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과정의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시작하면서 우리 요양원에
“실습생” 명찰을 달고 입장한 사람들 중
직업교육이 끝나는 동시에
“정직원”으로 일을 하게되죠.
제가 실습생에서 정직원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 때만 해도
모든 실습생이 다 정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존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있어서
교육이 끝난 실습생을 다 정직원으로
받아줄 수 없는 것이 연방 정부의
관리를 받는 요양원의 방침이었고,
그래서 실습생중에서도
정말로 일을 잘하는 몇몇만 추려서
정직원으로 받아 들였죠.
내가 정직원이 되던 4년전만 해도
일도 잘해야 했지만, 운도 따라야 해서
직업 교육을 마칠 때쯤에 그만두는
정직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정직원 되기”였습니다.
실습생은 모든 직원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요양원 근무이니
솔선수범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서
모두에게 긍정적이 평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요양원에 실습생이 몇 없습니다.
그만큼 이 직업으로 오려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겠죠.
2년 전 만해도 4~5명의 실습생이
왕창 들어 왔었는데, 한 학기가 끝나니
현지인 실습생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그 중에 외국인이던 필리핀 아낙, M만이
끝까지 남아서 직업교육을 마치자 마자
정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죠.
M이 실습생일때 저와 일한적이 있었죠.
그날의 일은 아래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225
그전처럼 실습생도 넉넉하고
정직원들도 많았다면 요양원에서
정직원으로 받아 줄리 없는 수준의 실습생이었지만,
인력이 딸리면 다 용서가 되는 거죠.
몇 년 사이에 요양원은
“인력부족 직업군”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인력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우리 요양원은 아니었거든요.
공짜 인력인 실습생도 넘치고,
정직원들도 많다 보니 실습생을
정직원으로 받을 때도
참 까다롭게 재고 따지고 했었는데,
지금은 누가 직원으로 온다고 하면
그냥 두 팔 벌려 “월컴”하고 있죠.
간만에 들어간 근무에 필리핀 출신의
M이 같이 근무를 합니다.
M이 올해 직업교육을 마친 후에
바로 정직원이 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녀와 함께 근무하는 건 처음이었죠.
오전 9시에 출근을 해서 저녁 8시까지
근무를 하는 늦은 출근을 하는 직원은
오전 간병을 끝내고 하는 근무 회의에서
23분의 어르신들 이름을 호명해야 합니다.
늦은 근무를 맡은 직원이
어르신의 이름을 호명하면
그 분을 간병 해 드린 직원이
“별다른 사항은 없다.”라던가
“허벅지에 안 보이던 멍이 보인다”식으로
간병 해 드리는 동안에 있었던
특이사항을 이야기하죠.
오늘은 M이 늦은 근무라
그녀가 어르신들의 이름을 호명했죠.
나도 외국인 직원이라
내 독일어 발음이 현지인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근무를 하는데,
어르신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M의 발음이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Fr. Müller 프라우 물러”
M의 발음을 같은 외국인인 나도,
현지인 동료 직원도 제대로 못 알아 들어서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라고?”
근무 회의 하는 동안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어르신들의 이름들은
그녀의 발음이 너무 어눌해서
“누구라고?”하면서 되묻기를
몇 번 더 하고서야 회의 끝.
사실 “Müller 뮐러”라는 발음이 안된다면
“뮬러”까지는 어떻게 알아듣겠는데,
그녀의 “물러”는
아무도 못 알아듣는 발음에 억양.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라 “you유”발음은 될 테니
“뮬러”까지는 가능할거 같은데,
그녀의 발음을 교정 해 주려는
현지인 직원에게 한다는 말이.
“됐어. 그 까이꺼 뭐!”
그녀의 이 말에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네가 그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려는 노력은 보여야지.”
이름에 대해서는 제가 할말이 참 많죠.
http://jinny1970.tistory.com/1761
저도 내 이름(지니) 대신에,
성인 “신”으로 이름으로 불러주는
동료들 때문에 짜증이 나는 1인입니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서로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인데, 왜
이름이 아닌 성으로 날 부르냐구???
신입 직원인 M이 내가 하는 말을
듣기 싫은 잔소리로
인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발음으로,
심지어 이름의 주인조차도 못 알아들을
이름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건 아닌 거 같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인 직원들은 독일어 발음이
현지인 직원들과는 다르고,
언어도 조금 딸리다 보니
병동에 사시는 분들이 사투리로 말씀하시면
대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모든 것들을
알아듣지는 못합니다.
그저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표면적인 것들만 도움을 드리고,
가벼운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화 정도인 일들입니다.
일을 하면서 어르신과 하지 못하는
깊은 대화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어르신의 이름 정도는 제대로
발음해서 불러주면 참 좋죠.
외국인이라 안되는 발음인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당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참 예쁠거 같은데..
M의 발음을 교정 해 주려는 현지인 직원에게
“됐다”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는
조금 아닌 거 같아서 같은 외국인 직원으로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 줬는데..
그녀가 뮐러 부인의 이름을 다음에는
제대로 불러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필리핀 사람 특유의 배짱으로
“나는 네 이름을 내 마음대로 부를란다.”고
끝까지 배짱을 부리면 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녀가 동료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같은 외국인 직원인 저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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