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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요양원 근무 Know-how노하우

by 프라우지니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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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노하우라고 쓰고 보니

꽤 인정받는 직원인 듯 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고,

또 일을 더하는 것이 싫은 직원들이

부리는 꾀에 내가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일단

근무 노하우라고 생각하죠.

 

조금 늦은 9시 출근을 해서

이미 7시에 근무를 시작한 직원에게

나는 근무의 진행 상황을 물어봅니다.

 

그러면 직원은 이미

(씻겨드리고 옷을 갈아 입혀드리는)

간병을 끝낸 어르신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아직 주무시고 계시거나

아직 간병을 받지 않으신 어르신들의

이름을 이야기 합니다.

 

늦게 출근한 나는 직원들이

간병 해드리지 않은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일을 하면 되죠.

 

 

https://pixabay.com/ko

 

오늘 목욕하시는 세분 중에

한 분이 목욕을 안 하시겠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도

바쁜 아침시간에 요양보호사가 하는 간병을

도와주겠다고 할배 한 분을 간병 해

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중에 하는 말.

 

내가 씻어야 하니 화장실에

가자고 했는데, 할배가 안

씻으시겠다고 버티시네.”

 

간호사가 하겠다고 해서

일손을 덜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간호사가 안 했으니 내가

그 방에 가야 하는 거죠.

 

방에 들어가서 할배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르신, 아침 식사도 하셨는데

화장실에 가셔서 씻으실래요?”

 

나의 말에 할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십니다.

씻으실 용의가 있으신 거죠.

 

요양보호사의 일손을 도와주려고 했던

간호사는 목소리도 크고,

말도 조금은 무뚝뚝하게 하는

(츤데레) 인간형입니다.

 

이제 씻어야지. 일어나!”

(독일어는 반말이 친근함을 의미합니다.)

 

간호사가 방에 들어와서 다짜고짜

큰 소리로 빨리 일어나라고 하니

할배도 반항하고 싶으셨는지

안 씻겠다고 하신 거죠.

 

 

https://pixabay.com/ko

 

할배는 치매 어르신이라 아침에

씻겨드리고 기저귀도 갈아드려야 하니

싫다 하신다고 아침에 간병을

안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간호사가 내가 할께!” 해 놓고

하지 못한 할배의 간병을 끝내놓고,

이번에는 목욕을 안 하시겠다는

R할매 방으로 갔습니다.

 

직원이 여러 번 목욕 하시라

했지만 끝까지 거절하셨다던 R할매.

 

여기서 잠깐!

 

우리 요양원에서는 가능한

어르신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씻기 싫다고 하셔도 OK.

식사를 안하겠다고 하셔도 OK.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이 “싫다”는

무조건 OK하지 않습니다.

 

싫다고 하셔도 직원들은 묻고 또 묻죠.

 

내가 안되면 다른 직원이 들어가서 여쭙고,

그 직원도 안되면 또 다른 직원이

들어가서 시도를 하죠.

 

모든 직원이 다 실패하면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다시 또 시도 하기!

 

하루 종일 시간이 있으니

직원들이 오며 가며 묻기를 반복하죠.

 

직원들이 실패했다는 R할매 목욕 시켜

드리기는 내가 다시 한번 시도합니다.

 

 

 

방에 들어가서 목욕하시겠냐?”고 하니

R할매가 귀찮으신 듯 대답을 하십니다.

 

방에만 있는 내가 더러운 것도

아닌데 무슨 목욕을 해? 안 해!”

 

어르신의 의견을 존중하면

그 방을 나오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되면 오늘 해야 하는

일을 못하는 꼴이 됩니다.

 

이미 처리한 일을 체크하는

컴퓨터에 어르신의 의견을 적으면

나의 일은 끝이 납니다.

 

어르신이 오늘 목욕을 거부했음

 

이렇게 되면 해아 할 일을 안 했으니

내 일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목욕을 이렇게 거부하시고,

 

그것이 반복되면 결국 몇 달 동안

목욕을 안 하시게 되기도 하죠.

 

목욕을 안 하시겠다는 R할매 옆에 앉아서

어깨를 살짝 안아드리고 한마디.

 

목욕을 더러워서 하나요?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기분전환 하시라는 이야기죠.”

 

몇 번의 거절 끝에 R할매는 나와 같이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끝냈습니다.

 

“R할매 목욕 안 하신데했던 직원들은

네가 해냈구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할매께는 나하고는 안 한다며?”

하는 눈빛을 보냈죠.

 

 

https://pixabay.com/ko

 

목욕을 거부하셨던 R할매는

우리 요양원에 오신지 몇 달이 됐지만

거의 방에만 계시고,

식사를 거의 하시지 않죠.

 

아침에 커피나 그외 음료를 조금 마시고,

점심이나 저녁에 스프를 드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아서 직원들이

살짝 걱정을 하는 어르신입니다.

 

어르신이 음식을 거부한다고 입을 벌리고

음식을 넣어드릴 수도 없고,

영양제 투입을 하거나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습니다.

 

이것도 다 의사가 결정할 일이죠.

 

사실 R할매는 저도 잘 모르는 분입니다.

항상 방에만 계시고 식사를

잘 안 하신다는 정도?

 

전에 치매가 있으신 다른 분,

H할매랑 둘이 한방을 쓰셨는데,

H 할매에게 명령하고 H할매를

당신 맘대로 하려고 한다는 정도?

 

H할매가 1인실로 가신 후에는

R할매 혼자 방을 쓰셨죠.

 

모르겠습니다.

 

동료들이 어르신이 목욕을

안 하신다니 동료는

아싸라 비아~ 오늘 할 일중

하나를 안 해도 되네 하는

마음이었는지는!

 

 

 

탕에 몸을 담그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기분 좋게 방에 오신 할매가

서랍에서 무언가를 찾으셔서

뭔가 했더니 지갑입니다.

 

거기서 10유로를 꺼내시더니

나에게 주십니다.

 

이건 내가 고마워서 주는 거야.”

 

할매는 내가 해 드린 목욕이

아주 많이 고마우셨다는 이야기죠.

 

거금 10유로를 기꺼이 내놓고 싶을 만큼!

 

아니에요. 우리는 팁을 받으면 안되요.”

 

아니야, 이건 내 마음이야. 얼른 받아.”

 

저 이거 받으면 짤려요. ()”

 

거절을 하는데도 받으라고

강요하시니 잠시 생각했습니다.

 

이걸 받아서 병동 책임자에게

갖다 주면 우리 간식을 사겠지?”

 

하지만 보호자도 아니고

어르신에게 받으면 안될 거 같은

느낌이 팍팍~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

 

이 일은 우리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니 돈은 안주셔도 되요.

저도 어르신이 흔쾌히 목욕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제 일을

도우셨으니 저도 감사해요.”

 

그렇게 그 방을 나왔습니다.

 

 

 

어르신의 주신 돈은 받지 않았지만

10유로를 선뜻 주시고 싶을 만큼

감사했고, 좋았다니 저는 100유로 받은 것만큼

좋은 기분으로 그 방을 나왔습니다.

 

가끔 특정한 직원을

찾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내 근무가 없을 때 나를 찾는 어르신이

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죠.

 

내가 다른 직원과 다른 것

(외모, 국적)만큼이나 내가 일하는 방법도,

요양원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다른 것은 사실.

 

내가 이곳에서 백 년을 더 살아도

원어민 발음은 안될 테니

발음은 애초에 포기를 했고,

 

대신에 나는 근무 하는 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요양원을 누비며

보람찬 하루를 보내기로!

 

어눌한 내 독일어도,

밝게 이야기 하며 복도를 누비는 것도,

어르신을 꼬실때(?)

아주 나즈막하게 속삭이는 것도

 

나만의 무기인 근무 노하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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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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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2년전 비엔나 갔던 길.

 

올해는 비엔나에 "크리스마스시장"이 열었다길레

갈 수 있으려나..하는 희망을 잠깐 가져봤는데..

 

바로 락다운을 시행하면서

며칠 열었던 크리스마스 시장도

닫아버린 2021년입니다.

 

https://youtu.be/xQ1eMRoTB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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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보미네 2021.12.05 01:36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호호맘 2021.12.06 00:04


    10유로를 꺼내어 자신의 진심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싶었을
    그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 한켠이 짠합니다.
    무겁게 드리운 지병과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걸어가는 노년의
    그분들에게 지니님은 기꺼이 손 내밀어 잡아주는 천사 같아요.


    답글

  •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21.12.06 08:20 신고

    역시 지니씨 상냥함 그런것이 마음을 녹이죠. 멋져요. 잘 하셨어요. 저도 예전에 할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했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gi8park.tistory.com BlogIcon 청품 2021.12.06 20:54 신고

    마음이 아프네요~! 그만큼 외롭다는 뜻인가요! 지니님이 고마운 거겠죠~!
    인간의 삶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2.08 02:32 신고

      일하는 곳이 특이해서 그런지, 저도 가끔 저의 마지막을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하는지 방법도 생각을 하죠. ^^

  • 2021.12.09 05:35

    인생의 시작만큼 끝도 참 중요하다고 믿어요. 인생의 마무리를 좀 더 안락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으시네요. 프라우지니님 같은 요양사분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분들이 요양원에서 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21.12.11 04:59 신고

      한국의 요양원과는 달리 이곳의 요양원은 제각기 따로국밥입니다. 각자의 방에서 하루종일을 보내시죠. 가끔 모이시는 경우도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이유여서 모든것이 귀찮은 사람들은 방에서도 혼자, 복도에 있는 테이블에서도 혼자 앉아서 하루를 보내시죠. 세상 다 산 사람들이라고 해도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는건 극도로 싫어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