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나의 판정승

by 프라우지니 2019. 4. 11.
반응형

 

 

저는 참 여러 가지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내가 한말은 꼭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인간형”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없는 말도 곧잘 하기도 하고 마음도 약한 편입니다.

 

이건 가족들만 아는 제 성격이죠.

 

남편과 결혼해서 살면서 남편에게 보였을 이런저런 나의 성격들.

“마눌이 한 번 입 밖에 뱉으면 꼭 그것을 한다.”고 했던 남편.

 

남편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나, 가고 싶은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을 두고 남편에게 쇠뇌 시키듯이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성격은..

 

현직 학교 선생님인 친구 남편(오스트리아 사람)은 제가 전직 선생님인줄 알았답니다.

제가 말을 하는데 상대방을 설득하듯이 말을 한다나요? ^^;

 

 

언젠가는 같이 살던 여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태리 동료에게 남편이 하는 말.

 

“그거 다 뻥이야, 그렇게 한다 그래놓고는 안 해! 걱정 마!”

 

 

 

 

그때 ‘아차’ 싶었습니다.

지금 남편이 동료에게 조언한 것은 다 마눌을 겪어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부부싸움 할 때마다 “내가 짐 싸서 한국 간다.” 내지는 “그래, 헤어지자!.” 하면서 소리 버럭 하지만, 그 순간 화가 풀리고 나면, 또 어느 순간 “정상모드“로 넘어가는지라, 뻥아닌 뻥을 친 적이 있었고..

 

남편 도시락 싸는데 필요한 과일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싫다하면..

 

“내일 도시락 안 싸준다.”

 

그래놓고 다음날 아직 화는 안 풀렸지만 일어나서 남편 도시락을 싸준 적도 있었습니다.

 

자꾸 이렇게 “부도수표”를 난발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랑 평생 살아야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길들이기”를 해봐야지요.^^

부부는 서로 길들여놔야 삶이 편해집니다.^^

 

 

 

 

남편은 가끔 꼴통 짓을 합니다.

 

마눌은 2층 주방에서 글 쓰고, 자기는 1층 방에서 있다가 졸리면 그냥 침대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데, 가끔은 자기가 잠자리에 들어갈 때 인터넷을 꺼버립니다. 심통을 부리는 거죠.

 

며칠 전에도 마눌이 인터넷을 사용하는걸 알면서 꺼버리는 남편.

남편이 잠들고 나면 다시 켜면 되지만 자꾸 심통을 부리니 한마디 했습니다.

 

“인터넷 5분 안에 안 켜면 내일 아침 안 차려준다.”

“그런 걸로 협박 하지 마!”

 

자기는 인터넷으로 마눌 약 올리는 주제에 협박하지 말라고???

평소 같으면 이런 말을 하고도 다음날 아침을 차리고 있는 나.

 

이번에는 정말로 다음날 아침을 차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니 남편 옆구리를 쿡쿡 찔렀습니다.

 

“일어나, 출근해야지!”

“.....”

“일어나, 그러다 늦는다.”

“.....”

 

남편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 할 때까지 나는 침대에 누워서 꼼짝 안했습니다.

남편은 일어나서 아침을 직접 차려먹고, 도시락도 직접 싸갔습니다.

 

물론 마눌이 싸주는 과일이나 채소는 기본적으로 없는 샌드위치만 싸갔죠.

 

깨어있으면서도 아침도 점심도 안 차려주는 마눌의 마음도 정말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을 차려주지 않겠다고 했으니 내 말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래야 남편도 “마눌이 한 말은 지킨다.“라고 인식할 테니 말이죠.

 

그리고 오늘!

저녁에 퇴근을 해서 보니 남편이 저녁을 해 먹고 내놓은 그릇들.

 

 

 

 

설거지를 하면서 방에 있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지하실에 가서 오렌지 4개만 갖다 줘, 당신 내일 간식 준비하게.”

“싫어, 당신이 가져가.”

“난 지금 설거지하잖아. 가지고 와.”

“싫어.”

“그럼 내일 아침에 딸기 안 준다. 과일 없이 뮤슬리만 먹고 가!”

“또 협박하고 있어.”

 

아무래도 조건이 달리니 남편은 협박같이 느껴지나 봅니다.

 

오렌지 안 가지고 오면 “아침에 과일 안준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오렌지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남편이라면 “안 주면 말고~”이니 말이죠.

 

남편이 방과 지하실을 오가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안 가져올 확률이 높으니 머리를 굴렸습니다.

 

“오렌지를 안 가져오면 일단 아침에 딸기(과일)없이 아침에 뮤슬리 먹을 빈 그릇만 주고, 오렌지를 간식으로 싸주려고 한 것인데, 오렌지를 안 가져오면 그럼 오렌지 간식도 못 싸주니, 냉장고에 있는 포도랑 사 놓은 지 며칠 지난 당근을 깎아서 싸줘야 하나?“

 

내가 해 놓은 말이 있는데, 지금 내가 지하실에 가서 오렌지를 가지고 오면.. 그럼 다음번에도 남편은 마눌이 뭘 부탁해도 해주지 않을 테니 내 말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남편이 후다닥거리면서 뭘 하는가 싶었는데 주방으로 뭔가를 가지고 올라옵니다.

 

순간 속으로 외친 쾌재.

 

“내가 이겼다.”

 

남편은 마눌이 주문한 오렌지를 20여분이 지난 다음에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며칠 전 인터넷 때문에 아침도 못 얻어먹고 도시락도 직접 싸간 날을 기억한 것인지..

내일 아침에 딸기 없이 뮤슬리만 먹는 건 싫었나 봅니다.

 

나도 조건을 달아가면서 이렇게 사는 건 원치 않지만..

마음약한 마눌을 자꾸 만만하게 보는 남편의 시각은 조금 고쳐줄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결혼 13년차에 뭘 고치지는 너무 늦지 않았냐?”하실 수도 있지만..

앞으로 20년, 30년 계속 쭉~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마눌 이미지 바로 잡기”는 필요한 거 같습니다.

 

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그러려니..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날 이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이 남편이니, 나도 남편을 조금 바꿔봐야겠습니다.

 

“마눌이 입으로 뱉은 말은 꼭 한다.”

 

지금은 이걸 남편의 머릿속에 인지시키는 작업 중입니다.

더불어 마음 약한 마눌도 지금 독해지고 있는 중이구요.

 

“천사였던 내 마눌이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남편 여러분!

 

세상에 천사는 없습니다.

마눌은 단지 살아가면서 조금 독해지는 것뿐이죠.^^

 

--------------------------------

오늘 퍼온 동영상은 "설거지 하는 마눌"입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처럼 씻어서 엎어놓으면 끝나는 설거지가 아닙니다.

조금 더 신경써서 해야하는 설거지이지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