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대부분의 직원이 작년 3월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회사.
보통 연말에는 남편 회사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크리스마스 회식을 하는데,
작년에는 취소하는 대신에 선물을 준다고 했었죠.
2020년 연말쯤에 남편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가지 않은 남편!
정작 선물을 받을 본인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얼른 회사에 가서 선물을 받으라고
마눌이 시시때때로 남편을 귀찮게 했었죠.
내가 주어들은 남편 회사에서 회식 대신 주는 선물은..
“마무트 배낭에 햄 이랑 이런저런 먹을 거리가 들어있다”
배낭에 들어있는 여러가지 선물 중에
마눌이 찜한 물건은 마무트 배낭.
남편이 배낭을 마눌에게 주겠다고 해서 더욱 더 기다렸죠.
최근에 마눌이 갖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등산 배낭.
남편 친구들이랑 같이 등산을 다니면서 눈 여겨 보니
대부분 원색의 등산 배낭을 메고 다녔습니다.
평소에는 마눌이 먹을 간식까지
남편 배낭을 이용해서
마눌은 맨몸으로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 배낭을 메고 다니죠.
한국의 등산문화와 등산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죠?
”한국의 산에 가 보면 옷만 알록달록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등산객들이 요란한 색깔의
비싼 상표의 옷을 입고 등산을 한다는 이야기죠.
글을 쓰면서 잠시 검색을 해 보니..
“등산복은 검정이 기본이다”라는
외국인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눈에 띄던데..
그건 웃기는 소리입니다.
여기도 산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색의 고어텍스 원단의 옷을 입고 다니죠.
나름 명품까지는 아니지만
등산웨어로 알려진 제품들을 입고 다니죠.
일단 가장 자주 만나는 브랜드는..
“잭 볼프스킨”, “마무트” 또 뭐가 있냐?
우리도 한번쯤 이름 들어본 적이 있는 상표들이죠.
나도 “원색의 등산용 배낭을 하나 살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남편이 회사에서 선물로 받게 될
마무트 배낭을 준다고 해서 혹~ 했죠.
나도 마무트 배낭을 메고
등산을 다닐 수 있는 건가요?
신나는 마음에 남편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남편은 선물을 받으러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생각날때마다 남편에게
“언제 회사 갈 꺼야?” 해봤지만,
갈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으니
남편에게 나오는 대답은 언제나 “글쎄?”
기다리다 지쳐서 페이스북 중고 시장을 뒤졌습니다.
조금 저렴하게 나온
“등산용 배낭을 사볼까?”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눈에 확 띄는 배낭을 발견했죠.
페이스북 중고시장에
남편 회사에서 나온 거 같은 배낭을 봤습니다.
남편은 마무트 배낭을 선물로 받는다고 했었는데..
일단 배낭에 남편 회사 로고가
찍혀 있는 것을 보니
남편 회사에서 나온 선물은 맞는 거 같은데
마무트가 아닌 “skin fit 스킨핏”
회사에서 나온 선물이 필요 없으니
팔겠다고 내놓은 거 같은데..
일단 등산용 배낭은 맞고, 새 제품도 맞고!
가격을 보니 15유로면 엄청 저렴한 거 맞고!
남편에게 달려가서 물어봤습니다.
“남편 회사에서 준다는 배낭이 마무트가 아닌 가봐,
이거 봐! 당신 회사 로고가 찍혀있는 걸 보니
이번에 준다는 배낭이 이건 가봐”
“……”
남편도 카더라 통신을 통해서
“선물이 마무트 배낭”이라도 들은 것이니
대답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남편이 빨리 회사에 가서 배낭을
가져와야 하는데 갈 생각을 안 하고..
그러는 사이에 내가 주문하는 것도 하나 더 생겼죠.
“남편, 회사 가면 달력 하나 챙겨와!”
보통 달력은 새해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데, 올해는 그러질 못했죠.
나는 주간 달력 하나 얻을 만한 곳이 없으니
가장 만만한 남편에게 요구하기.
남편이 회사에 가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던 거죠.
남편이 회사를 가능한 빨리 가야
선물 배낭도 챙기고,
내 달력도 받을 수 있는데..
남편이 회사에 갈 생각을 안 하니,
새해가 시작됐는데도
나는 내 스케줄을 적어 놓을 주간 달력을
구하지 못해서 하나 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달력의 가격이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히는 수준이었죠.
페이스북 중고시장에 나온
주간 달력의 가격이 4,30유로!
웃기는 건 팔려고 내놓은 달력들은
회사에서 무료로 나눠준 것들.
자기는 무료로 받아서
한 개에 4,30유로를 받아 먹겠다니
참 재미있는 인간들입니다.
이런 것도 사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내놓은 것이겠죠?
새해가 지나고 한달이 되도록
주간 달력이 없었지만,
남편 회사에 가면 무료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니
무조건 기다려 보기.
새해가 밝고, 한달이 지난 후에야
드디어 내가 원하던걸 받았습니다.
며칠을 미루고, 또 미루던 남편이
드디어 회사를 다녀왔죠.
그리고 들고 온 배낭 하나!
배낭에 혹시 다른 것(돈? 상품권?)도
있을까 싶어서 먼저 선수를 쳤던 마눌.
“당신이 나에게 배낭을 줬으니
배낭 안에 있는 것도 다 내 꺼야!”
“아니지, 배낭만 당신 것이고,
그 안에 있는 물건은 내 꺼야!”
“아니야, 다 내 꺼니깐, 당신은 기다려!
내가 그 안에 있는 것 중에 안 먹는 거 줄게!”
“아니야, 배낭만 당신 꺼야!”
그렇게 부부가 티격태격
배낭 안의 물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눌이 잔머리를 쓰지 않아도 될 뻔 했습니다.
배낭 안에는 상품권 종류 대신에
소박한 먹거리가 들어있었죠.
샴페인 한 병, 맥주 2병, 호박씨 오일 한 병,
팝콘 한 봉지, 파스타 한 봉지, 생 햄, 살라미,
초콜릿, 아몬드 정과, 렙쿠헨(크리스마스 케잌)
산 위에서 햄을 잘라먹는 용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칼 하나!
남편이 가져온 선물 배낭에서 내가 챙긴 것은..
마무트 배낭과 칼 하나.
지금까지 칼같은 건 관심이 없었는데,
이 칼은 제법 날카로워서
산 위에서 과일 깍아먹기는 딱 일 거 같았죠.
사실은 과일 깍는 용도보다는
급할 때는 호신용으로도 가능할거 같고,
무엇보다 빨간색이 맘에 들어서 일단 챙겼습니다.
두 달을 기다려서 받은 내 선물.
볼 때마다 입이 귀에 걸리는 1일차입니다.
나는 선물로 받은 마무트 배낭은
“가격이 얼마나 되나?”
검색 해 보니 100유로짜리네요.
배낭 값은 남편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농담이라도) 100유로 짜리라고 하면
50% 할인 해 줄 테니 반값 달라고 할까 봐 말이죠. ㅋㅋㅋㅋ
이제 등산 배낭도 생겼으니
다음 산행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요란스런 색의 배낭도 아니고,
남편 회사 로고가 찍혀 있어서 쪼매 거시기 하지만,
나름 이름있는 브랜드니
자랑스럽게 메고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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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젤 위 사진속의 풍경을 보실수 있는 겨울등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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