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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참 이상한 동행, 함께 가는 저승길.

by 프라우지니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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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의 병실 대부분은 독방이지만 2인실이 몇 개 있습니다.

 

보통은 내외분이 2인실을 쓰시는 것이 정상이지만,

가끔은 같은 성별의 어르신의 쓰시기도 하십니다.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같은 방을 쓰면 좋겠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이 만나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죠.

 

같은 방을 쓰셨던 P부인과 L부인.

두 분 다 치매 어르신이지만 차이가 많이 나는 분들이셨죠.

 

P부인은 치매 1단계로 당신이 치매라는 것이 인지를 한 상태이기는 한데,

그걸 인정하기 힘든 상태,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시기입니다.

 

씻고, 먹고, 심지어 기저기형 (요실금)팬티도 직접 갈아입으시죠.

신체적으로 건강하시니 직원의 도움은 전혀 필요 없는 상태입니다.

 

이분이 우리 요양원에 처음 오셨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며칠간을 매일같이 우셨죠.

 

 

https://pixabay.com/

 

내가 몇 번 언급 한 적이 있었죠.

사람들 특히 자식들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부모님의 요양원 입주.

 

요양원에 입주하시는 당사자들은

배우자를 잃는 충격과 같은 스트레스입니다.

 

그때마다 직원들이 P부인의 방에 가서 손 잡아드리고, 겁내지 마시라고 다들(뻥) 친절한 직원들이니 금방 적응 하실 거라고 위로를 해 드리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도 참 많이 위축된 상태로 직원들의 눈치를 보시곤 하셨고,

치매가 조금 깊어지면서는 같은 방의 L부인이 돈을 자꾸 훔쳐간다는 이야기도 하셨죠.

 

반면 L부인은 치매 2단계로 정신을 놓으신 상태죠.

 “항상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직원의 도음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누구?”

 

모르십니다.!

자신의 딸을 보고 “엄마”라고 하기도 하고, “누구세요?”하시기도 하시죠.

 

아침이 되면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물수건을 드리고 얼굴이나 몸을 닦으시라고 해야 닦으시고, 식사도 앞에 썰어서 갖다드려야 드시죠.

 

이렇게 서로 다른 단계의 두 어르신은 한방에 사셨습니다.

증상이 심한 L부인은 모든 면에서 P부인에게 의지를 하시는 듯 보였습니다.

 

 

 

https://pixabay.com/

 

이렇게 차이나는 “치매증상”을 가지신 분들을 한국의 요양원에서도 본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나갔던 의정부의 어느 요양원.

 

치매 증상이 심해 정신을 놓으신 분은 증상이 조금 덜한 어르신을 의지하고 따라다녔고,

증상이 조금 덜하신 분은 자신이 마치 언니마냥 정신을 놓으신 분에게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선생님(요양보호사)말은 잘 들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해대면서도, 어디를 가도 꼭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여기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한국처럼 그렇게 챙겨주는 사이는 절대 될 수가 없죠.

옆에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데도 모른 척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요양원에 온지 얼마 안 된 실습생 시절에 요양원에 장님 할매 한분이 계셨습니다.

원래부터 눈이 먼 것이 아니라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 가신 분이시죠.

 

눈이 먼 할매는 한 식탁에 다른 두 분의 할매랑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아무래도 앞을 못 보시니 음식이 없는 수저를 드시기도 하시고, 음식을 접시 바깥으로 많이 떨어뜨리셨죠.

 

이때 옆에서 식사를 하시는 두 분의 할매는 치매 초기로 자유자재로 거동도 가능하시고,

직접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셨지만...

 

옆의 장님 할매가 도움이 필요할 때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직접 식사를 하시고, 보실 수 있으니..

약간의 도움은 말로라도 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 이곳입니다.

절대 “정”이라는 건 느낄 수 없는 곳이죠.

 

한 방에 사시지만 P(경증 치매)부인은 L(중증 치매)부인과 대화도 하지 않으셨죠.

 

이미 중증치매인 L부인은 동문서답을 주로 하시니 대화가 불가능하기도 했습니다만,

L부인은 한방에 사는 P부인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셨습니다.

 

P부인이 방을 나오시면, L부인도 따라 오시고,

P부인이 들어가시면 L 부인도 따라 들어가시죠.

 

그렇게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L부인과 L부인을 무심한듯 바라보고 ,

안 챙기는 듯이 챙기는 듯한  P부인의 동거는 몇 년 됐습니다.

 

두 분의 자식들이 찾아올 때면 서로 부러운 듯 상대방의 자식들을 바라보시기도 하셨네요.

 

특히나 나름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계신 P부인은 L부인의 가족들이 오면 부러워하셨고,

정신을 거의 놓으신 L부인인 P부인의 자식들이 와서 밖으로 산책을 나가면 당신도 따라가려고 나서시곤 하셨죠.

 

그렇게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시며 사시던 두 어르신.

얼마 전부터  P부인의 살이 갑자기 많이 빠졌습니다.

 

가끔 근무를 하고, 또 2층 근무는 한동안 없어서 뵙지 못했던 P부인을 간만에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나만큼 덩치가 계셨던 분이 살이 쪽 빠지셔서는 기운도 없으셨죠.

 

 

 

https://pixabay.com/

 

그렇게 직원의 도움도 이제는  필요하시고, 병원의 입, 퇴원도 심심치 않게 하셨던 P부인.

 

P부인이 병원에 입원하신걸 알고 있었는데 그 방문 앞에 테이블이 하나 나와 있습니다.

그 방의 주인이 돌아가시면 준비되는 테이블이 말이죠.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병원에 실려 가셔서 많이 돌아가시니 당연히 P부인이 그 테이블의 주인일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가신 분은 P부인이 아니 L부인이셨습니다.

 

곡기를 끊거나 숨을 헐떡이면서 마지막이 왔음을 알리셨다면..

“드디어 좋은 곳으로 가셨구나"  했을 텐데...

 

L 부인은 나름 아픈 곳이 없으셨는데, 돌아가신 분이 P부인이 아니고 L부인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니 동료도 마찬가지라는 반응.

 

“저녁 10시경에 방에 들어가 봤더니 이미 숨이 끊어지신 상태였었다네.”

“그 전에 어떤 증상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런 걸 몰랐었나?“

“그냥 주무시는 듯이 가신 거 같아.”

 

 

 

https://pixabay.com/

 

L부인이 돌아가신 날 동료와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돌아가시면 그 주위 분들이 돌아가시기도 해.

혼자가기 싫은 저승길에 동행으로 함께 간다고 생각을 하지.”

 

돌아가실 때가 되신 분은 P부인이셨는데, 생각지도 못한 L부인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날 병원에 계시던 P 부인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숨을 놓을 때를 기다리시던 P부인의 영혼은 요양원에 오셨던 걸까요?

그래서 (아직 가실 준비가 되시지 않았던) L부인을 모시고 가신 것일까요?

 

아님 L부인도 때가 됐다 생각하셔서 숨을 놓으신 것일까요?

 

두 어르신이 한방에 사시면서 얼마나 친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두 분이 저승길에 함께 손잡고 나란히 가실 정도로 친하셨을 수도 있고!

 

보통 같은 날 돌아가시는 경우는 몇 십 년을 함께 산 부부가 많죠.

평생 함께 살면서 쌓아온 사랑과 우정과 미움까지 간직하신 사이니 말이죠.

 

하지만 치매 어르신 두 분이 한방에 사시다가 하루 차이로 돌아가신 건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아님 혼자 가기 외로우신 분이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아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참 신기한 일로 기억하지 싶습니다.

 

두 분은 나란히 함께 저승길로 가시고 계시겠죠?

그렇게 오래도록 함께 하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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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계속이어지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 뒤쪽의 마을 고사우입니다.

여름에는 동물들이 사는 농장지대이지만 겨울에는 눈 쌓인 벌판을 무료개방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겨울내내 무료로 노르딕스키를 탈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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