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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삐딱하게 시작하는 새해, 2021년.

by 프라우지니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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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를 나는 삐딱하게 시작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철도 들고 마음도 더 넓어져야 하는데..


나는 왜 속이 더 좁아지는 것인지..


2020년의 마지막 날


남편 친구들과 만나서 새해맞이 눈신발 등산을 

다녀오는 길에 나는 심히 심술이 난 상태였죠.


평소에는 그러려니..”했던 남편의 행동들인데


다른 사람과 비교 해 보면 

왜 내 남편은 그리 불친절한 낭군님이신지..


새해가 오는데 나는 여전히 내 남편의 불친절함을 

그러려니내 팔자려니..”하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산을 마치고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불편했던 내 마음.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는 그냥 침대로 가서 드러누웠습니다.



자정이 지나고 새해가 오는 시간


시부모님과 마당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하면서 동네 사람이 터뜨리는 불꽃놀이를 

구경 가자는 남편의 말도 무시했죠.


세상의 모든 며느리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면 

시부모님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성질이 난 상태라 웃을 수가 없는데,

시부모님 앞에서 가짜로 웃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2020년 마지막 날 저녁 9시에 

침대에 누워서 그냥 눈을 감았죠


잠은 안 왔지만 일단 자정 쯤에 시부모님과 함께

 마당에서 샴페인 잔을 기울이는 건 피할 생각이었습니다.


자정이 다가오니 남편이 누워있는 나를 

마당에 끌고 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나는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남편딴에도 새해맞이에 며느리가 나오지 않으면 

시부모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실까봐 


마늘을 구슬리고 달래서 데려가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마눌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죠.


남편을 결국 혼자서 마당으로 시부모님과 새해맞이를 나갔고


자정이 넘어가고 밖에서 불꽃놀이로 동네가 번쩍거리고 

시끄러울 때 살짝 일어나 2층 주방의 창가에서

 바깥 구경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내가 새해가 오는데 삐딱선을 탄 이유는 

유난히 심술스러운 남편의 성격 때문이죠.



눈신발 신고 걷는 남편 옆에 스키를 신고 걷는 친구.


겨울 눈산을 갈 때 우리는 눈신발을 신지만

스키를 신고 등산에 함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겨울 스포츠인데

스키를 신고 겨울 산을 올라가서는 


내려올 때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스키 투어


스키 투어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익스트림 스포츠에 가까운 쪽입니다


무거운 스키를 신고 산 위까지 걸어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닦아놓은 스키장도 아닌 산을 그냥 타고 내려오죠.


폭이 좁은 곳도 태반이라 

스키를 자유자재로 탈수 있을 정도의 고급 레벨 정도는 되어야 


마음 편하게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나에게는 넘사벽 스포츠죠.


우리가 눈신발을 신을 때 매번 스키를 신고 

우리와 산을 오르는 친구가 나에게 한 말.


너도 스키 못 타

너도 스키 배워서 스키 투어를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스키는 한 번 타봤는데, 선생이 쉽지 않아서 힘들어


뭘 가르칠 때 잘 못하면 달래가면서 가르쳐야 하는데 

대번에 바보냐?”하면서 윽박 지르는데 

뭘 배울 의지가 있겠냐고?”




남편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친구도 

내 말에 동의하는지 웃기만 했습니다.


내 남편은 말을 참 밉게 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츤데레인데..


함께 사는 사람은 이왕에 하는 말 조금만 더 

예쁘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하죠.


외국인인 마눌이 독일어로 수다를 떨어 댈 때 

수시로 틀리는 독일어 문법이나 단어


매번 반복되는 실수면 옆에서 교정 해 줄만도 한데 

남편이 하는 한마디는..


당신 독일어


내가 한 실수이니 내가 알아서 찾아보라는 이야기죠.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친구


가끔 마눌이 집요하게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남편, 이 문장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나?”


이럴 때도 불친절한 남편은 한번에 답을 하지 않습니다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 주다가 

나중에 한다는 말이 당신이 찾아봐


원어민 남편이랑 살아도 남편 찬스같은 건 

애초에 없는 나의 독일어.


평소에는 그러려니..했던 일들이 하나 둘 생각나면서

 갑자기 폭발한 나의 감정이었죠.


마눌의 심술이 시작되면 일단 꼬리를 

납작하게 내리고 눈치를 살피는 남편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도 모르고 하는 말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마눌이 심술이 길어지면 

그때는 남편도 심술을 내기 시작하죠.



곧 죽어도 하고 죽는 타입이라 

자신이 숨을 죽이고 있어도 


마눌의 심기가 여전히 불편하면 

이내 본성을 들어내는 남편.


새해에는 마눌이 문법이나 단어가 틀린 문장을 만들어도

마눌이 내가 하는 말이 지금 맞는 뜻이냐?”고 물어봐도  


당신 독일어 대신에 

조금 더 친절한 답변이나 대답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새해의 심술을 마감합니다.


마눌이 심술을 천 만번 내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남편의 성격이라는 걸 알지만


새해에는 조금 만 더 친절한 남편을 

기대하며 새해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다른 소원, 소망 같은 것 대신에.. 


건강이 최고이니 그저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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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아니었음 올해가 가서 봤을 비엔나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새해를 뉴질랜드의 변두리에서

 불꽃놀이도 없이 맞을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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