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었습니다.
몹시 지치고 힘든 날!
보통은 1주일에 이틀 정도 근무를 해서
한 달에 8~9일 근무를 하는데,
어떤 때는 3일 연속 근무가 걸리기도 하고,
이번에는 토/일요일 근무 후
월요일 하루 쉬고
다시 또 화/수요일 근무가 있었죠.
토/일요일에는 코로나 확진이 나오면서
병동이 분주 했었고,
화/수요일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어르신의 방에
간병을 오가야 해서 조금은 큰듯한
방역복을 입고 땀 꽤나 흘렸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토요일 오전에는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의 코로나
PCR 테스트가 있었고,
늦은 오후에 어르신 15명이 코로나
확진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죠.
코로나로 돌아가신 할매는 코로나 검사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낙상을 하셨었는데,
코로나 테스트가 있던 토요일 오전에
이미 고열에 시달리고 계셨고,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날
저녁에 하늘나라로 가셨죠.
제가 포스팅 한적이 있던 M할매십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649
36kg의 저체중이라 뼈에 가죽만
씌워놓은 것 같으신 분이셨는데,
코로나 백신 주사는 맞으셨지만
고열은 힘드셨나 봅니다. ㅠㅠ
낙상하셨던 어르신의 온몸을 닦아드렸던
직원은 FFP2 마스크를 쓰고는 있었지만
근접한 거리에서 간병을 해서인지
이 직원도 확진!
뉴스에 나오기 전에 우리 요양원의
“코로나 확진 상태”를 남편은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었는데..
뭔 말이냐? 싶지만
그래도 이해는 되는 뉴스입니다.^^
요즘 자주 테니스를 치러 다니던
남편이 퇴근한 나에게 던진 한마디.
“R이 앞으로 나랑 테니스 안 치겠다고 해.”
“왜? 테니스가 재미가 없데?”
“아니, 뉴스 봤다고!”
마누라가 코로나 천국인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니 내 남편도 당분간은
만나지 않겠다는 이야기 인거죠.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날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한다고 해도
나는 의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나도 근무중에 코로나 확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죠.
코로나 확진을 받은 동료들은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지만,
확진을 받은 어르신들은
다 요양원에서 “자가 격리”중이시죠.
확진을 받으신 분들은 격리를
해야하니 방에서 꼼짝마라!
코로나 감염이 되지 않으신 분들도
“복도는 위험하니 방에서 꼼짝마라”
치매가 있으신 분들을 방에만 계시라고
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했던 설명을 하고, 또 하고!
복도에 자꾸 나오시는 분들은
다시 방으로 모시고 가고!
“팬데믹 법규”에 (단속이 안되면)
방문을 잠궈도 된 다나? 하는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가능한 방문까지 잠그는
조치없이 상황을 넘기려고 하죠.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위험한 코로나 확진자가
왜 아직도 요양원에 있냐,
빨리 병원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증상이 약한 사람들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죠.
화/수요일 근무는 방역복을 입고 했습니다.
감염이 안되신 분들을 간병할 때는
1회용 비닐 앞치마를 입고
방에 들어가서 간병을 하고,
감염이 되신 분들은 위 사진 속의
저 방역복에 온몸을 다 집어넣고
고글까지 쓰고 나서야 방에 입장을 하죠.
소재가 비닐인지 입고 1분 정도 지나면
온몸에서 땀이 솟구치는데,
한 10분정도 방에서 간병 등 여러가지
필요한것들을 해 드리고 나오면 온몸이
홀라당 젖은 상태로 방역복을 벗죠.
이런 시기에 휴가를 간 직원은 복이
터졌다고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야기 합니다.^^
병가를 낸 직원에 휴가를 간 직원,
거기에 확진 판정을 받아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직원을 제외하고 나니
남는 직원은 얼마 없는 상태.
코로나로 근무도 힘든데,
아침에 각방에 아침 배달하다가
빵 칼로 내 손가락을 썰었습니다.
뭔가에 집중을 하면 어딘가 상처가
났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죠.
손가락을 썰 때는 안 아팠던 모양인데
나중에 피를 보고야
내가 낸 상처를 보게 됐죠.
내 상처를 보고 나보다
더 아픈 표정으로 동료가 한마디.
“손 소독할 때마다 아파서 어떡하냐?”
그렇게 방역복 때문에
온몸은 땀샤워을 했고,
손가락은 손 소독을 할 때마다
날 신경 쓰이게 한 하루를
보내고 한 퇴근.
집에 온 마눌은 남편은
격하게 밀어냅니다.
“저리 가! 거리 유지 해!
숨 쉴 때 내쪽으로 쉬 지마!”
코로나 확진자 사이를 누비고
퇴근한 마눌이 혹시나 달고 왔을지도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쫄아서는
나름 조심한다고 하는데,
괜히 서러웠습니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마눌을 이리 괄시를 하다니..
츤데레 남편이라 앞에서는
이렇게 재수없게 말해도
마눌이 잠잘 때 혹시 열이 있는 건
아닌지 몇 번이나 마눌의 이마에 손을 얹어
확인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퇴근한 아내에게
“수고 했다, 고생 했다,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 대신에 나보고 숨도 쉬지 말라고???
남편은 그런 의도로 한말이 아니겠지만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라
서러움이 복받쳤습니다.
“방역복 때문에 땀도 엄청 났는데..”
“빵 칼에 손가락 썰어 먹어서
소독할 때마다 아팠는데..”
남편 앞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남편이 걱정하는 것처럼 집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달고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눌에게 “거리 유지” 하라니
서러웠습니다.
집 안에만 있는 남편이니
코로나 확진자들 사이를 누비고 온
마눌이 당연히 무섭겠지요.
마눌이 숨쉬면서 혹은 말하면서
튀는 침 한 방울에도 바이러스
감염이 될 수 있겠지요.
남편의 걱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날은 그랬습니다.
방역복을 입고 근무를 해도,
손가락을 썰어 먹어도
별생각없이 보낸 하루였는데..
남편의 말 한마디에 내가
대성통곡을 한 것을 보면
나는 이 날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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