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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의 새 독일어 선생님,R 부인

by 프라우지니 202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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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하고 14년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일을 하고 있지만..


나의 독일어는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하고 픈 말을 하는 정도이고

일상 대화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죠


동료들이 모여서 사투리 + 빠른 말로 수다를 떨어 대면 

거의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내가 모르는 것도 있고

거기에 사투리가 더해지니 나에게는 저 세상 언어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내가 봤던 마지막 독일어 레벨 테스트는 

2008년에 봤던 B1(중급의 낮은 단계).


2007년도에 결혼해서 6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A2 (초급)시험을 본 후에 바로 B1 시험을 봤었죠.


 


여기서 잠깐!


독일어 레벨은 이렇게 분류를 합니다.

A1, A2 (초급)

B1, B2 (중급) 

C1, C2 (고급)


보통의 대학은 B2정도의 레벨이 되어야 

입학이 가능하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B1 레벨의 수준도 

받아주는 걸로 알고 있고


내가 이곳에서 받았던 2년짜리 요양보호사 직업 교육도 


외국인의 경우는 따로 독일어 시험을 봐서 

B1 이상의 레벨을 가진 사람들만 받았었습니다.


위에 레벨 중 고급인 C 수준은 거의 

원어민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외국인이 C레벨 테스트에 합격하려면 

일단은 문법적으로 완벽해야 하고


또 단어도 일상 대화보다는 문서에서 많이 쓰이는 

그런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전에 


독일어 선생님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이니 지금은 모르겠네요.)


이곳에 레벨 테스트를 보려면 

한 번에 100유로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어디에 제출할 일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내 돈 들여서 시험을 볼 필요가 없죠.


내가 봤던 B1시험도 그 당시 비자 연장하는데 필요하다는 해서 봤었지만..


내가 비자를 연장할 시기에는 

독일어 레벨 테스트를 본 확인서는 비자 연장에 필요치 않다

결국 제출하지는 않았죠.


6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A2 시험을 보고

바로 B1시험을 봐야 해서 그 당시 내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력이었지만.. 


그래도 낙제는 아니라 감사한 성적이었죠.



www.pixabay.com


그리고 저는 오래도록 독일어 시험을 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 가끔 독일어 학원을 다니는 정도만 했었죠.


이곳에서 직업 교육을 2년씩이나 독일어로 받았다고 하면 

내 실력이 원어민 수준일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환상 속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고!

직업 교육을 받을 때도 시험은 모든 걸 통째로 외워서 해치웠습니다.


외국인이 자신의 생각대로 언어와 문장을 만들다 보면 

단어나 문법이 맞지 않기도 하지만


문법적으로 맞지 않아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은 

가차없이 틀린 문제로 처리 해 버리니 


그냥 외우는 것이 가장 쉬운 공부 법이었죠.


나의 그저 그런 독일어 실력과 더불어 내 독일어 발음도 그저 그렇습니다


요즘 유튜브 보면 독일어를 배운 지 

1년도 안된 사람의 발음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던데..


아쉽게도 내가 처음 독일어 배울 때는 

한국어와 독일어는 애초에 다르게 발음한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저는 한국어 하듯이 독일어를 했죠.


그래서 내 독일어는 원어민 발음과는 

멀어도 너무 먼 한국인 발음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눌의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에게 

퇴근하면서 마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놓습니다.



www.pixabay.com


요즘은 새로 생긴 내 독일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죠.


남편, “Langsam (천천히) 랑잠은 원래 랑쌈으로 발음해야 한다며?”

누가 그래?”

새로 오신 R부인이 내가 하는 발음이 틀리다고 교정 해 주셨어.”

“……”

“꼭 랑쌈이라고 해야 하나? 랑잠이라고 하면 못 알아들어?”

뭘 못 알아 들어. 랑잠이라고 해도 돼!”

목욕탕에서 앞으로 숙이세요.”했더니 “~쪽으로에 해당하는 

“Nach 나흐를 넣으라고 알려주시더라.”

“……”


내가 근무하면서 하는 독일어 중에 잘못 된 어휘도 있고

문법도 있겠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나의 브로큰 독일어를 자신들은 알아들으니 

그냥저냥 지나간 것이고


나는 같은 문장을 5년씩 말하면서 입에 완전히 익어 버린 거죠.



www.pixabay.com

 

80대 중반의 치매 할매이시지만 외국인 직원이 하는 

독일어를 듣고 교정 해 주시는 R부인은 스스로 외국인이시죠.


전 유고 연방에서 2살 때 부모님을 따라 

오스트리아에 오셨다는 할매.


그 당시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고 학력이셨고

할매가 젊으셨을 때를 기억하는 동료 직원도 있습니다.


대부분 요양원에 오신 할매들은 

티셔츠나 블라우스에 바지/트레이닝 바지를 입으시는데 


R부인만은 항상 정장 차림이십니다.


처음에 R부인이 복도에 앉아 계신 것을 보고는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 아니라 방문하러 오신 분인 줄 알았었죠



핑크색 모직 정장 한 벌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으시고

거기에 하얀 가방까지 옆에 두고 앉아 계시니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죠.



엊그제는 목욕탕 근무라

R부인을 목욕 시켜 드리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독일어를 교정 해 주신 할매.


당신도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받으셨던 차별을 이야기 하십니다.


2살 때 이곳에 와서 독일어는 원어민처럼 구사 하셨을텐데도 

외국인이라는 차별은 피하시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다른 현지인 어르신들은 외국인 직원이 

잘못된 발음/문법으로 말을 해도 


내가 알아들었으니 그만

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지나치시는데


R부인은 자신이 외국인이라 

외국인 직원의 독일어가 더 귀에 걸리시는 모양입니다.


R부인이 교정 해 주신 단어 2개는 요즘 말할 때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말할 때는 일부러 말을 더 천천히 하죠.

“Langsam 랑쌈(천천히)”


이번 기회에 2가지는 배우고 넘어가게 되니 좋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 R부인 옆에 자주 가 보려구요

대화하는 도중에 또 다른 것을 교정 해 주시겠지요.^^





요양원에 단기 요양을 오셨었고

한 달 동안 머무시고 집에 다시 돌아가신다고 


돌아가실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계시는데


아들이 장기 요양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할매는 앞으로도 계속 요양원에 사시지 싶습니다.


이미 중증에 해당하는 치매 단계라 

어떻게 저런 분을 집에서 모셨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들도 모시기 힘이 들어서 

요양원으로 일단 모시고 오셨던 모양입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시는 할매를 내 남편이라고 칭하고


가끔은 일하러 가야한다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하시면서 

당신의 30대와 40대 시절을 왕복 하시는 L부인.


그 와중에도 외국인 직원의 잘못된 독일어는 일단 교정 해 주십니다.


앞으로 L부인과 얼마나 오래 함께 생활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근무가 있는 날은 나의 새 독일어 선생님께 배워보려고 합니다.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실생활 언어 교정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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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요양원 옆 공원의 가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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