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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생각보다 피곤한 저녁 문화생활

by 프라우지니 2019.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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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정말 겁나 바쁜 한 주일이었습니다.

 

근무는 달랑 이틀이었는데..

화, 수, 목, 금요일, 4일을 연달아 저녁 공연을 보러가야 해서 바빴죠.

 

 

 

남편 책상 옆의 달력은 마눌의 스케줄 확인용.

마눌이 근무 가는 날은 파란색. 마눌이 저녁공연 보러가는 날은 노란색.

 

4월 5일은 파란색과 노란색이 나란히 있는걸 보니 오전에는 근무, 저녁에는 극장.

4월은 극장을 6회 방문하는 모앙인데, 첫 주에 작품이 4개나 잡혀 있었습니다.

 

유럽의 (오페라, 연극)극장들은 한 작품을 2~3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몇 회(10회 정도) 정해서 올립니다. 그래서 같은 극장인데 매일 저녁 서로 다른 공연들이 올라오기도 하죠.

 

제가 공연을 고를 때는 내 근무가 없는 날과, 아직 보지 않는 작품들을 계산해서 고르게 되는데..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때 보자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두어 달 시간이 있다고 여유를 부렸다가 못 본 작품이 꽤 있었거든요.^^;

 

근무가 없다고 작품을 한 번에 다 몰아서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른 날 좌석이 없다고 해서 날짜를 앞당기다 보니 한 주에 다 몰렸습니다.

 

제가 공연을 보러 자주 다닌다니 엄청 수준 있는 줄 아실지도 모르지만..

제 수준은 레벨 0입니다. 저는 클래식, 성악 이런 거 하나도 모르는 아낙입니다.

 

그저 이런 공연을 기회가 있을 때 “즐기자!” 싶어서 찾아다니는 공연들이죠.

물론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작품의 내용 정도는 알고 가는 정도입니다.

 

 

 

이번 주에 내가 본 작품입니다.

매일 귀가가 상당히 늦었죠.

 

피곤한 남편이 일찍 잠들어,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본 날도 있었습니다.^^;

 

4월2일은 Mythos Voest 미토스 푀스트 (푀스트 알피네(철강)의 신화.

공연 전인 7시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었고, 공연은 9시 45분에 끝이 났습니다.

저는 10시 15분 전차타고 집에는 11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귀가.

 

4월 3일은 “마리 앙뜨와네트” 무용 공연.

우리가 아는 그 미운의 프랑스 왕비 맞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공주였죠.

공연은 저녁 9시 30분에 끝났습니다. 헐레벌떡 뛰어서 9시 45분 전차를 탔죠.

 

4월 4일은 연극 “Ernst ist das Leben 삶은 진실이다“로 직역을 했었는데..

오스카와일드의 “진지함의 중요성”이라는 작품의 독일어 번역이었습니다.

저녁7시에 공연 전 작품 설명이 있었고, 공연은 저녁 10시에 끝나 10시 15분 전차타고 귀가.

 

4월 5일은 뮤지컬 “Der Hast mit den Bernsteinaugen. (호박/보석)눈을 가진 토끼”.

실명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한 유대인 가족사입니다.

즐거운 뮤지컬이었지만, 작품 내용은 참 많이 슬픈 가족의 역사였습니다.^^;

 

이 작품은 7시 30분에 시작해서 저녁10시 40분이 넘어서 끝나는 바람에..

10시 45분 전차는 못타고, 30분 기다려 11시 15분 전차타고 귀가.

 

돈 버는 것도 아닌데 매일 귀가가 상당히 늦었고,

더불어 저도 조금 피곤했던 한주였습니다.^^;

 

저녁 문화생활 즐기는, 밤늦은 귀가도 매일 하니 꽤 피곤한 일인 거 같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드릴게요.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퍼왔어요.

 

조금 낯선 제목의 연극“ Mythos Voest 미토스 푀스트 (푀스트 알피네(철강)의 신화.”

 

린츠에는 “Voest 푀스트“라는 철강회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이 처음 자리를 잡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확실히는 잘 모른다는..)

 

제목만 보고는 “설마 그 철강회사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했었는데..

그 “설마”가 맞았습니다. 바로 그 철강회사에 대한 실험연극이었습니다.

 

철강회사가 생기고 지금까지 있었던 변화와 역사들.

린츠에 사는 사람들이나, 푀스트 철강에 일하는 사람들은 다 공감 할 수 있는 역사이야기.

 

지금은 세계적으로 5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 회사에 속해 있다는 건 연극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실험연극이었습니다.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퍼왔어요.

 

린츠 주립극장에 올라오는 무용은 대부분 현대 무용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소속한 한국인 단원도 한 명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못 찾은 거 같습니다.

 

(제가 공연을 볼 때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검은머리(한국인?)들을 자주 찾거든요.)

 

이 무용에는 어린(이) 마리를 포함해서 4명의 마리 앙뜨와네트가 등장하는데..젊고, 즐거운 시대를 공연한 두 명의 무용수보다는 마지막 생애를 맡았던 무용수가 참 처연했습니다.

 

머리 다 잘리고, 얇은 옷 때문에 가슴이 다 들어나는 의상과 처절한 얼굴표정.

몸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마지막 생은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무대 위에서의 춤이 아름다움만 표현하는 것을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녀가 표현한 춤은 너무도 격렬하고 아프고 인상적이었습니다.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퍼왔어요.

 

세 번째 날에 본 공연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진지함의 중요성.”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의 작품이라도 배우들의 의상이 조금 다르고,

또 무대세트를 새롭게 하면 또 다른 작품이 됩니다.

 

제가 본 작품은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다 위에서 (비명과 함께)떨어졌습니다.

보이시나 모르겠는데, 배우들 뒤로 있는 대형 매트리스가 바로 그 용도였죠.

 

저는 연극 “햄릿”공연에서는 홀딱 벗는 “햄릿”도 본 적이 있습니다. 작품도 해석하고 각색하는 방법에 따라서 고전임에도 벌거벗은 햄릿이 등장하기도 하고, 제가 본 이 작품도 대사는 고전의 대사 그대로였지만, 무대장치, 의상으로 다름을 알 수 있었죠.

 

 

https://www.landestheater-linz.at/에서 퍼왔어요.

 

제가 금요일에 봤던 작품은 뮤지컬

“Der Hase mit den Bernsteinaugen 호박(보석 중에 하나) 눈을 가진 토끼”

 

보통 뮤지컬은 커다란 대 공연장에서 하는데,

이 뮤지컬은 특이하게 작은 연극무대에서 했습니다.

 

작은 극장이라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한 유대인 가족사 입니다.

 

뮤지컬이니 음악도 신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배우들을 보는 것도 좋았는데..

사실은 아주 슬픈 이야기였죠.

 

은행까지 운영하던 부유한 유대인 가족이 나치시절에 모든 것(은행, 유가증권, 집, 그림, 패물 등등) 이 빼앗기고 목숨만 부지해서 영국으로 가야만 했던 이야기.

 

변호사인 딸이 나중에 빼앗긴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 해 보지만,

빼앗길 때 했던 (서류들에 했던) 서명때문에 완벽한 양도라 되 찾지는 못하고..

 

그들이 찾은 건 유대인인 자신들이 떠난 그 집에 남아있던 하녀“아나”가 매번 (그들이 놓고 간 수집품) 장식장에서 두어 개씩 몰래 숨겨 자신의 매트리스에 감춰놨던 증조(아님 고조?) 할아버지가 수집했던 일본 장식품 네츠케(상아로 만든 작은 (동물)장식품들)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유대인은 상당히 거만해서 안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빼앗기고 죽임까지 당하는 안타까운 역사도 봤습니다.

 

이 가족도 많은 재산 덕에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지 싶습니다.

몰랐습니다. 당시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의 2/3가 그때 죽임을 당했었다는 사실을. ^^;

 

 

인터넷에서 캡춰.

 

뮤지컬을 보고 인터넷에서 “뮤지컬 제목"을 검색 해 봤습니다.

뮤지컬에 주연으로 등장했던 “Edmund de Waal 에드몬트 디 발”이 실제로 글을 썼습니다.

 

뮤지컬에서는 이 사람 외할머니의 남동생(외삼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남긴 200여점의 네츠케를 선물로 받으면서 시작이 되며, 그걸로 인해 가족사를 알아보려고 영국에서 파리, 비엔나를 다니면서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와 할머니 역사를 알아가고, 역사속의 선조들과 조우하면서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이야기입니다.

 

기회가 되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깊이가 있는 뮤지컬이었습니다.

 

4일 동안 매일 다른 공연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생각보다는 꽤 피곤한 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연달아서 보는 공연은 딱 이틀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내 몸이 생각과는 다르게 피곤을 빨리 느끼는 중년이라는 걸 잠시 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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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영상은 제가 극장의 위에서 열거한 공연티켓을 받으러 갔던 극장입니다.

제가 공짜 고객이지만 항상 친절하게 대하는 직원.

 

단순히 내가 건네는 초콜릿 몇 개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죠.

 

주눅들 수 있는 공짜고객도 친절하게 응대 해 주는 이런 직원이 있어서 극장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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