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짧은 체코여행을 마치고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을 싫어하는 남편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한 번에 쭉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운전 안하는 마눌은 어차피 가는 길이니 볼거리가 있음 다 챙겨보면서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남편은 그냥 지나칠 곳을 마눌이 보기 위해서는..

공을 들여서 열심히 “남편 꼬시기”작업을 해야 합니다.

 

꼬신다고 하니 달콤한 말로 하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달콤하게 해서 안 되면 공갈협박도 망설이지 않고 해 대는 마눌입니다.

 

보고 싶은 건 꼭 봐야하니 말이죠.^^

 

 

구글지도에서 캡처

 

린츠에서 프라하 갈 때 남편은 마눌의 제안을 적당히 거절하면서 운전을 했었습니다.

 

“남편, 우리 프라하 가는 길에 체스키 크롬모프에서 점심을 먹고 갈까? 내가 쏠께!”

“거기는 전에 가봤잖아.”

“가봤다고 또 못 가남? 가서 점심 먹게!”

“무슨 점심을 아침 먹은 지 두 시간 만에 먹어?“

“체스키크롬모프에서 산책 좀 하다가 점심을 먹고 천천히 가자는 이야기지.”

“빨리 프라하에 가서 호텔 체크인하고 시내 구경을 가야지.”

“그럼 우리가 안 가 본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점심 먹는 건 어때?”
“그건 나중에 돌아올 때 생각해보자.”

 

돌아올 때 생각해보자니 더 이상 강요는 못합니다.

일단 남편의 생각이 긍정적이 되길 바라는 수밖에는...^^

 

2박3일간의 짧은 프라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오는 길.

 

마눌이 보고 싶다던 체스키 부데요비체를 볼 수 있는 기회.

 

이 도시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곳의 정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차는 어디에 해야 하는지, 이 도시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도착하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남편은 도착 전에 최소한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마눌 앞에서는 안 갈듯이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지만,

뒤로는 주차 정보는 기본적으로 알아두는 남편입니다.

 

마지막까지 안 갈듯이 해서 마눌의 속을 끓이더니만,

미리 알아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시내로 갑니다.

 

남편이 무작정 주차를 하고는 걷자고 하길레 마눌이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걷는 남편 뒤를 따라 걷기는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하는 것인지..

 

“시내가 어디 있는 줄 알고 걸어?”

“모르지.”

“그런데 어딘 줄 알고 걸어?”

“....”

 

 

 

원래 남에게 길 같은 걸 잘 묻지 않는 남편과는 달리 마눌은 일단 물어봅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마주 오는 학생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시내는 어디 쪽이고 몇 분이나 걸어야 하는지..“

 

한 방향을 가리키면서 2분이면 도착한다는 시내.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시내와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었네요.

 

주차장도 무지하게 크고 커다란 버스 같은 것들도 있지만,

아무리 찾아도 주차비를 내는 기계는 없으니..주차는 공짜!!^^

 

그렇게 체스체 부데요비체에 아무런 여행정보도 없이 왔습니다.

 

보통 도시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소”에서 지도 정도는 한 장 얻어야 하는데..

하필 이 도시의 “관광안내소”가 재고 확인을 한다면서 문을 닫았네요.

 

관광안내소 앞에 서있는 우리부부에게 서툴게 말을 건네는 어르신.

 

“저 건너편에 관광안내소가 하나 있는데..”

 

 

 

그분이 알려 주신대로 가보니 관광안내소가 아닌 기념품점입니다.

 

이곳에서는 관광객용 무료지도가 아닌 “판매용 지도”가 있습니다.

 

일단 이곳에 도착은 했고, 구경은 해야 하니 지도를 샀습니다.

49코루나(2500원정도?)라고 해서 살까말까 망설이다가는 그냥 샀습니다.

 

다음에 또 다시 이곳에 올수도 있으니 말이죠.

 

지도를 사고는 돌아 나가려고 하니 남편이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나요?”

 

원래 남한테 질문을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웬일인지 생각을 해 보니..가게에 있는 두 사람이 다 여성이여서 그런 거 같습니다.^^

 

남편의 질문에 젊은 아가씨가 중년여성과 눈을 맞추고 체코말로 뭐라고 한다..싶더니만,

우리가 산 지도위에 표시를 해줍니다. 맛집이라고 말이죠.

 

그곳을 나오면서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왜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어?”

“그냥.”

“저 사람들이 소개 해준 곳이 정말 맛집일 수도 있고,

그들이 아는 식당이여서 관광객들을 그리로 보내주는 것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지.”

 

 

 

제대로 된 맛집인지, 그들의 지인이 하는 곳이어서 소개 해준 것인지 모를 식당을 찾아 왔습니다.

 

도시를 구경할 기회를 준다면 “내가 다 쏜다.”고 했던 마눌의 말이 있었던지라..

점심은 당근 마눌이 쏩니다.^^

 

일단 들어가니 프라하의 현지가이드가 해준 말이 딱 맞습니다.

 

“원래 체코인들은 상당히 불친절하다. 일부 친절한 사람들은 이미 관광업에 종사하는 부류인지라, 그런 것이고 원래 체코인들은 남 신경 안 쓰고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해 준다. 식당에 가도 웨이터가 친절한 것이 아니라 완전 퉁명스럽게 손님을 대한다.“

 

“식당에서 맥주는 50코루나 이상, 음식이 250코루나 이상이라면 그곳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이곳이 현지가이드가 해준 말과 딱 맞아 떨어지는 곳입니다.

 

우리부부가 테이블에 앉아서 누군가 메뉴판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는데..

손님도 별로 없이 한산한 가게이고, 웨이터도 몇 명이 있는데 아무도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웨이터들이 친절하지도 않고 손님 알기를 XX로 안다”고 하더니만, 이곳이 딱 그러네요.

조급하게 손을 들어서 웨이터를 부르려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그저 기다리자고 합니다.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퉁명스런 얼굴을 한 웨이터가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을 주문할 수가 있었죠.

 

남편은 운전을 해야 하고, 마눌은 원래 알코올을 안 마시는지라,

둘 다 무 알코올맥주를 주문했습니다.

 

미국맥주 “버드와이저”의 고향이 바로 체코의 Ceske Budejovice 체스케 부데요비체입니다.

이곳에서 맥주 맛을 보고 간 미국인이 미국에 버드와이저를 만들었다나 뭐라나..

 

세월이 흐른 뒤에 “버드와이저”라는 이름 때문에 법정공방까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같은 버드와이저 공법으로 만든 맥주지만 버드와이저는 미국이 갖게 되었고,

체코 맥주는 “Budejovicky Budvar 부데요비치 부드바“라는 이름으로 불린답니다.

(프라하 가이드에게서 대충 주어들은 정보)

 

 

 

프라하 가이드의 말이 증명된 순간입니다.

 

"체코의 식당에서는 맥주는 50코루나를 넘지 않고,

음식도 250코루나를 넘지 않는다.”

 

우리가 이곳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남편은 나름 저렴한 굴라쉬를 시켰고, 마눌은 조금 가격이 있는 립을 시켰습니다.

이곳에서는 소고기립과 돼지고기 립을 팔고 있습니다.

 

마눌이 주문한 돼지고기 립의 무게는 500그램입니다.

비슷한 가격의 소고기 립은 무게가 조금 덜 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돼지고기 (스페어) 립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주문했던지라 음식을 보고 놀랐습니다.

삼겹살처럼 나오는 립도 있었군요.^^;

 

썰어서 오븐에 살짝 구워 바삭한 검은 빵에 마스터 소스 2가지, 크랜(와사비), 크라우트(신 양배추절임)까지.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접시입니다.^^

 

 

 

부부가 각자의 접시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남편의 굴라쉬는 남자가 먹기에는 조금 양이 적은 듯 했고, 마눌의 립은 여자 혼자 먹기에는 양이 푸짐한지라 굴라쉬를 먹어치운 남편이 마눌의 접시 비우는 것을 힘껏 도왔습니다.^^

 

이렇게 푸짐하게 한 끼 먹은 가격은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놓지 않아서 못 찾겠고..

 

일기장 구석에 써놓은 그날의 점심 밥값은 무알콜 맥주 2잔에 메뉴 2개의 가격은 457코루나(23,000원 상당) 였습니다. 기분 좋게 점심을 먹고 500코루나(25,000원 상당)를 냈습니다.

 

43코루나(2200원 상당)를 팁으로 받은 웨이터가 만족스러웠는지 퉁명스런 얼굴에 웃음기가 돕니다.

 

 

상품권 안에 스펠링이 하나 틀리게 프린트됐네요.^^;

 

이곳의 만족스러운 점심 한 끼가 마눌의 기억에는 오래 남았던지라..

시부모님께 드리는 “상품권”으로 탄생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에서의 점심을 포함한 “체스케 부데요비체” 하루 관광.

 

우리가 이곳에서 먹은 한 끼가 너무 근사했던지라 시부모님께도 맛 보여 드리고 싶어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하나였습니다.

 

상품권을 선물 해 드렸다는 것을 잊기 전에 조만간 두 분을 모시고 다녀와야 할 거 같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마지막으로 이곳의 위치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구글지도 검색창에 "체스케 부데요비체 Budvarka"를 치시면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도시를 지나가신다면 한 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이 식당의 지점이 프라하에도 있으니,

굳이 이곳까지 오시지 않으셔도 음식 맛은 보실 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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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2.06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