아닌,
몸이 불편한 내 부모님,
오직 한사람의 고객을 위해 방문하는
직업인으로 사회적 인정이 된다면,
한국의 요양보호사들도 대우받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갖고
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가진
외국에서 한사람의 직업인으로
인정 받으면서 일하는 1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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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의 12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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