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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유럽의 품앗이, give and take 기브앤테이크

by 프라우지니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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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이 한국은 아니지만 가끔은 우리 문화와 비슷한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같지..” 싶어지죠.

 

이번에 발견한 한국과 비슷한 문화는 바로 “품앗이”

품앗이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give and take 기브앤테이크“죠.

 

엄밀히 따지면 한국의 품앗이는..

“내가 이만큼 줬으니 더도 딱 그만큼만 다오.“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내가 줬으니 받는 것,

결국“기브 앤 테이크”가 되는 거죠.

 

올해 내가 동료들에게 받았던 생일선물.

동료들이 돈을 거둬서 나에게 준 감동적인 선물이었죠.

 

나도 전에 몇몇 동료의 생일이나 태어난 아기의 돌때 돈을 낸 적은 있었지만,

축하 카드에 (돈을 내고) 이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실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었습니다.

 

“뭔 행사(생일/돌)는 이리 많은고?”

 

나랑 친분도 별로 없는 동료 같은 경우는 “아까운 내 돈”이었거든요.

그래도 동료된 도리로 아깝지만 내놓은 돈들이 쫌 있었죠.

 

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505

돈 많이 드는 내 동료들

 

사실 애초에 계획은 작년에 퇴사에 퇴사할 예정이었죠.

아니, 퇴직서 까지 써서 냈었죠.

 

 

 

하지만 사람 일이 항상 계획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퇴직은 미뤄졌고,

내가 낸 돈을 수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더러는 기쁜 마음으로 때로는 아까운 마음으로 냈던 내 돈들을

이번 (내 생일)에 돌려 받았던 거죠.

 

나에게 돈을 내놓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날 좋아하지 동료들도 꽤 있는데..

그 동료들의 이름도 보였습니다.

 

“돈 내면서 아까웠겠다.”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나와 친분이 있으면 기쁜 마음에 내놓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돈을 내놓려면 아까운 것이 내 맘이었거든요.

 

어떤 마음을 가지고 냈던 간에 나에게 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돈을 줬는지 알아야 나도 나중에 이 사람들의 행사에 빼놓지 않고 기쁜 맘으로 돈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름 확인을 하면서 의외인 것도 발견했습니다.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직원의 이름이 빠진 것!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 생일 (돈) 선물을 접수(?)하는 시기에 근무가 없었나 부다..

 

매번 직원들의 행사(생일등)가 돌아오면 행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근무 중에 다른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돈을 걷는데, 행사 담당직원이 근무하는 날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런 뉴스를 듣고는 돈을 내는 거죠.

 

만약 돈을 걷는 시기에 행사(수금) 담당직원과 근무가 겹치지 않는다면 다른 직원의 행사(생일)소식도 모를뿐더러 돈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스트에 이름이 없는 직원은 그러려니 했었는데..

돈을 걷는 체계가 바뀐 걸 저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돈을 걷는 행사직원이 바뀌면서 전에는 구두로 직원들한테 전했던 행사소식을 이제는 전체 이메일로 공지를 하더라구요.

 

어떻게 알았냐구요? 이번에 생일이 돌아오는 직원이 있으니 선물(돈)을 거둬들인다는 공지이메일을 받았습니다.

 

2명의 직원이 생일을 맞는데, 한 명은 60살 생일과 함께 퇴직을 하는 도우미 직원,

또 다른 직원은 올해 40살 생일을 맞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직원.

 

도우미 직원은 내 생일카드에서 이름을 읽었던 직원이어서 흔쾌히 10유로를.

 

40살 생일을 맞는 직원은 내 생일카드에서 이름을 보지 못해서 안줄까 하다가..

그냥 5유로 냈습니다.

 

“너는 내 생일 때 모른척 했지만 나는 넓은 마음으로 (달랑 5유로?) 널 챙긴다.”

 

뭐 이런 마음으로 내 쌩돈 5유로를 냈습니다.

 

 

 

새로 바뀐 시스템은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얼마의 돈을 낼 것인지 돈과 돈을 낸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봉투에 넣어서는 사무실에 새로 설치된 우편함에 넣는 최첨단 방식입니다.

 

이렇게 전체 이메일로 공지를 받으면 “행사 담당직원”을 꼭 만나야 할 필요가 없죠.

 

그냥 겉봉투에 행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직원이 수금을 해야 하니)의 이름을 적고, 봉투 안에는 돈과 함께 돈을 내는 내가 누군지 적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시스템으로 바뀐걸 몰랐을 때는 내 생일에 돈을 기부하지 않는 직원들이 “바빠서” 혹은 “행사 담당직원을 못 만나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체 메일로 공지가 되고, 돈도 돈 통에 넣으면 되는 간편한 방법으로 바뀌었음에도 내 생일에 선물(돈)을 선물하지 않는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직원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 관계가 아님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10유로, 혹은 5유로 내기도 아까운 동료였던 거죠.

 

돈을 내는 금액이 사실 약간 눈치를 받기는 하지만 단돈 2유로 냈다고 해서 “너 왜 그것만 내!”하지는 않고, 어떤 금액을 냈건 간에 카드에 돈을 낸 사람은 이름을 쓸 수 있거든요.

 

나는 친하다고 생각했던 직원이 돈을 안 낸 것은 그렇다고 쳐도..

 

작년에 50번째 생일을 맞은 직원 A과 올해 청소부(30살)의 생일카드에서 돈내고 내 이름을 올렸었는데! 내 생일카드에서 이 두 직원의 이름은 보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받은 것도 돌려주지 않는 아주 인색한 인간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죠.

 

원래 나에게 선물은 준 사람의 이름은 기억했다가 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 “give and take"인데, 아예 그 의미를 모르는 것인지, 자기는 받아놓고 왜 안 준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왜 우리 요양원 원장이 내 생일에 (돈을 내고) 자기 이름을 써넣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원장도 작년에 50번째 생일을 맞았었거든요.

“원장 생일이다(=돈 내라)” 하길래 저도 10유로내고 카드에 이름을 적었었죠.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원장이라고 생일 때 전 직원(거의 백명)의 (주머니를) 터냐 털어?”

 

원장은 자기 생일카드에 이름이 적혀있는 직원을 기억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내 생일카드에 (돈을 내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것이겠죠.

 

이번 기회에 내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직원이 사실은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날 좋아하지 않는 직원들임에도 (동료로서의 예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일카드에 이름을 적은 사람들에게는 감사하고 감동했고!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들과는 앞으로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둬야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들과의 친분과 그들이 생각하는 나와의 친분은 다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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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제가 생일선물 감사 이벤트였던 "3일 김밥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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