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은
10개월차 삼식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침은 남편이 챙겨서 먹는다는 것!
(그래도 내가 세끼를 챙겨주니 남편은 삼식이^^)
남편이 출근할 때는...
6시 10분 전에 일어나서 남편의 아침과 간식으로 싸가는
과일/야채 등을 다듬느라 매일 아침, 벌떡 일어나는 삶이었죠.
삼식이가 되어서 귀찮은 것도 있지만 좋은 것 하나는
이제 아침은 남편이 “혼자서도 “ 잘 챙겨 먹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는 남편은 보통 7시면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8시 이전에는 책상에 앉아서 근무를 시작하지만 마눌은 그냥 자고 있죠.
마눌이 근무를 한 다음 날은 몸이 피곤하니
잠자게 두는 것이 당연하지만,
요새는 마눌이 근무를 안 해도 일부러 깨우지 않고
혼자 주방에 가서는 뮤슬리에 우유 말아서 먹고
차 한잔 마시고는 근무를 시작합니다.
남편이 인터넷 전화로 사람들이랑 회의를 하다 보면..
남편 뒤에 있는 침대에 자고 있던 마눌은 시끄러워서 일어납니다.
일부러 깨울 필요가 없죠.
아시죠?
시댁에 잠시 더부살이로 들어와서는 단칸방에 살고 있죠.
방 하나가 침실이요, 거실이요 남편의 사무실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8시가 넘은 시간이 일어난 마눌이
남편을 위해 하는 건 간식 준비.
10시에 여러가지 과일 한 접시와 커피 때로는 빵 한 조각도 갖다 바치죠.
그렇게 간식을 갖다 바치고는 남편이 정 해 놓은 점심시간인
12시와 1시 사이에는 점심을 해서 배달합니다.
입맛 까다로운 삼식이 남편의 점심 메뉴는
항상 전날 저녁에 물어봅니다.
뭘 먹겠다고 말을 하면 그나마도 하기 쉬운데,
어떤 날은 말을 안 합니다.
그래 놓고는 “왜 점심을 안 주냐?”고!
남편이 밥을 잘 먹으면 내가 먹는 거 대충해서 주면 되는데,
남편은 밥보다는 감자를, 감자보다는 빵을 더 좋아하는 전형적인 백인이죠.
뭘 먹겠다고 이야기 하지 않고는
점심 시간에 “점심을 달라~”고 외치는 남편.
그때마다 일단 뭔가를 해서 바쳐야 하는
나는 삼식이 남편을 둔 아낙.
점심을 안 먹을 듯이 이야기를 해서 아예 점심 준비를 안하고 있으면
“왜 점심을 안 주냐”고 따지는 남편.
매번 남편에게 뒤통수를 맞게 되는 남편의 점심 문제.
내가 빵을 잘 안 먹듯이, 남편도 밥을 잘 먹지 않습니다.
“잘 안 먹는다”는 표현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데..
먹을 것이 빵 밖에 없으면 저는 빵을 먹습니다.
남편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밥을 먹죠.
매번 “점심 메뉴는 미리 말을 해라!”고 협박도 해봤지만
남편에게는 잘 안 먹히는 전략.
매일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가끔은 뭘 먹겠다는 이야기를 안 해 놓고는
마눌이 제안하는 메뉴는 다 퇴짜를 놓은 심술쟁이 삼식이.
밥은 안 먹는 남편을 위해서 급하게 준비했던 한끼.
“참치 샌드위치”
집에 마요네즈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에 남편이 왕창 사다 놨던 참치 캔.
다들 참치 샐러드 하시는 법은 아시나요?
밥 반찬으로도 나름 괜찮은 메뉴죠.
기름 뺀 참치에 소금을 살짝 뿌려서 절어 놨던 양파랑 오이만 넣으면 끝!
유럽 오이는 한국산과는 다르게 크기는 내 팔뚝 만하고,
소금에 절이면 아삭한 맛은 사라지고 물컹한 식감만 남기는 하지만 ..
그래도 오이 맛은 내지 싶어서 넣었죠.
후다닥 만들어낸 참치 샐러드를 바게트 빵에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삶은 달걀까지 썰어서 올리고!
(여기에 삶은 달걀은 도대체 왜 올린 거지?)
달걀 위에 땡초까지 썰어서 올려놓으니 일단 비주얼은 합격!^^
사진을 보니 참치 샐러드 아래는
마당에서 나는 여러가지 샐러드를 올렸네요.
이렇게 샌드위치로 갖다 바쳤는데..
맛은 괜찮았는지 남편을 빵 사이로 삐져나오는
참치들을 꾹꾹 눌러가면서 한 개를 해치웠습니다.
남편이 대놓고 맛있다는 말은 안 하는 타입이지만,
맛 없으면 한 입만 먹고는 얼른 접시에 내려놓아서
맛없는 요리에 대놓고 저항하는 타입.
마눌이 갖다 준 제법 큰 사이즈의 참치 바게트 샌드위치를
남편은 군소리 없이 먹어 치웠습니다.
제법 성공했던 점심 한끼였죠.
내가 결혼하고 남편에게 처음 해준 요리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므라이스”
사실 볶음밥은 해 먹어도 오므라이스는 나도 잘 안 해 먹는 음식.
볶음밥 위에 달걀만 올리면 되는데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죠.
그날도 점심 때문에 남편에게 뒤통수 크게 맞은 날이었습니다.
“점심 뭐 먹을래?”
“…”
“점심 뭐 먹을 거냐고?”
“배 안 고파!”
“그래 놓고 나중에 왜 일하는 남편 밥도 안 주냐고 할꺼잖아.”
“안 먹을 꺼야. 배 안 고파!”
몇 번을 물어봐도 점심은 안 먹겠다는 남편.
그래서 내가 먹을 볶음밥을 했습니다.
냉장고에 노는 야채는 다 때려 놓고, 김치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남편이 일하는 방에서 들리는 한마디.
“배고파, 일하는 남편 점심은 안 주나 봐?”
우이쒸! 몇 번을 물어봐도 배 안 고프다고 안 먹겠다고 해 놓고는..
남편이 밥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알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정말 줄 것이 없는 날은 남편이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기도 하는데..
대체로 빵에 치즈나 햄 혹은 살라미 정도.
이렇게 본인이 찾아서 먹는 날은 오후 내내 이런 소리를 합니다.
“마눌이 집에 있는데 일하는 남편 밥도 안 차려주고..”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고
사람 열 받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죠.
남편에게 맨날 맞는 뒤통수를 남편의 뒤통수를 한대 때려서 돌려주고 싶죠.^^;
배 안 고프다고, 안 먹겠다고 해 놓고
점심은 왜 안 주냐고 뒤통수 친 날.
“나 점심시간 12시에서 1시까지인거 알잖아.
지금 빨리 먹어야 또 근무를 하지.”
두 주먹은 불끈 쥐었지만...
지금은 남편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보다
일단 뭔가를 해서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
내가 김치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볶음밥을 반 덜어내서는
그 위에 달걀을 하나를 입혔습니다.
비주얼은 오므라이스가 된 내 볶음밥.
그 옆에 시큼한 콜라비 피클까지 해서는 얼른 방으로 배달을 했습니다.
처음에 한 술 떠먹을 때는 “뭘 이런걸 가져왔느냐?”는 표정이었는데,
맛은 괜찮았는지 군소리 없이 접시를 비웠습니다.
남편이 미리 점심 메뉴를 말했더라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오므라이스.
어쩌다 보니 결혼 14년만에 내가 남편에게
처음 해준 오므라이스였습니다.
가끔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요즘.
남편은 마눌에게 이런 요리를 기대해서
그렇게 뒤통수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리 이야기 하면 자신이 어떤 점심을 먹게 되는지 알지만,
아무 소리 안하고 있으면 마눌이 새로운 메뉴를 가지고 등장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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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요리 이야기라 집에서 후다닥 만드는 스파게티 소스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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