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날은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끼니를 챙기는 것이
요즘 내가 하는 일중 가장 비중이 큰 일입니다.
남편은 아침 7시쯤 일어나서
혼자 우유에 뮤슬리 말아먹고 근무를 시작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을 때의 마눌은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죠.
느긋하나마나 근무를 시작하는 남편이 헤드폰을 쓰고는
직원들과 회의 하느라 인터넷 통화를 시작하면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더 잘 수 없는 상태라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우리 침대 옆이 바로 남편의 재택근무 현장이거든요.^^;
10시 경에 나의 아침을 준비하면서
남편을 위해서 여러 종류의 과일이랑 차, 혹은 커피
그리고 갓 구운 빵과 버터를 챙깁니다.
이때가 내가 남편을 위해 챙기는
(남편의)첫 끼이자 남편의 간식이죠.
남편의 간식을 챙기면서 나도 아침을 먹고 나면
그때부터는 남편의 점심을, 아니
우리의 점심을 준비합니다.
한국의 회사는 점심 시간이
대략 오전 12시 혹은 1시에서 1시간이죠.
하지만 유럽의 회사들은 제각각 입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같은 점심 시간 1시간인데,
어떤 직원은 오후1시~2시,
어떤 직원은 오전 12:30~13:30,
또 어떤 직원은 오후 2시~3시죠.
점심시간이 30분인 직원도 있습니다.
이런 직원은 딱 30분만 쉬고는
다시 자기 근무지에서 근무를 시작하죠.
남편 회사의 점심시간은 딱 30분.
재택근무를 해도 그건 변함이 없죠.
가끔 점심 시간쯤에 회의를 할 경우
점심을 건너뛰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편에게 점심을 배달하는 시간은 오전 12시.
애초에 남편이 어떤 음식을 (해)달라고 할 때도 있고,
내가 뭘 해줄까? 할 때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장보러 갔다가
내 눈에 띄는 재료로 하는 요리.
오늘 점심은 칠면조 고기를 사와서
슈니츨을 만들었습니다.
요새는 한국에서도 슈니츨”이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돈가스”
우리가 먹는 그 돈가스와 만드는 법은
거의 흡사한 것이 바로 슈니츨이죠.
고기에 소금, 후추 치고,
밀가루, 달걀 물, 빵 가루를 입혀서 튀기면 끝!
원래 비너(비엔나) 슈니츨을 송아지 고기로 해야 하지만,
요즘은 아주 다양한 고기로 슈니츨을 만들죠.
송아지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
뭐든 다 가능합니다.
슈니츨 튀기고, 양배추를 기본으로 하는 샐러드도 푸짐하게!
원래 슈니츨에는 사이드 메뉴로 감자를 삶아서
기름,파슬리에 굴리거나 감자 튀김이 나오는데,
샐러드를 푸짐하게 해서 샐러드겸 사이드도 준비했죠.
남편과 나를 위해서는 넉넉한 2인분(두조각)만 하면 되지만,
사온 고기를 전부(600g 정도) 슈니츨화 시켰습니다.
만들어 놓은 양으로 보자면
시부모님께도 퍼다 드릴 수 있었지만 참았습니다.
일단 내가 챙겨야 하는 우리식구 먼저 생각했죠.
나에게 우리 식구는 남편입니다.
처음에는 우리 식구에 시부모님, 시누이까지
포함을 시켰지만, 살아가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건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나를 진정으로 생각 해 주고, 챙기고, 걱정 해 주는 건
내 남편 뿐이니 나에게 식구는 남편이죠.
그래서 내 편은 남편뿐!
남편이 아플 땐데
내가 출근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죠.
남편이 아픈걸 알고 있으니
당연히 시어머니가 남편을 챙겨주실거라고 믿었었는데..
퇴근해서 보니 아픈 남편은 하루 종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하루를 보냈더라구요.
그냥 차 끓어 마시고, 대충 보이는걸 찾아 먹었다는데..
그걸 보니 마음이 짠 했습니다.
며느리가 출근한다고 미리 말씀드리면서
당신의 아들이 아프다”는 귀띔을 드렸었는데,
식사 준비하시면서 당신의 아픈 아들내미를 잊으셨던 것인지..ㅠㅠ
내가 많이 해서 퍼다 드리면 내가 없을 때
내 남편을 챙겨 주실 줄 알았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번 느꼈죠.
그래서 넉넉한 음식을 퍼다 드리기 보다는
내 남편 용으로 저장!
내가 출근하고 나면 남편의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마눌이 없어도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게 준비완료.
장볼 때 칠면조 고기 사면서
마스카포네 치즈도 한통 업어왔었는데,
그걸로는 티라미수를 넉넉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스카포네 500g에 생크림 500ml을 섞어놓으면
거의 1리터의 용량이라
한번 만들 때 넉넉하게 만들 수 있죠.
마지막 티라미수를 만든 지도 오래됐고,
아직 냉동실에 남아있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근무 들어가는 이틀 동안 남편이 식사 후에
맛있게 디저트도 즐기시라고 새로 만들었죠.
남편은 금방 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입맛이라..
냉동실에 있는 티라미수를 해동 시켜서 먹는 것보다는
새로 만들어서 냉장고에 있는 티라미수가 더 맛나겠죠.
이렇게 슈니츨 세 조각에
티라미수까지 넉넉하게 만들면서
“출근하는 엄마 마음” 을 제대로 느껴봤습니다.
엄마가 출근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내가 없을 때 아이들이 뭘 먹지?”
평소에는 마눌없어도 끼니 잘 챙겨먹는 남편이라
걱정도 안 해놓고,,
간만에 음식 넉넉하게 하면서
혼자서 “엄마 기분”제대로 내봤습니다. ㅋㅋㅋ
내가 출근하고 없는 이틀 동안
남편은 마눌이 만들어 놓은 슈니츨로
점심을 먹었다고 합니다.
샐러드도 넉넉하게 만들어 병에 담아 놓았더니
그것도 곁들어서 간편한 점심을 먹었다는 남편.
다음 번에도 근무에 들어가는 날을 대비해서
뭔가 해 놓을 만한 메뉴를 고민ㅡ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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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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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집 지하실의 냉동고를 한번 털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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