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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우리가 받은 기부금 선물

by 프라우지니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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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직종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건 순전히 법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죠.

 

현실 속에는 선물도 받고,

돈도 받고 다 받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더 자세합니다.^^

 

2016.03.13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 나는 인기 있는 실습생

 

나는 인기 있는 실습생

완전 겁먹었던 “병원실습”중 내과 160시간 실습이 끝났습니다. 많이 물어보고, 많이 실수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고, 더불어 제가 꽤 인기 있는 인간형이라는 것도 알게 된 시간 이였

jinny1970.tistory.com

 

 

요양원에서 근무를 할 때는

어르신들이 현금을 주시면 거절을 하지만

 

소소한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걸 주머니에

찔러주시면 받아올 때도 있습니다.

 

받아서 사무실에 두면 동료들이

오며 가며 주어 먹거든요.

 

보호자가 나에게 돈을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하죠.

 

이건 우리 병동 책임자에게 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

 

병동 책임자가 이 돈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

 

이건 선물이 아니라 기부금이라..^^

 

 

 

 

간만에 직원 회의가 열렸습니다.

 

작년부터 코로나때문에

미뤄지고 또 미뤄졌던 직원 회의

 

지난 3월에 다시 직원 회의일정이 있었지만,

 

그때쯤 요양원 어르신과 직원들중 몇이

코로나 확진을 받는 바람에 다시 연기.

 

우리 요양원에는 102세 되신 할매가 계신데..

코로나에 감염되셨는데 완치되셨죠.

 

그렇게 미뤄지고 미뤄졌던 직원 회의가

아주 간만에 열렸습니다.

 

저녁 7. 병가나 휴가를 간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다 모여서

 

그동안의 요양원 일과 또 앞으로 지어질

새 요양원 건물에 관한 안내도 들었죠.

 

최신식 5층 건물로 지어질 요양원은

올 가을쯤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고,

 

앞으로 2년후에는 새 건물로 입주가

들어간다는데 저는 그냥 흘려 들었습니다.

 

당장 올 가을에 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는데,

 

또 공사가 끝나는 2년쯤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 남들 신경 써서

새 건물 이야기 들을 때 나는 시큰둥~~

 

 

 

한시간 반의 시간이 지나고

직원 회의가 마치는 시점에

동료 한 명이 나와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건 지난 12월에 입주하신 A할배가

우리 요양원에 기부 해 주셨던 돈 중의

일부를 직원들과 나누는 거야.”

 

나름 최근에 입주하신 A할배는 나도 아는데..

 

입주 하실 때 옷을 거의 안 가지고 오셔서

직원 하나가 근무시간에 밖에 모시고 나가

 

옷도 샀었고, TV도 다른 방의 어르신의 것을

중고로 구입하셨죠.

 

다른 방의 어르신들은 안 들리니

복도끝에서도 다 들리게 크게 틀어놓고 보시는데

A할배는 그 반대!

 

TV는 보시는데 소리는 나도 안들릴 정도.

왜 그러시냐 여쭤보니 아주 쿨한 한 말씀!

 

어차피 안 들려서

TV는 소리없이 화면만 보시죠.

 

그 할배가 돈이 많는 부자 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얼마나 돈이 많으시길래

입주하시면서 요양원에

기부금(선물)을 주신 것인지!

 

직원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우리 기부금 계좌에는 정해진 금액이 있어서

주신 금액중 일부만 기부금 계좌에 넣어 놨었는데,

이번에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금액은 연말에 다시 나눌 꺼야.”

 

병동에 근무하는 직원 35명외

사무실 직원까지 포함 했다니..

 

대충 40명이 A할배가 주신 기부금중

일부를 나눴다는데,

 

금액을 보면 깜짝 놀랄거라며

직원은 힌트를 날렸죠.

 

 

 

 

직원 회의에 가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금액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122유로!

 

“122 (15만원 상당) 유로면 뭐 껌 값이네!”

하실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 연말 선물이라고

주는 것이 50유로 정도이니

122유로면 상당한 금액이죠.

 

40명이 122유로씩 나눠 가졌다고 하니

총 금액은 4,880유로.

 

이 돈이 A할배가 주신 기부금중 일부라고 하고,

다음에 또 준다고 하니

 

그럼 할배는 요양원에

만 유로를 기부 하신 것인지..

 

일단 할배의 성함이 적힌

작은 선물 봉투를 받고 보니

일단 기분 좋습니다.

 

기분은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드는 생각은..

이 돈으로 할배 옷이나 넉넉하게 사시지..”

 

당신이 필요하신 것을 사시는 대신에

직원들 고생한다고 거금을 선뜻 내주신

A할배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다음 번 근무 때는 할배가 즐겨 드시는

과자를 사 가려고 합니다.

 

 

 

내가 받은 건 (할배가 기부 해 주신 거금이 일부지만)

주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건

기본중 기본이니 말이죠.

 

인색하고 심통 부리는 어르신만 계신 줄 알았는데,

A할배 같이 인심 후한 분이 계신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꼭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아니긴 뭐 아니야!)

 

A할배가 계신 층에 근무를 들어가면,

한 번 더 찾아뵙고,

조금 더 신경을 써 드려야겠습니다.

 

(선물이라 포장된)

뇌물을 받은 값은 해야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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