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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찾은 내 이름

by 프라우지니 201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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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부르기 쉬운 영어이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처럼 한국 이름의 한 글자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고,

 

아예 한국 이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어 이름을 지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 이름을

사용해야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부르기 쉬운 영어이름이

아니라 한국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졸업증명서 혹은 자격증에 한국 서류와

동일하지 않는 이름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이

본인이라는 증거로 불충분하게 되니 말이죠.

 

저의 경우로 들어보자면...

제 영어이름은 Jinny Shin 지니 신입니다.

 

 

 

제 이름 끝자이고, 집에서 항상 불리던 “진”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영어 이름이 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곳 서류에는 “지니 신"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이라는 이름은 부르기 쉬운

애칭 같은 이름이니 말이죠.

 

이름이 세 글자(혹은 네 글자)인 한국 사람들의

여권에 기재되는 이름 중간에

전에는 - 이 들어갔었습니다.

 

예를 들어 kim, sun-Ja처럼 중간에 - 이 있어서

외국인들이 어설프게나마 제대로 발음하면서

이름이 두 글자라는 것을 알았는데..

 

왜 그렇게 바뀐 줄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름 중간에 -가 여권 이름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Kim, Sunja 이 됐죠.

 

이렇게 - 이 빠지고 나니 외국인들이

제 이름을 발음하는 것을 더 어렵게

생각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제 이름을

“지니"라고 소개를 하고,

친한 사람들도 ”지니"라고 하지만,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나 다른 이유로

제 이름 석자가 필요할 때는 다들 멍~한 표정으로

“누구래?” 뭐 이런 반응입니다.^^;

 

 

 

제 실습요양원의 근무표에 걸려있던 제 이름입니다.

 

Kim, Sunja이라는 이름으로 Kim 뒤에는 , 를 찍어서

성이라고 알려줬음에도

 

성과 이름 사이에 있던 , 가 안 보였는지,

제 이름이  Kim S. 로 나왔습니다.

 

서양인들처럼 이름이 앞에 오고

뒤에 있는 것이 성이라고 생각한 거죠.

 

(아시죠? 예로 이름을 김순자로 했습니다.^^)

 

Sunja Kim 과 Kim, Sunja의 아십니까?

 

앞의 이름은 이름이 먼저오고 성이 나중에 온 경우!

뒤의 이름은 성이 먼저오고
(,컴마를 찍은 후)에 이름이 온 경우!

서양인들 중에는 위의  두 이름의 차이를
잘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쪼매있습니다.

 

 

브리타 나  율리아처럼 제 이름도 Kim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이름표가 나왔습니다.

 

저를 “지니”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제 성은 모르니 근무표를 보는

사람들은 다들 한마디씩 했죠.

 

“실습생(하얀 이름표) 신 S.는 누구래?” 

 

제 이름이 “지니”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저와 근무를 가끔씩 하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다른 층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저를 “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들을 때마다 내 이름이 아닌지라

입내밀고 혼자서 궁시렁 됐었습니다.

 

“우쒸! 신은 내 성인디..”

 

 

성으로 불린다면 “Frau Shin프라우 신“(영어의 미스 신)

이라고 불러야지 그냥 ”신“이면 듣는 사람이

심히, 아주 많이 불편합니다.

 

 

 

 

 

입 내민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혼자서

궁시렁 거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

 

제 신 S. 이름표를 뒤집어서

제가 직접 이름을 썼습니다.

 

제가 일하는 층의 이름도 쓰고,

다른 층까지 가서 제 이름표를 뒤집어서 썼는디...

 

문제는 우리병동 대장님이 근무표에 항상

제 이름을 신 S.라고 쓰니 매일 새 근무자의

이름을 붙일 때마다 뒤에 써놓은 "지니 신"

대신에 그 앞에 쓰여 있는 신 S. 으로 붙입니다.^^;

 

제가 근무를 할 때마다 층을 옮겨 다니면서

Shin S. 을 뒤집어서 지니 신으로 뒤집는 일을 했었는데..

 

어느 날 간호사 중에 한 명이 그런 저를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니 이름을 잘못 쓴 거야”

 

“어~ 잘못 쓴 건 아닌데, 신이 내 이름이 아니라 성이거든!”

 

“그랬었어?”

 

뭐 한사람이라도 내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좋은 거니까, 설명했었는데..

 

이 간호사님가 직원들의 근무표를

만드는 당사자였던 모양입니다.

 

당장에 제 이름을 다시 써서는 바로 코팅을 해서 주네요.

 

 

 

 

저는 새 이름표를 받고는 얼른 헌 이름표

(앞에는 신 S. 뒤에는 네가 쓴 지니 신이 쓰여 있는)를 챙겼습니다.

 

거기에 두면 제 이름이 또 신 S.로 붙을 테니 말이죠.

 

이름표를 바꾼 지 꽤 됐지만,

사람의 습관이 무서운지라 아직도 저를 “지니”가

아닌 “신”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려니”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지니”라고 교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

그 사람을 무안하게 하는 일이니 말이죠.

 

앞으로 실습요양원에서 1년을 더 근무(실습)해야하니

그때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지니”로 인지하지 않을까싶기도 하지만,

 

“지니”도 저(이름)고 “신”도 제(성)가 맞으니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이 없을 거 같기는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이름을 보고

저 인줄 아는 것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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