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오스트리아의 영웅이 된 한국인 요양보호사

by 프라우지니 2020. 3. 19.
반응형

 

 

제목 보고 뜨악~ 하실 분들이 계실 거 같습니다만,

한국인인 제가 오스트리아의 영웅이 되기는 했습니다.^^ 정말로~~

 

며칠 전에 오스트리아 총리가 라디오에 나와서 청취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여성이 총리에게 질문을 했었죠.

 

“나는 슈퍼마켓에서 근무를 하는 사람인데, 다들 집에서 안 나오는데 굳이 슈퍼마켓을 정상 영업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영업시간은 단축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 여성에 질문에 총리가 제일 먼저 한 대답은..

 

“당신은 지금 이 시기에 최전선에서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영웅이십니다.”

 

다들 무섭다고 밖에 안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

총리 말대로 영웅이 맞습니다.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나자빠지면 그때야 말로 나라가 개판이 될 테니 말이죠.

“당신은 영웅이다”로 질문자의 마음을 한방에 녹여버린 총리가 말을 이어나갔죠.

 

“영업 단축을 해 버리면 단 시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진다.

 

영업시간이 길면 사람들이 그 중간에 띄엄띄엄 장을 보러 올 테고, 타인과의 거리는 최소 1미터는 떨어져야 하니 지금처럼 정상영업 하는 것이 상황 상 맞는 거 같다.”

 

질문을 해온 여성의 말도 사실은 일리가 있고,

총리의 말도 일리가 있죠.

 

 

신문에서 발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있습니다.

 

“홈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고, 이 시기에 영업을 정지한 가게/회사/공장의 근무자들은 집에서 (돈을 벌지 못하니)불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죠.

 

집 밖을 나가면 불안한 이 시기에 일터에 나가는 사람들은 다 “영웅”입니다.

 

신문에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종사자와 자원봉사자들만 언급을 했지만 그 외 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일하러 가야하죠.

 

“이 시기에 내 목숨이 더 소중해니 난 일 안 나가고 그냥 집에 있겠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를 퇴사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웅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짤리지 않으려면 출근을 해야 하는 거죠.

 

이 시기에 “난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니 그만 둘란다.”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 주변에는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상관없이 모두들 자신의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죠.

 

 

신문에서 발췌

 

오스트리아는 1,018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제가 사는 주에는 196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다행에 제 일터나 남편의 일터 주변인 중에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만약 우리 주변에 확진자가 나오면 나도 요양원 출근을 못하게 됩니다.

 

남편의 동료의 지인이 확진을 받으면 남편을 포함한 나까지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나?

뭐 이렇게 전해들은 거 같습니다.

 

아직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쪽은 안전한 모양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대가 거주하는 요양원 쪽에 확진자가 나오면 거의 줄초상이 날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시기죠.

 

근무중 직원들이랑 생길지도 모를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만약 우리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우리는 14일 동안 요양원에 갇혀야 합니다.

확진이 나온날근무를 했던 직원들은 그 날 이후 퇴근을 못하는 거죠.

 

확진자가 나오는 순간부터 아무도 요양원을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됩니다.

14일 동안 매일 근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요양원은 (하루 10시간 하는 근무가 힘드니) 3일 이상 연속 근무 하는걸 자제하는데..

14일을 연속해서 근무를 한다? 이 질문에 직원중 한사람이 재빠르게 한 말!

 

“그럼 우리 다 어디에서 자?”

 

하루에 보통 1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14일 동안 퇴근을 못하면 일단 잠잘 곳이 급선무인거죠.

 

“아무데나 바닥에 자리 펴고 자야지 뭐!”

 

14일 동안 퇴근도 못하고 일만 해야 한다?자가격리를 집에서 하는 것이 백배, 만배 더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아주 짦은 순간에 알았습니다.^^;

 

이런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을 일이 바드이슐의 한 병원에서 일어났습니다.

 

거기에 근무자들이 퇴근도 못하고 14일동안 논스톱으로 일해야 한다니..

남의 일 같지 않게 안타깝더라구요.ㅠㅠ

 

 

 

 

2020년 3월 17일에는 이런 문자들이 왓츠앱에 떠돌았습니다.

“우리의 영웅들에게 박수를!!!”

 

“3월17일 저녁 6시에 자신의 집 창문이나 발코니에 나가서 국가 비상사태에 일을 하고 있는 의사/경찰/ 병자 간병인들/판매원/ 슈퍼마켓 카운터 직원/ 심리학자 등등등의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1분간 박수를 쳐주자!“

 

네, 저도 위에서 언급한 영웅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죠.

일단 일하러 가야해서 집을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웅입니다.

 

내가 사는 곳이 도시였다면 사람들이 치는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엄청 감동했을 거 같은데..

 

사는 곳도 변두리, 직장도 공원 옆에 끼고 있어서 이날 저녁 박수소리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누군가 몇 몇이 치는 소리는 확인을 했습니다.

 

근무 날이라 요양원 창문에 매달려서 누군가가 칠 박수소리를 들어보려고 매달려 있었거든요.

 

 

페이스북에서 캡처

 

온 세계가 어려운 시기. 이 시기를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똘똘 뭉쳐서 잘 헤쳐 나가자!”고 서로 다독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나 임시 휴업상태로 집에 있는 이 시기에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영웅”이라 칭해주고, 위로 해 주고, 격려 해 주고, 자랑스러워 해주는 사람들.

 

난 오스트리아 국민은 아니지만, 사는 곳은 이곳이죠.

 

나 또한 이곳에서 영웅이 되고 보니..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나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얼마나 더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영웅들”이라 불리는 직업군의 사람들은 끝까지 건강하게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오스트리아의 영웅중 한사람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국가 비상사태”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직종이라 얼떨결에 받게 된 “영웅”이라는 칭호는 사실 부담이 됩니다.

 

하. 지. 만!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내 동료들도 나 같은 마음이기에 모두들 출근을 하는 거겠지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놓지 않겠다는 그 책임감이 영웅을 만들어 내는 거 같습니다.

 

바이러스의 최전선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만 영웅인줄 알았었는데.. 이런 힘든 시기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숨은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가장 위대한 영웅은 의료계 종사자와 더불어 “배달계 종사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주문한 물건을 가져다주시는 “택배 아저씨들을 위한 1분간의 감사와 응원의 박수"

한국에서 이런 운동을 한번 개최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

오늘 퍼온 영상은...

간만에 아침 영상입니다. ^^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