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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자정에 싼 도시락, 깍두기볶음밥 김밥,

by 프라우지니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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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저녁에 남편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금요일이 국경일이라 3일(금, 토, 일) 연휴를 갖게 된 목요일 저녁이었죠.

 

한 달 전, "9월의 여름휴가"를 갔다 온 후에 별다른 나들이를 안 하니 심심하셨던 모양인지..

주방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 마눌에게 와서는 뜬금없는 날리는 한마디.

 

“Krippenstein 크리펜슈타인 갈래?”

 

어디 산에 가자는 이야기인 모양인데..

국경일에 어디 가는 것이 귀찮은 마눌은 생각할 필요도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안 가!”

 

나가는 거 엄청 좋아하는 마눌이 안 간다고 하니..수상한지 다시 날리는 한마디.

 

“인터넷으로 어딘지 찾아봐야지.”

“산에 가자는 거 아니야? 안 가!”

“전에는 가자며?”

“어디를 가?”

“Dachstein 다흐슈타인”

"거기는 가지!“

“그럼 얼른 인터넷 찾아봐!”

 

 

 

나는 다흐슈타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산이었는데..

그 산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건 몰랐습니다.

 

보이시나요?

Dachsteinn 다흐슈타인 바로 아래 보이는 쫴맨한 글씨

 

Krippenstein Obertraun 크리펜슈타인 오버트라운

오버트라운 지역에 있는 클리펜슈타인 산입니다.

 

우리가 사는 린츠 근처의 볼거리들이 나온 잡지에서

나는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싶다고 남편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할슈타트 호수는 보트 타러 자주 가는지라,

짬 내서 마을에 들어가 전망대는 두어 번 올랐습니다.

 

고사우 호수도 가봤고, 할슈타트 호수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것도 올 여름에 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60

할슈타트 호수 자전거 투어

 

다흐슈타인 산에 있는 퓐푸핑거(다섯 손가락)은 우리가 갔을 때 운행을 안 했던지라 못 갔었는데, 남편은 숙제처럼 남아있던 그곳을 가자고 하는 거였습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보니..

다흐슈타인 케이블카는 10월 28일까지만 운행을 합니다.

 

10월29일~ 12월 22일까지는 운행정지랍니다.

 

“아니 가을에 안하는 운행을 왜 12월 중순에 하나?“했더니만,

12월에 재개되는 운행은 일반 관광객보다는 스키 관광객을 위한 겁니다.

 

이제 남은 운행시간 단 3일.

 

남편이 가자고 할 때 얼른 가야 하는 거죠.

그래서 무조건 “콜~”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부부가 어디를 갈 때는 새벽에 일어나야 합니다.

휴일이라서 퍼지게 자고 싶지만 산에 가야하니 새벽 6시에 일어나야죠.^^;

 

이미 조금 늦은 저녁인데 부부가 바쁘게 다음날 새벽에 산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산에 입고갈 옷, 혹시 땀이 나면 안에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그보다 중요한건 먹을 것!

제가 요새 어디를 간다고 하면 목숨걸고 챙기는 것이 바로 "먹거리"입니다.^^;

 

 

 

 

남편은 빵에 치즈, 햄이면 되고, 과일이나 야채를 싸면 끝이지만..

마눌은 냉장고에 먹어야 할 음식들이 쪼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도시락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죠.^^

 

시어 꼬부라진 깍두기는 아삭한 맛이 없어 잘게 썰어서 볶아놨었고,

해놓은 호밀 밥도 냉장고에 있었습니다.

 

먹어치워야 할 숙제 같은 존재들이죠.^^;

이둘을 섞고, 매콤함은 마당에 약이 잔뜩 오른 풋고추를 따왔습니다.

 

 

 

이름이 조금 긴 요리가 프라이팬에 가득입니다.

 

볶은 깍두기+ 호밀밥 +치즈 + 땡초

치즈땡초 깍두기 호밀볶음밥이 완성입니다.

 

다른 반찬 없이 이것만 먹어야 하는지라 땡초를 잔뜩 넣었습니다.

싱거워도 매운맛이 강하면 먹을 수 있거든요.

 

이것을 통에 담아가서 수저로 퍼먹기는 그래서..

김밥을 말기로 했습니다.^^

 

 

 

치즈가 들어간 볶음밥을 식힌 후에,

마당에서 따다놓은 파슬리 잎을 넣어서 김밥을 말았습니다.

 

2인분 분량의 밥이었던지라, 미니 김밥으로 싸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래서 도시락 준비하면서 자정을 넘겼죠.^^;

 

 

 

미니 김밥으로 싸서 먹기 편하게 만든 도시락 2개입니다.

 

호밀 밥이라 오래 씹어야 하는데, 김밥을 만들어버리니 왔다 입니다.^^

 

작은 통에 2개를 채우고, 조금 남은 건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준비 완료!

 

김도 한국에서 사왔다고 너무 아꼈더니만, 사온 그대로인지라 급히 소비를 해야 했죠.^^

 

볶음밥이지만 치즈를 넣어 굳혀서 그런지 생각보다 김밥 말기는 쉬웠습니다.

안에서 새는 국물같은것도 없고 말이죠.^^

 

 

 

마눌이 정성스럽게(?) 마눌의 도시락을 싸고 있으니 남편도 자신의 도시락을 챙깁니다.

마눌에게 부탁 한마디면 되는 일이지만 말이죠.^^

 

“빵 양쪽에 버터 바르고, 소금, 후추 뿌린 후에 파슬리 넣어줘!”

 

남편에게는 밥에 해당하는 빵이죠.

마눌이 빵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남편은 함께 먹을 반찬을 준비합니다.

 

 

 

남편이 사랑하는 메뉴 중에 하나인 Speck 슈펙(햄)입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을 소금에 절여서 만든 햄이죠.

겁나게 짠 것이 특징이고, 고기보다 비계가 더 많은 햄입니다.

 

여기서 잠깐!

 

유럽에서 삼겹살은 여러 종류로 만날 수 있습니다.

 

우선 생고기 삼겹살은 슈퍼의 고기 코너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고,

 

이렇게 소금에 절인 생 삼겹살 햄도“ Speck 슈펙”이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고,

 

삼겹살을 바비큐 해놓은 것 같은 훈제한 햄도 있습니다.

 

그리고 베이컨이라 불리는 썰어놓은 햄은 이곳에서는 흔하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슈퍼의 햄코너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남편은 빵과 같이 먹을 음식으로 슈펙(햄)과 치즈를 썰어서 준비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공들여 김밥을 싸고 있는 마눌의 음식에 비하면 참 간편한 음식입니다.

 

마눌이 싼 김밥을 남편은 안 먹냐구요?

 

남편은 금방 한 음식이 아니면 안 먹습니다.

 

특히나 김은 마눌이 한국에서 올 때 사온걸 알고 있으니..,

남편이 볼 때는 아주 오래된 음식이죠.

 

그리고 다음 날 점심때 먹을 김밥을 (출발) 전날 저녁에 말고 있는데..

남편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마눌은 자신이 먹을 다음날 도시락을 싸느라 자정을 넘기며 도시락을 쌌습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말이죠.^^;

 

젊을 때는 아무거나 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이제는 다음날 먹을 음식을 위해서 잠을 줄이고,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도시락을 싸고 있는 나!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사는 인간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인지..

본능에 충실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싼 한밤의 도시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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