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시어머니보다 시아버지를 더 좋아합니다.
시아버지는 화가 나시면 “버럭”은 하시지만, 뒤끝은 없으시죠.
반면에 시어머니는 앞과 뒤가 심하게 다르시고, 변덕도 심하시고, 심하게 부정적이십니다.
남편이 딱 엄마 성격입니다.
뭘 물어보면 첫마디는 항상 같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꼴을 못 봤습니다.^^;
남편과의 상황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우리 집에서 라면을 그리 자주 먹지는 않지만..
다른 음식도 거의 이런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라면 먹을래?”
“싫어.”
“그럼 한 개만 끓인다.”
“....”
그래놓고 마눌이 라면을 끓여놓으면 남편이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혼자 다 먹습니다.
물어봤을 때 먹겠다고 했으면 2개 끓여서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되는데, 안 먹겠다고 해 놓고는 마눌 것을 먹어버려서 마눌이 나중에 또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주죠.
남편이 그대로 빼닮은 시어머니의 성격중 일부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어머니의 성격은 쉽지 않다”입니다.
시어머니께 대놓고 말을 하는 며느리이기는 하지만, 매번 대놓고 말 할 수는 없고,
웬만하면 시어머니랑 덜 붙어있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며느리입니다.^^
간만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간 건 저에게 처리해야할 숙제 같은 일이었습니다.
시부모님께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렸던 “나들이와 외식 상품권”.
그게 뭔데? 하시는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487
현지인이 알려준 Ceske Budejovice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맛집
제 성격이 그렇습니다.
일단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죠.
“남아일언”만 중천금이고,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한 말도 지켜야죠.
지금까지 내가 한말을 다 100% 지키고 산 것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지키는 쪽으로 최대한 힘을 씁니다.
“나들이와 외식 상품권”도 나에게는 지켜야 하는 약속 같은 의미였습니다.
작년에 시부모님께 "부다페스트 여행과 온천호텔 상품권"을 선물로 준 시누이는 아직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만, 그건 시누이의 일이고, 우리것은 올해가 가기전에 실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근무 없는 날중 하루를 잡고, 남편에게도 휴일을 잡으라고 한 후에,
시부모님의 스케줄을 먼저 살핀 후에 알려드렸습니다.
시부모님은 기억도 못하실 “상품권”을 이용하러 가자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나들이는 며느리의 주도 아래 결정이 됐습니다.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아차“싶기도 했습니다.
시어머니랑 다니면 며느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드린 상품권이니 우리가 해결해야할 일이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그렇게 시부모님을 모시고 우리는 체코의 "체스케 부데요비체“로 떠났습니다.
독일어로 이 도시는" Budweis 부드바이즈"라고 불립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버드와이져”의 고향입니다.
이곳의 맥주 맛을 보고 미국으로 돌아간 업자가 이곳 맥주 맛을 흉내 냈고,
맥주에 이 도시 이름을 붙인 거죠.
전 날까지 괜찮았는데..
체코로 가는 날 아침에 남편의 상태가 조금 안 좋았습니다.
"머리도 약간 아프고, 목도 아픈 거 같고..“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 오는 증상 같았지만, 그렇다고 나들이를 취소 할 수도 없고..
남편 또한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체코까지 편도 2시간을 달려야 하는 남편이 상태가 조금 안 좋았지만..
이건 아들내외만 아는 비밀이고!
시부모님은 뒤에 앉으셔서 계속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간만의 나들이에 신이 나신듯 했습니다. 시누이에게 보내줄 사진을 찍자는 며느리에 말에 웃는 얼굴로 동참도 하셨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 남자 호르몬이 분비되는 여자들은 수염이 나고!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남자들은 거의 여자만큼 수다스러워집니다.
뒤에 앉으신 시부모님은 목적지로 가는 2시간 내내 큰소리로 대화를 하셨습니다.
남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웬만하면 조금 조용하게 갔음 했지만..
아들의 건강상태를 알 길이 없으신 분들은 아주 즐겁게 대화를 하셨습니다.
남편의 눈치를 살피던 마눌이 뒤에 계신 시부모님의 목소리를 조금 낮춰볼까하는 마음에 라디오 볼륨을 조금 올려봤지만, 라디오보다 더 목청이 좋으신 두 분이신지라 라디오는 트나 마나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부데요비체의 중앙광장 크리스마스 시장 야경입니다.
우리는 이곳의 식당에서 한 끼를 먹기 위한 목적이지만, 유럽의 12월은 어느 도시나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서니 이곳에서 시장구경도 하고, 밥도 먹을 생각이었는데...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생각보다 근사했습니다.
광장의 중간에 삼손 분수대 옆에는 작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스케이트장도 있고, 시장에서 팔리는 품목들이나 음식들도, 오스트리아나 독일과는 조금 다른 것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다니면 시어머니는 모든 신경을 다 며느리에게 집중하시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끊임없이 며느리는 쳐다보시고, 며느리의 행동 하나하나도 관찰하십니다.
평소에 며느리의 옷에 관심이 많으신 시어머니.
며느리가 못 보던 롱패딩을 입던 날, 기가 막히게 알아보시고 말씀하셨죠.
“그거 못 보던 옷이다. 샀냐? 예쁘네.”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챙겨줬어요.”
“그래? 그거 예쁘다.”
“엄마도 작년에 비싸게 사놓은 패딩코트 있잖아요.”
“....”
며느리의 새 롱패딩에 관심이 많으셨던 시어머니는 이날 며느리의 뒤를 따르시면서 내내 시아버지랑 며느리의 롱패딩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습니다.
“저기 모자에 달린 털 진짜야. 비싼 거라고!”
“그래? 저게 진짜 털이야?”
“비싼 제품만 진짜 모피를 쓰는데, 저건 진짜야!”
“그래?”
목청이 좋으셔서 며느리의 뒤를 따르시면서 하시는 두 분의 말씀인데 며느리에게 다 들립니다. 왜 이리 며느리의 옷에 관심이 많으신 것인지..
계속 이렇게 말씀하시면 며느리는 옷을 벗어드려야 하는것인지..^^;
우리가 이 도시에 온 목적은 시부모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도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일은 식사하기였습니다.
인증샷을 찍어서는 시누이에게 보내줬습니다. 시부모님과 관계가 돈돈한 시누이인지라, 시부모님을 모시고 어딘가를 가면 꼭 사진을 보내줍니다.
앉아서 메뉴판을 보면서 음식을 주문할 시간.
이곳에 온 적이 있으니 며느리는 이곳의 지역음식인 “스페어 립”을 강추했고,
지난번에 남편이 먹었던 굴라쉬도 맛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메뉴판의 음식보다는 가격에 더 관심이 많으신 시어머니.
“이건 비싸다, 저것도 비싸네..”
메뉴는 안 고르고 “어느 것이 더 비싼가?” 비교만 하십니다.
보다 못해서 며느리가 한 말씀 드렸습니다.
“엄마, 가격은 보지 말고 그냥 드시고 싶은 메뉴를 고르세요.
돈 잘 버는 당신 아들이 사드리는데 왜 그리 가격에 연연하세요. 그냥 시키세요.”
며느리에 말에도 계속해서 가격에 초집중을 하시는지라, 아들에게 부담이 덜 가라고 제일 저렴한 음식을 시키실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젤 비싼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비싼걸 주문하실 거면서 왜 그리 가격에 연연하신 것인지 원!!
혹자는 “며느리가 가격보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야?” 하실 수도 있는데.. 시어머니 성격이 원래 이러십니다. 조금 독특하시죠.^^;
사진 상 스페어 립이 아닌 비계덩이같지만,
뒤집으면 갈비 살이 제대로 들어있는 스페어립 맞습니다.
메뉴를 받으면서 “어째 저번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싶었는데..
지난번 사진을 비교해보니 소스도 하나가 줄었고, 함께 주던 고추와 피클도 사라진 대신에 .. 스페어 립이 조금 더 커진 거 같은 느낌입니다.
메뉴에 “스페어립”이 700g이라고 적혀있는데,
립과 함께 따라 나온 모든 것을 합한 중량이니 싶습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강추하는 “스페어립”을 선택하셨고, 립의 맛과 살짝 구워 나온 빵도 훌륭하다고 엄지를 척 내미셨죠.
어디에서도 이런 가격에 이런 립은 맛볼 수 없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덩달아 권해드린 며느리도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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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이 지역 특산요리가 아닌 흔한 돼지고기 구이(좌측)를 주문하셨습니다.
밑에 감자튀김과 구운 야채가 깔리고 그 위에 돼지고기 구이 그리고 구운 햄 하나.
시부모님께 지역 특선요리를 드시라고 권했지만, 시아버니는 며느리의 추천대로 요리를 선택하셨고, 시어머니는 당신이 드시고 싶은 요리를 선택하셨습니다.
이 지역에 나온 돼지고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런 돼지고기 요리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죠.
남편도 시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지역 특산‘요리가 아닌 흔한 돼지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에 베이컨을 입혀서 구워 나오는 요리를 시켜서는 열심히 먹었는데..
시어머니는 당신의 요리보다 남편의 요리가 더 맛있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시킨 요리의 이름이 뭔지 묻고 또 묻고...
“Speckmantel Medalion 슈펙만텔 메달리온“
베이컨 외투를 입혀서 구운 메달리온(동그란 형태) 스테이크.
시어머니가 요리에 관심을 보이고 이름을 묻고 또 물어도 아들은 엄마한테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내가 시킨 요리는 나눠먹는 문화가 아니니 말이죠.
며느리가 아들의 고기를 조금 달라서 시어머니께 맛보라고 드릴수도 있었지만 하지않았습니다. 아들이 줄 의지가 없는데, 며느리가 나설 필요는 없죠.^^
여기서 또 시어머니의 성격이 또 나옵니다.
당신 것보다는 남의 것에 더 관심을 두시죠. 남의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 모양입니다.
에궁 영수증이 가격부분이... 총1239코룬 나왔습니다.
혹시나 우리가 먹은 요리에 가격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영수증을 올립니다.
이곳의 맥주는 여러 종류로 남편이 마신 알코올 없는 맥주는 500ML가 35코룬.
맥주는 35코룬에서 44코룬 정도였고, 시어머니가 마신 환타는 39코룬.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드신 스페어 립은 각각 219코룬.
시어머니와 남편이 먹는 돼지고기 요리는 각각 289코룬.
요리 4개에 맥주 5잔 음료 한잔을 먹고 받은 영수증은 1239코룬,
50유로정도 나왔습니다.
계산 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1400코룬 내”해서 얼떨결에 내고 보니..
팁을 엄청나게 많이 주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1239코룬이면 1300코룬을 내도 61코룬(2,44유로상당)이라 이 정도도 괜찮았는데..
얼떨결에 1400코룬을 내는 바람에 웨이터에게 6.44유로상당의 팁을 주게 됐죠.
여기서 잠깐!
유럽은 미국, 캐나다처럼 음식 값이 10~20%가 팁이라는 규정이 없습니다.
대부분 남는 잔돈을 주는 정도랍니다.
주고 나서 아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음식도 푸짐하고 맛도 있어서 시아버지가 아주 만족스러워 하셨고, 맥주 값도 저렴해서 우리도 만족스러웠으니 푸짐하게 팁을 줘서 웨이터도 만족시킨 것도 나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시아버지는 립을 다 드시지 못해서 포장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도시의 중앙광장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시장을 구경하러 다녔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장의 낭만이라고 할 수 있는 글뤼바인(핫와인)을 사가지고 광장 전경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와서 나눠 마시면서 아래를 구경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체코는 오스트리아처럼 도자기 컵이 아닌 스티로폼 컵을 사용해서 “보증금”을 따로 내지는 않았지만, 몇몇 가게에서는 “2유로짜리 도자기 컵”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글뤼바인을 사면서 느낀 점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가 아닙니다.
글뤼바인을 설명하는 글이 다 체코어인지라 이해불가. 메뉴판에 있는 여러 가지 중에 손으로 가리켜서 45코룬/55코룬짜리 글뤼바인 두 잔을 샀습니다.
나에게 와인 두 잔을 주고는 손등에 뭔가를 쓰길레 “뭘 하나“봤더니만..
100이라고 써서는 저에게 보여줍니다.
핫 와인 2잔 값을 말로 못하니 글로 써서 보여 준거죠.^^
현지인들이 오는 곳에 외국인이 등장했는데, 외국인은 체코어를 못 알아듣고, 자신은 외국어를 못하니 한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도시(프라하,체스키 크롬로프)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광장의 중앙에는 시간마다 여러 뮤지션들이 나와서 연주하는 무대도 있었습니다.
한 떼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화음으로 연주를 하나 싶었는데..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새로운 뮤지션들이 준비 중입니다.
기타,바이얼린, 피리, 첼로 등의 악기는 어떤 음악을 연주할지 궁금한 마음에 잠시 무대를 바라보고 서있으니 시어머니가 날리시는 한마디.
“이제는 집에 가자.”
우리는 이곳에 3시쯤에 도착을 했고, 아직 6시도 안됐는데 가자고 하십니다.
“엄마, 우리 저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조금 기다렸다가 듣고가요.”
무대 위에 있는 연주자들이 각자 악기 튜닝을 끝내고 각자의 마이크를 확인하는 중인데..
이제 끝났다고 집에 가자고 하시는 시어머니.
“엄마, 이제 튜닝 끝냈고, 조금 있으면 연주 할 거니까 5분만 있다가 가요.”
“30분은 기다려야 할 거다.”
무대 위에서는 악기튜닝 끝내고 각자의 마이크에 에코가 들어가는지 반주 없이 노래를 하면서 마이크 테스트중인데.. 시어머니는 기다릴 의지가 없으십니다.
음악을 안 좋아하시는 것인지....
시어머니는 집에 가고 싶은데 며느리가 연주를 조금 구경하자니 짜증이 나신 것 같고,
며느리도 그깟 5분을 못 기다려서 저러시나 싶어서 짜증이 났습니다.
“알았어요. 가요!”
며느리가 앞장서서 광장을 떠나니 뒤에 따라오시면서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왜 본다면서 가게?”
보고 싶어도 불편한 표정의 시어머니 때문에 편할 수 없는 며느리죠.^^;
광장을 떠나니 그제야 들리는 무대 위 음악소리.
시어머니는 뒤따라오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지금까지 며느리의 말을 안 믿으셨던 것인지...^^;
차로 돌아오면서 남편에게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잠시 있었었고, 어떤 방법으로든 며느리의 의지를 꺾어버리시는 시어머니의 성격을 깜빡 했습니다.^^;
앞으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가는 건 여름휴가만 하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사이 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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