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은 두어 달에 한 번씩 직원회의를 합니다.
휴가를 간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다 참석하는 회의인지라,
근무가 없는 직원은 회의시간인 저녁 7시에 맞춰서 요양원에 가야합니다.
저는 그날 운 좋게 근무가 있었던지라,
근무가 끝나고 바로 직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직원회의는 매번 비슷한 내용입니다.
요양원 원장과 직원을 관리하는 인사부장이 요양원의 새로운 뉴스들을 이야기를 하고난 후에, 우리병동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문제점이나 혹은 다른 문제가 되는 점들을 이야기 하죠.
직원회의때 배달왔던 피자
직원회의가 끝나고는 간단한 간식을 먹고 나면 끝입니다.
보통은 샌드위치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주변의 피자리아에서 배달 온 피자를 먹었습니다.
우리 병동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근무를 하는 직원들도 마음을 담아서 잘하고, 어르신들의 칭찬을 듣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대~충, 얼렁뚱땅, 마지못해 일을 해서 어르신들의 욕을 먹는 직원도 있습니다.
올해 50줄에 들어선 E는 내가 좋아하는(일 잘하는) 직원 중에 하나입니다.
20년 넘게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데도 항상 변함없이 어르신들을 정성스럽게 챙기죠.
주 연방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지만..
직원들은 공무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라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정책이 바뀌면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변화가 생깁니다. 가령 예산이 줄어들면 직원을 줄이는지라 근무환경이 겁나 살벌해지죠.
우리 요양원은 “증축계획”이 있어서 한동안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전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수의 직원이 근무를 하니, 근무환경이 열악합니다.^^;
보살펴야 하는 어르신은 많은데 근무하는 직원은 너무 적으니...
어르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이런 근무환경을 모르지 않는 원장이고 인사부장이지만..
그저 말로만 “고생한다.”할뿐이죠.
근무환경과는 상관없이 대충 일하는 직원의 태도는 변함없습니다.
자기들 수다 떨고, 담배 피우러 갈 시간은 있지만, 어르신들이 뭔가 해 달라고 하면..
“시간 없다.”하고,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 하는 어르신들은 더 이상 말을 못하게 윽박지릅니다.
그런 직원이 있는 것을 함께 일하는 직원이 모를 리도 없지만,
그런 행동을 보면서도 그냥 눈감고 지나칩니다.
요양원측에서도 고용된 직원은 소소한 이유로 해고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날라리 직원들이 어르신께 하는 행동이 정말 소소하지는 않지만,
(사망 사고 같은) 큰 사고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 말 안하고 조용한 E가 직원회의 중에 입을 열었습니다.
어르신 중 몇 분들이 그녀에게 문제점을 말씀하시는데, 그중 몇 분은 ”그냥 듣기만 해,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지는 마!“ 하면서 하소연을 하셨답니다.
어르신들은 많고 많은 직원 중에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직원에게만 마음을 열고,
자신이 느끼는 점이나 다른 직원에게 당한 불평등한 일도 이야기 합니다.
E는 그분들의 하소연을 듣고 그분들께 “더 윗선”에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문제점이 해결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고 합니다.
말을 전하지 않기로 한지라 그분들이 말한 문제점이나 직원이 누군지는 말하지 못하지만, E가 전해들은 이야기가 그녀의 표정으로 봐서는 조금 심각해 보였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어르신이 말한 직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을 하는 직원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느낌상 그녀들이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올해 30살이 된 터키아낙, N이 이야기를 합니다.
N은 어릴 때 오스트리아에 온지라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직원입니다.
“요새 근무환경이 너무 힘들어져서 나는 집에서도 공격적이 되어가고,
요양원에서도 공격적이 되어 가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근무하는 직원이 적어져서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드 직원이 다 그녀처럼 공격적으로 사람을 대하지는 않습니다.
어르신 중 특정한 분이 그녀에게 공격적이고 욕을 한다고 하더니만..
그녀가 그분을 그렇게 대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녀는 참 자주 듣는다는 욕.
Blöde Kuh 블뢰데 쿠(바보 같은 소) 병신 같은 여자!
“멍청이 소”가 뭐 그리 기분 나쁜 욕인가 싶어서,
동료직원에게 물어보니 여자에게는 모욕적인 욕이라고 합니다.
이 욕을 성질난 김에 했다면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특정 어르신은 N이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난 저 직원 싫어.”말을 하시거나.“Blöde Kuh 블뢰데 쿠”라고 등 뒤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 어르신이 모든 직원에게 그런가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선적으로 말씀을 하시고 툭툭 치시면서 말씀을 하시지만 다른 직원에게는 참 친절하신데,
N이 어르신에게 뭔가 잘못했으니 그러시는 거겠죠.
N이 외국인이라 차별해서 그러시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나도 외국인이지만 나랑은 툭툭 치며 장난도 치시고, 잘 웃고 친절하시거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이번에 필리핀 며느리를 본 직원이 말을 합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각 방을 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데..
온수를 틀면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방이 있는가 하면,
온수를 한참 틀어놔야 하는 방이 있습니다.
그런 방은 물을 세게 한참 틀어놔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 직원은 찬물로 그냥 씻으라고 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봤자 몇 분만 기다리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데 그 시간이 뭐 그리 길다고..
근무시간에 담배 피우러 가서는 땡땡이치며 시간을 잡아먹는 건 괜찮고,
따뜻한 물 나오는 그 몇 분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인지..
90대 중반의 노인의 몸을 찬물로 헹군 물수건으로 닦아대다가 심장마비가 올수도 있죠.
이 직원은 얼마 전에도 씹지 않고 삼키는 어르신께 햄 덩어리를 썰지 않고 그냥 줬다가 숨이 막혀 얼굴이 파래지는 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질식사를 노리는 것인지..^^;
나중에 정말 사고를 치고 난 후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또 다시 반응하는 직원 하나.
남편의 외사촌 형수입니다.
다른 직원에게는 창피해서 말을 못했습니다.
일이나 잘해야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다들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직원이라 친척이라는 말이 내 입에서 안 나오더라고요.^^;
가끔 어르신은 다른 직원에게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한마디도 안하셨었는데..
다른 직원에게 내가 한 간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신 모양입니다.
내 멘토인 L이 어느 날 나에게 살짝 말을 해줍니다.
“너 R부인 아침에 씻겨드릴 때 머리에 물 묻히니?”
“응, 안 그럼 머리가 다 하늘로 올라가는지라, 단정하게 빗기느라.”
“하지만, R부인이 머리에 물 묻히는 거 싫단다.”
“그럼 하늘로 올라간 머리를 그냥 둬?”
“응.”
이런 이야기는 아침에 씻겨드릴때 나에게 말해도 되는데..
나에게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셨던 것인지.. 저는 다른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남편의 외사촌형수가 R부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그 R부인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당장에 달려가서 물어봤잖아. 내가 뭘 어떻게 했길레 이야기를 하냐고???”
남편의 외사촌 형수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도우미입니다.
식사를 나눠주고, 그릇을 치우고, 침대보를 갈아주고, 주스를 나르고 등등등.
이런 소소한 일을 하는 직원인데, 이 직원도 일보다는 말이 더 많은 직원인지라 해야 할 일을 다 하지는 않죠.
이 직원의 해야 하는 일을 안했거나 뭐 그런 일로 R부인이 이야기를 했던 모양인데...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도우미 직원이 R부인에게 대놓고 따진지라..
R부인이 얼굴이 벌게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요양원의 어르신들 중에 유난히 괘씸을 부리고 직원을 골탕 먹이는 어르신도 있고, 직원의 뒷담화를 하시는 어르신도 있고, 직원이 하지 않은 행동을 말씀 하시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설령 E에게 직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어르신이 위의 3 종류의 타입에 해당된다고 해도 직원회의에 어르신들의 의견이 나왔다면 그분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어떤 직원들이 문제가 되는지 한번쯤 확인을 해 봐야 하는데..
직원회의는 E의 말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3명의 직원들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요양원의 구석구석에 CCTV를 달아서 제대로 일하는 직원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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