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무를 들어가기 전에
항상 그날 나와 근무할 직원의
이름을 살핍니다.
어떤 직원은 함께 일하기 편하고
좋은 직원이지만, 어떤 직원은
이름만 봐도 한숨이 나오죠.
상대가 외국인, 내국인을 떠나서
일을 하는 직원의 근무 태도에 따라
내 근무가 편해지기도 하니,
근무하는 날 꽤 중요한 것이
내가 어떤 직원과 근무하느냐이고,
또 몇 명이 근무 하느냐에 따라서
근무 환경이 달라집니다.
보통 층마다 근무하는 직원의
수의 차이가 있거든요.
12명이 사는 1층에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18명이 사는 2층에는
간호사 1명에 요양보호사 2~3명.
26명이 사는 3층에는
간호사 1명에 요양보호사 3~4명.
직원이 5명이나 되니
근무가 조금 편했던 날.
같이 근무하던 아프가니스탄 아저씨,
A가 계속해서 동료 직원 M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M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에서 확인하시길..
http://jinny1970.tistory.com/2693
“나는 M이 아직도 우리 요양원에
근무하는 것이 신기하다니깐.”
왜 M이 아직까지 짤리지 않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모양인데,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그리
생각만큼 만만한 일도 아니고,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직원이니 해고 사유가 없죠.
A가 말하는 요지가 어떤 것인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M은 한 명의 직원으로서 해야하는
자기 몫의 일을 못하는 직원입니다.
10년 넘게 근무를 했지만,
일이 보이면 살짝 피하고 다들
혼자 들어가는 하는 방인데,
꼭 누군가와 함께 들어가서
일을 하려고 하죠.
일이 보이면 자꾸 피해 다니다 보니
자기 혼자 방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에 확신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다른 직원과 같이 들어가면
일이 더 편해지니 그걸 더
선호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문제는 직원들이 넉넉할 때는
2인1조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바쁜 오전 시간에는 직원들이
서로 다른 방에 들어가야
오전 간병이 일찍 끝나거든요.
한사람의 몫이 아닌 1/2인분으로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나보다
(근무 연수가 나보다 더 오래됐으니)
더 많이 받아가는 M의 이름이
내가 일하는 층에 걸려 있으면
솔직히 한숨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색은 하지 않죠.
수다스러운 아저씨,
A가 내 옆에서 하루 종일 M의
이야기를 하길래 듣다 못해서
주의를 줬습니다.
“우리는 외국인이야,
외국인들은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장탱인건 너도 알지?
일을 열심히 해도 우리 뒤에서
우리의 뒷담화를 하는 것이
현지인 직원이야.”
“그건 나도 알지.”
“네가 M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M은 너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거 같아?”
“나도 알아,
M이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거.”
“그러니 하지 말라고,
현지인 직원이 M이 개떡같이
일하는 걸 모르는 거 같아?
다 알아!
나 처음 실습생일 때 M이
어르신 기저귀 갈면서 왕십리
제대로 닦지 않은 거 보고
동료 직원한테 이야기 했다가
병동이 홀라당 뒤집어 졌었어.”
“나 실습생일때도 마찬가지야.
M은 여전히 제대로 닦지 않더라.”
(A은 내 카리타스 학교 1년 후배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개떡같이 일해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잖아.
이유가 뭐인 거 같아?
외국인 직원들은 넘어가지 못할
현지인 직원끼리의 그런 유대감이 있어.
일은 개떡같이 하지만
그래도 현지인 동료들과는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있는 거지.”
“응, 그런 거 같더라.
근무하는 시간에 흡연실에 모두
모여 앉아서 수다를 떨어 대니..”
남자이면서도 수다스러운 A가
나에게만 이 말을 했을 리는 없고,
동료직원들에게 다 M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텐데…
일을 잘 못하는 M보다,
직원들의 뒷담화를 하는 A가
요양원 측에서 보자면 동료들을
이간질 시키는 위험 직원으로
보일 수도 있죠.
“더 이상 M에 대해서 뒷담화 하지마.
다른 직원이 M의 근무 태도를 모르겠어?
그리고 네가 복도에서 이렇게
다른 직원과 하는 뒷담화가
M 의 귀에 안 들어갈 거 같아?
M 까지 알게 되면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외국인 직원이라
어차피 현지인 직원들과는
같은 부류가 될 수 없잖아.
그러니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해야하는 일만 성실하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나의 말을 A가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A가 하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의 근무 태도는 동료 직원들뿐 아니라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도 매의 눈으로
매일 모니터링이 하고 있죠.
치매가 있는 분들은 그렇다 치고라도
제정신으로 살고 계신 분들은
못마땅한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그냥 참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요양원장에게
신고 접수가 될 수도 있죠.
“누군가 내 뒷담화를 했다?”
여기는 삼자 대면이 아주 쉽게
이루어지는 문화입니다.
생각없이 한 이야기 때문에
삼자대면까지 이루어지는 일이 없기를..
같이 근무하면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한 나의 조언이었는데,
A가 잘 알아듣고 더 이상 M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고 다녔음 좋겠습니다.
M의 근무태도가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자기가 뿌린 대로 받게 되겠죠.
M이 나중에 나이 들어 요양원에
들어와서 꼭 자기 같은 직원에게 죽을 때까지
간병을 받으라고 한다면
너무 심한 악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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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요양원앞 공원의 가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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