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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참 불쌍한 인생

by 프라우지니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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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이 안 올라오니 궁금해 하셨을 여러분!

제가 쪼매 바빴습니다.^^

 

다른 때보다 근무도 더 잦았고, 또 인터넷이 말썽이라 예약글을 올리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는 예약 해 놓은 영상들이 있어서 매일 올라갔었지만..

블로그의 글은 며칠 동안 올라가지 못했네요.^^;

 

저는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3일 연속 근무가 지난주와 이번 주에 나란히 걸려서 일을 더하는 바쁜 시간이었고,

근무가 없을 때는 집에 짱 박혀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안에 짱 박혀 있느라 꽃이 만발한 마당에도 안 나갔었네요.ㅠㅠ

 

그렇다고 집에서 게으름을 떤 것은 아닌데..

점심 해 먹고 글 조금 쓰거나 영상 편집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더라구요.

 

3일차 근무를 끝냈고, 이틀 쉬고 또 주말에 근무가 걸려있습니다.

오늘은 마음 편히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되는 조금은 느긋한 날이죠.

 

근무를 한 날 저녁에는 보통 글을 쓰지 않지만, 이런 날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건..

내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죠.

 

오늘 “참 불쌍한 인생”을 살아온 아니, 살고 있는 사람 때문에 기분이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나랑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돌아서면 그만인 것을..

 

그 사람이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내 남편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괜히 더 마음이 가고 더 불쌍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https://pixabay.com

 

우리 요양원 내 동료직원은 남편의 친척입니다.

남편의 외사촌 형수죠.

 

이 형수의 인간됨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셔야 할 듯..

도우미 R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http://jinny1970.tistory.com/2706

직원회의에 대한 나의 생각

 

올해 환갑을 앞두고 있고, 생일쯤인 올 11월(인가 12월)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죠.

 

R은 주 24시간 근무를 하는 직원이라 자주 근무가 걸리지 않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같은 층에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R의 직업은 “도우미”

 

도우미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지만 그녀는 일보다는 수다를 떨러 더 다니죠.

도우미가 해야 하는 일은 뒤에 팽겨친 채로 말이죠.

 

오전에 와상 어르신들 씻겨드린 대야는 소독해서 다시 제자리에 갖다놔야 하는데..

사용한 대야들이 저녁 6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놓여있는 상태!

 

보다 못해서 내가 오늘 새로 온 공익요원을 데리고 가서 대야 소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오늘 나랑 같이 근무했던 직원둘이 똑같은 반응을 했습니다.

 

“결국 그걸 네가 했구나!”

 

둘 다 하루 종일 R이 그 일을 하나 안 하나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오늘 온 공익요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지원한 1000명중 한명.

앞으로 3개월 동안 요양원에서 도우미로 일하게 되니 이 직원에게 알려줘야 하죠.

 

“오늘 온 공익에게 알려줘야 내일부터 알아서 하지!”

 

나의 이 말에 두 직원은 더 이상 댓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R이 퇴근할 때까지 하나 안 하나 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일 피해서 다니는 직원에게 보일만한 일은 절대 아니거든요.

 

 

https://pixabay.com

 

탱자거리고 놀다가 R이 퇴근하고 나니 내 동료들이 새로 온 실습생에게 묻습니다.

 

“너는 오늘 같이 근무한 R이 뭐하는 사람 같아?”

“요양보호사 아니야?”

“아니야, 도우미야!”

“그래?”

 

실습생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R은 오늘 하루 종일 실습생을 부리려고 했거든요. 각 방의 아침 배달이 끝나니 실습생에게 ...

 

“각 방에서 접시를 수거 해 와!”

 

도우미인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인데, 요양보호사 실습생을 자기 직원처럼 부리려고 했죠.

도우미가 자기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요양보호사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오늘 실습생을 데리고 다녔던 직원이 실습생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R은 일은 안 하고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고, 자기가 도우미인데 실습생한테 도우미 일 시켜놓고 자기는 노는 일이 많거든! 앞으로 R이 너한테 ”접시를 치워라!”하면 나를 교육하는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고 빠져 나와!“

 

실습생은 앞으로 2년 동안 요양보호사를 따라다니면서 실습을 하고 배우게 되고,

도우미가 없는 경우에는 도우미 일도 해야 하지만 있을 때는 아니죠.

 

그리고 동료가 이어서 한 말은 나를 참 슬프게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나는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야!“

 

그랬더니 또 다른 직원이 실습생에게 말을 합니다.

 

“너 R앞에서는 말 조심해!

저 인간 귀에 들어가면 온 동네가 다 알아, 완전 사내 방송국이야!”

 

실습생은 이제 막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시작한 23살 청년입니다.

이제 실습 첫 주를 시작해서 직업교육이 끝나는 2년 동안 우리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는데..

 

“다른 직원들이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직원!”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같이 10년 넘게 근무한 동료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듣는 R.

 

이런 말을 들었으니 실습생은 앞으로 R을 볼 때마다 우습게 생각을 하겠구나..싶었습니다.

 

 

https://pixabay.com

 

R은 이제 환갑을 앞두고 있습니다.

길어봤자 6~7개월 더 근무를 하겠지요.

 

내가 보는 R은 이런 사람입니다.

 

“목소리 크고, 자기변명에 아주 능하고, 뭔 일이 일어나면 (설령 자기 탓이라고 해도) 남의 탓으로 훌러덩 돌려버리는 능력에, 아무도 자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착하고, 일 잘하는 직원”

이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죠.

 

"일 잘하는 직원"을 입으로 털어대는 “수다“로 따진다면 일 잘하는 직원이 맞기는 합니다.

 

우리 요양원에는 주둥이가 아닌 몸을 움직이는 직원이 필요하지만 말이죠.

 

환갑이면 인생의 황혼기!

 

살아온 삶을 뒤돌아볼 나이인데...

나와 10년 넘게 근무한 동료직원이 “나는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현실!

 

이건 R에 대한 뒷담화가 아닌 R에 대한 그 동료의 진심이었던 거죠.

 

사실 나도 R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날은 R 때문에 내가 한번이라도 몸을 더 움직여야 하니 말이죠.

 

R이 이런 근무태도로 10년 넘게 버틴 건 동료들이 받아줘서 가능했던 일이겠죠.

 

 

 

혼네(진심)과 다테마에(가심)가 있는 일본인들.

겉으로는 상냥하게 웃다가 뒤통수치는 그런 족속이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딱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실실 웃으면서 다 좋은 듯 해놓고 뒤돌아서는 뒷담화 작렬하는 인간들.

 

누군가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이렇게 좋고, 나쁜 것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자기 의견을 대놓고 이야기 했다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던 나치 시절이 있어서...”라고 하던데..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R이 요양원을 떠나는 날 동료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녀를 떠나보낼까요?

근무시간에 일 안하고 주둥이만 겁나게 털어대던 도우미?”

 

절대 긍정적인 반응은 나올 거 같지 않은 R의 근무태도.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참 성실하게 일 잘했던 내 동료”

이런 말은 지금 상태로 일하는 그녀는 죽었다 깨어나도 듣지 못할 말입니다.

 

그녀가 지난 60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불쌍한 인생이지 싶습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내가 이기는 건 아니죠.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귀를 기울이고 들어봐야 하는데..

귀를 막고는 “내가 다 옳다!”하는 그녀에게 진심을 보이는 동료들은 없는 거 같습니다.

 

R은 앞으로도 변함없는 행동으로 근무를 하다가 우리 곁을 떠나겠지요.

 

누군가 R의 근무태도를 지적하고 제대로 교육을 했다면 지난 10년 동안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직원은 되지 않았을 텐데..

 

잘못해도 지적하지 않고, 일 안하고 수다만 떨어대도 앞에서는 웃으며 같이 수다를 떨어준 동료들이 만들어낸 것이 오늘의 R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진심으로 그녀의 행동을 지적 해 줬다면 그녀가 이리 불쌍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새로 온 실습생에게도 “앞으로 조심해야하는 인간”으로 찍힌 R이 안타깝습니다.

 

내 눈에는 R이 참 불쌍한 인생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60년을 살았다면 누군가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할 시기여야 하는데..

“조심해야 하는 인간!”

“근무시간에 일 안하는 인간!”,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 인간!”

 

이런 이야기를 듣는 그녀를 보니 그녀의 인생이 참 불쌍해 보입니다.

내 눈에 그녀는 참 불쌍하고 안타까운 중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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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 다가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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