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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퇴사하는 직원 선물로 나는 5유로 낼까, 10유로 낼까?

by 프라우지니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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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우리 병동에서 간호사 하나가 퇴직을 합니다.

25살 꽃다운 나이의 유부녀 간호사,M이죠.

 

한 달 전쯤인가 그녀가 우리 병동의 책임자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죠.

 

“이제는 여기서 일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요양원내 어르신께는 싹싹하게 일 잘하던 그녀였는데..

그런 그녀가 요양원에서 일하는 것이 이제는 지겨워진 모양입니다.

 

그녀의 퇴직소식을 들었을 때 겉으로는 섭섭한 표정을 지었지만,

전 사실 속으로 기분이 째지고 있었습니다.

 

내 기분이 왜 째졌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078

참 내 맘에 안 드는 그녀

 

날 싫어하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참 불쾌한 일입니다.

 

내 뒤에서 내 뒤통수를 째려 볼 테고,

혹시나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도 웃고 떠들 테고,

하다못해 나의 웃긴 독일어 발음을 따라하면서 웃는 사람들이 있죠.

 

그녀가 나에게 주의를 줬던 “외국인”

 

사실 외모로 따지면 그녀가 나보다 더 눈에 띄는 외국인이죠.

그녀는 머리에 히잡을 쓰는 무슬림이니 말이죠.

 

 

 

 

한번은 제정신(치매X)으로 사시는 어르신 몇 분께 이런 질문을 드렸었습니다.

 

“여기서 태어났지만 히잡을 쓰고 사는 사람들을 현지인이라 생각하는지 외국인이라 생각하는지?”

 

네, 간호사 M을 겨냥해서 했던 질문입니다.

말은 원어민처럼 하지만, 그녀의 외모(히잡)나 문화는 아니니 말이죠.

 

자신은 “나는 오스트리아 현지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본인이 생각한다고 되는 건 아니죠.

 

그녀를 보는 현지인들이 그녀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니 말이죠.

 

우리나라도 이런 경우가 많죠?

부모는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은 한국인일까요?

 

아무래도 “한국인“이라 말하기는 쪼매 거시기하죠?

한국어를 한다고 다 한국인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는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 음식도 잘 먹지만..

그들의 집에 들어가면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음식을 먹게 되죠.

 

아이는 자신은 한국어를 하고, 한국도 사랑하고, 한국음식도 잘 먹으니 한국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이는 그저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일뿐인거죠.

 

피부색이 다른 인종이 아무리 한국어를 잘해도 우리가 쉽게 “너도 한국인”이라 인정하지는 않죠. 우리와 피부색도 외모도 다른 외국인이니!

 

 

 

 

내 눈에는 M도 나와 같은 외국인인데, 유난히 나만 갈구던 그녀.

 

“나만 외국인이냐? 너도 외국인이거든!“

 

이것이 내 마음이었죠.

 

그래서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은 과연 그녀를 나와 같은 외국인이라 생각하는지가 궁금했었습니다. 질문은 했는데 확실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은 일본인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민족인 걸 깜빡 하고 있었습니다.

절대 한마디로 "옳다/그르다"로 자신을 내보이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말을 아껴야 할 때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부류죠.

 

내 질문이 안 들리는 척 딴청을 하면서 대답을 회피하길레..

대답 듣는 걸 포기 했습니다.

 

평소에는 할매들보다 더 수다스럽게 직원들 뒷담화에 다른 방에 사는 어르신들 뒷담화로 수다 파티를 여시는 할배들이 내 질문에는 입을 닫으시더라고요.

 

그렇게 나에게 "누가 과연 외국인 일까?“하는 질문을 하게했던 간호사 M.

그녀가 그만둔다니 이보다 기쁜 일은 없죠. ^^

 

하긴 25살 꽃 다운 나이부터 퇴직할 때까지 앞으로 쭉~~~

40년을 더 요양원에서 어르신들 궁디만 닦는다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할 거 같기는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그녀의 장래에도 좋은 일이고..

그녀의 갈굼을 당하던 나에게도 “쨍하고 볕들 날”입니다.^^

 

그렇게 그녀가 그만둔다는 3월말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동료직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 간호사M이 그만두잖아, 돈 모아서 작별선물을 한다네.”

 

그날 행사담당 수금원이 근무를 같이 했었는데..

퇴직하는 직원에게 마음 맞는 직원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 하나 하자는 거죠.

 

보통은 10유로는 내는 것이 맞지만..

날 재수 없게 보던 그녀에게 내 쌩돈 10유로를 내는 건 너무 아까운 일!

 

그렇다고 나에게 일부러 작별선물을 하자는 말을 전했는데 쌩까기도 거시기 한일.

그래서 고민 끝에 5유로를 냈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사실 내고 싶은 마음 하나도 없으면서 내는 것이 엄청 아까웠습니다.

내면서 사실 짜증이 났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혹시 그녀도 돈을 낸 직원들이 얼굴이 다 들어간 직원앨범이 선물로 갈 거 같아서 말이죠.

 

지난번에 퇴직한 직원에게는 돈을 거둬서 작은 선물과 함께 (돈을 낸)직원들의 사진첩을 선물했었습니다. 우리를 떠나서도 잊지 말고, 우리와의 추억을 기억하라고 말이죠.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그때 그 직원에게 선물로 준 사진첩에 있는 내 사진에 대해서는 사실 찝찝했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닮고 싶고, 친해지고 싶었지만..

사실 그 직원이 날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현지인 직원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날 판단합니다.

나는 말도 어눌하게 하고, 조금 덜 떨어지게 행동하는 외국인 직원일 뿐이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 직원이 사진첩에 있는 내 얼굴을 봐도,

나에게 유리한 추억은 아닐꺼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죠.

 

“아~ 이 직원! 한국에서 왔는데 항상 실실 웃고 다니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닌데.. 말(사투리) 잘 못 알아들어서 항상 뒷북치고, 약간 사오정 같은 그런 띨띨한 직원이었어.”

 

대충 내 뒤에서 직원들이 하는 나에 대한 평가이지 싶습니다.

그나마도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이 이 정도죠.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나에게는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겠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날 그렇게 기억한다는 사실이!

 

남들 다 내는데 나만 돈을 안 내기도 그래서 그냥 5유로를 냈는데..

 

사진첩에 내 얼굴이 들어가는 건 상당히 찝찝하지만,

이렇게 그녀와의 인연이 끊어진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합니다.

 

그녀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던 간에 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그저 내 일터에서 날 매섭게 쳐다보던 눈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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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봄날에 걸었던 린츠 뒷골목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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