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는 유난히 직원의
미움을 받는 할매가 한 분 계십니다.
손하나 까딱 안하고
사시는 방식이 여왕님이신데..
모두가 싫어하는 진상 여왕님!
http://jinny1970.tistory.com/3426
처음에는 왜 저렇게 미워하나?
싶었는데..
지내다 보니 나도 시시때때로
이 할매가 미워집니다.
엄청 이기적이고, 욕심도 많고!
“배려”라는 건 배 고파서 삶아 드셨는지
직원들이 바쁜 시간인 거 뻔히 알면서도
별일 아닌 일로 호출을 하시고,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이 명령 하시죠.
같은 말이라도 “아”다르고 “어”다른 법이니
이왕이면 직원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명령이 아닌 부탁의 어조로 말을 하라는
조언도 해 봤지만..
부탁조의 단어는 평생 당신이
사용한 어휘 밖에 있는 단어인지
시시때때로 명령조로 말씀하시죠.
N 할매와 흡사한 이미지는 만화 “인어공주”에
나오는 바다 마녀, 우르슬라
할매는 몸무게 100kg가 넘으시는 거구로
온 몸에 살이 넘치니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죠.
비주얼도 별로 정이 안 가게 생겼는데
성격도 이기적이고, 말도 명령조라
N할매를 좋아하는 직원은 없습니다.
직원들 중 몇은 “웬수”라고 칭하고,
몇과는 아예 말도 안 섞는 할매.
할매께 시시때때로 잔소리인지 조언인지
바른 소리를 곧 잘하는 내가
할매는 여전히 예쁘신지 복도에서
만나면 꼭 아는 체를 하시죠.
나를 만날 때마다 할매가 묻는 건 한가지.
“일요일에 1층 근무는 안해?”
“왜?”
“너는 목욕 후에 오일을 발라 주잖아.”
“내가 없으면 다른 직원한테 발라 달라고 하면 되지.
평소에는 말도 잘하면서 그깟 오일 하나
발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렵남?”
“……”
직원들이 N할매를 싫어하거나 말거나
어차피 직원들이 상대해야 할 고객 중에
한 분이니 고객이 원하는 건 해 드리는 것이
직원의 의무죠.
평소에 이런저런 로션을 많이 발라드려야 하지만
목욕하는 날은 목욕 후 다시 뭘 바르는 것이
불편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목욕 후 바디오일.
마지막 헹구면서 온몸에 오일을 발라서
약간 흡수하게 둔 다음에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면서 몸에 발랐던 오일까지 닦아내면
피부는 촉촉한 상태가 되죠.
내가 처음 오일을 바를 때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던 N할매.
“피부가 물에 젖어있을 때 오일을 바르면
피부도 촉촉해지니 목욕하는 날은 로션보다
오일을 바르는 것이 번거롭지 않고 좋아.”
이렇게 설명을 하고는
오일을 발라드렸었는데,
그것이 좋았는지 그 이후로는
자신의 목욕 날에는 나를 원하시죠.
평소에는 직원이 바쁘거나 말거나
자신이 원하는 건 다 얻어내고 마는
N할매인데, 몸에 오일 발라 달라는 말이
뭐가 어렵다고 그걸 못하나 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부탁을 해라”했었는데..
엊그제 다시 복도에서
N할매를 만났습니다.
할매는 여전히 나를 애타게 찾으시길레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습니다.
“직원한테 몸에 오일 발라 달라는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내 말에 할매가 얼버무리면서
내뱉는 직원 이름 하나,E
내가 손꼽는 일 잘하고 친절한 경력
30년이 다 되어가는 엘리트 직원입니다.
그 직원이 목욕탕 근무를 들어왔고,
자신이 부탁(혹은 명령?) 해서
몸에 오일을 바르기는 했는데,
역시 내가 바른 것처럼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N할매.
결국 나는 N할매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그러면 우리 병동 책임자한테 가서
나를 일요일 1층 근무에 넣어 달라고 해!”
한달에 한 두 번 있는 일요일 근무인데,
이것도 3개의 층(지층, 1층, 2층)이 있으니
1층 근무가 안 걸리는 경우가 많죠.
이왕에 하는 근무인데 이왕이면
날 간절이 원하는 사람이 있는 층에
근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할매께 약간이 팁을 드렸습니다.
물론 할매가 우리 병동 책임자에게
“이왕에 하는 일요일 근무, 이왕이면
지니를 1층에 넣어주며 안될까?”
하고 물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더운 여름날 (난방 기계까지 켜놓는)
땀나는 목욕탕에 들어가서 사우나를 하는 건
가능한 피하고 싶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기분 좋게 들어갈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욕심 많고 이기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건
다른 사람이 욕을 하건 말건
기필코 쟁취하는 N할매인데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니 내가 해 주는 대로
목욕 오일을 제대로 발라주는 직원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으니
약간 슬펐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궁금하실지도 모르는
내가 오일 바르는 법을 알려드리자면..
뭐 그리 특별한 건 없습니다.
일단 상체를 다 씻은 다음에 오일을
몸 (등, 팔뚝, 가슴, 배, 팔)의 구석구석 발라 놓죠.
그리곤 나머지 하체를 씻은 후에
다시 또 오일을 바르고는
욕조의 물을 뺀 후에
오일 발라 놨던 몸을 타월로 닦으면 끝!
특별할 거 하나도 없는 오일 바르기인데,
다른 직원들에게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N할매.
참 쉬운 서비스 하나도 만족스럽게
받지 못한다고 하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상 여왕님은
요양원에서 모든 것을 제대로 누리고
사시는 것은 아니었 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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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자전거 타고 달리면서 보게되는 옆동네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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