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하고,
가능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가끔 나는 내 안의 나와 갈등을 합니다.
나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봐도..
나는 그렇게 썩 좋은 인간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일터에서 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말을 할까 말까?”
“내가 할까 말까?”
다른 직업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양원 근무는 근무하는 사람의
스타일(혹은 성격, 행동등)에 따라서
“팔자 편한 근무”가 되기도 하고,
“빡 센 근무”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해야하는 일이 보이지만
눈을 감아버리고,
살짝 피해 버리면
충분히 피할 수 있죠.
물론 내가 피한 일을
다른 직원이 해야하겠지만,
“나만 안하면 되지!”정신으로 사는 인간들은
그것이 동료에게는 진상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죠.
혼자 열 한분 (한 분은 얼마전에 돌아가셨습니다.)을
간병 해야하는 지층 근무.
2021.04.30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나의 마지막 손길
혼자 근무 할 때는
특히나 근무하는 직원에 따라서
“팔자 편한 근무”를 할 수도 있고,
“빡 센 근무”를 할 수도 있죠.
나도 편한 것 좋아하는 인간형이지만,
그래도 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드리려고 노력을 합니다.
(착한 인간형은 아니니 오해 마시라!)
요양보호사는 내가 간병해야 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다 보고 ,확인 해야하는 직업.
내가 근무하는 층의 모든 어르신들이
“잘 먹고, 잘 싸는 것 그리고 잘 닦는 것도
다 내 소관”이죠.
저는 요양원에 와서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는 치질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는 것”
“여자들은 아이를 낳을 때
힘을 너무 줘서 대부분
치질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건 서양도 마찬가지인 것인지
정말로 요양원 대부분의 여자 어르신들은
똥꼬에 꽃이 피었습니다.
원래 꽃이 핀 똥꼬인데,
요양원에서 주는 음식만 먹다 보니
배변 활동은 원할 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치질의 상태는
점점 더 심해지죠.
배변을 원할 하게 하는 물약,
좌약, 알약 등등등이 있지만..
이것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이 되면 먹어도 효과가 없죠.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배변 활동을 기록합니다.
그래서 5일이상 볼 일을 못 보시는 분 같은 경우는
따뜻한 우유 같은 걸로 관장을 합니다.
고무관을 똥꼬에 삽입해서는
우유를 넣은 후에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변기 위에 앉혀 드린다고 하던데..
이건 내가 직접 보지 못했고,
병동의 간호사들은 이걸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변기에 앉아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앉아 계시겠다는 어르신!
안 나오는데 계속 변기에 앉아있는 것도
치질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죠.
그래서 일단 궁디를 닦아드리는데,
내 손에 느껴오는 묵직함.
변이 안에서 주먹만하게 뭉쳐있는 상태라
아무리 앉아있어도 나오지는 않죠.
이런 경우는 좌약을 넣어서 빼야 하는데
이걸 꼭 내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내가 안 하면 내일 근무를
들어오는 직원이 할 수도 있고,
그 직원도 모른 체 한다면
결국 어르신은 스스로 그 주먹만한 돌땡이를
똥꼬가 터지도록 힘을 줘서
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원래 있던 꽃 핀 똥꼬에
피가 철철 날 테니 아프겠죠.
뭐 이런 추접한 이야기를 쓰냐고 하지 마시라!
나에게는 갈등을 하는 순간이니..
어르신 똥꼬 안의 돌땡이를
간호사에게 알릴까 말까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아는 해결책은 하나죠.
간호사한테 말을 해서 좌약을 받아다가
어르신 똥꼬에 좌약을 밀어 넣어서
돌땡이를 조금 부드럽게 해서 빼내는 것!
누군가 내 똥꼬에 손가락을 넣은 것을
당하는 사람도 심하게 불쾌하겠지만,
하는 사람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나는 어르신의 똥꼬에
내 손가락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갈등을 했습니다.
나 편하려면 그냥 모른 척 하면 되는 일이지만,
나 편하자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이를 키워 보신 분들은 잘 알 거 같네요.
아이가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힘을 빡 주고서 변기 위에 앉아 있는데,
안에 돌땡이는 나오지 않고,
배변이 시원치 않은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불편해지고..
아이는 아이대로 똥꼬가 찢어지거나
말거나 일단 해치우고 싶은 그 마음.
저는 아이는 안 키웠지만,
제가 그런 적이 있어서..ㅠㅠ
약간의 갈등 끝에 간호사에게
가서 말을 했습니다.
“T부인 궁디에 돌땡이가 느껴지는데,
그냥 나올 거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좌약을 넣어서 빼야 할거 같아.”
그렇게 좌약을 받아서는 낮잠 시간이라
침대에 누워계신 T부인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T부인, 궁디에 돌땡이가 지금 안 나오고
있어서 좌약을 하나 넣을꺼예요.
조금만 참으세요.”
설명을 드린 후에 좌약을 똥꼬에 넣은 후에
내 가운데 손가락을 깊게 찔러 넣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경우는
사용하는 손의 장갑을 이중으로 끼고 하죠.
여기서 잠깐!
치매를 앓으셔서 정신이 외출하신 분들에게도
좌약 삽입 전에 꼭 설명을 합니다.
어차피 정신이 없으신 분들인데
말없이 그냥 하면 어때서?” 하실수도 있지만,
정신이 없다고 인지하는 능력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예고없이 들어오는 손가락에
똥고를 유린당하신 분은
성폭행을 당하는 기분 일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죠.
중증 치매어르신들도
좌약을 넣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 해 드리면
대부분은 받아들이시죠.
그렇게 좌약을 넣어드린 후,
30분이 지난 후에 어르신을 변기에 앉혀드렸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T부인은
드디어 돌땡이를 빼내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왕십리에 자리하고 있던
묵직한 돌땡이를 빼낸 T부인도
날아가실 거 같은 기분이셨겠지만,
갈등 속의 이 일을 해낸 나도 뿌뜻했습니다.
내가 그냥 모른 척 눈 감았다면
내 몸은 편했겠지만,
내 마음은 내내 불편했겠지요.
나는 매번 이런 갈등 속에 근무를 합니다.
갈등의 대부분은
“그냥 내가 일을 조금 더 하고 말지!”의
결론으로 끝나지만,
갈등의 결론이 날 때까지
내 안의 나와 싸우는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입니다.
아마도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내가 하는 갈등과 비슷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매일 자신과 싸움을 하지 싶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왕이면
몸이 편한쪽보다는
마음이 편한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사람들도
더 이상 요양원 직원을 불신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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