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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요리하며 보낸 나의 반나절

by 프라우지니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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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이면서 요리 하는 걸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먹고 살기위해” 혹은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자주 합니다.

 

드물게는 호기심에 하는 요리들도 있기는 합니다.^^

오늘은 이 모든 것들이 짬뽕이 된 날이죠.^^

 

 

 

해 놓고 안 먹어서 시어 꼬부라진 깍두기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밥을  안 먹으면 지하실에 해 놓고 잊는 김치류가 쪼매 있습니다.^^;

 

깍두기도 지난 여름에 해 놓고 안 먹었으니 두어 달이 지난 상태였죠.

 

깍두기는 김치도 아닌지라 국도 못 끓여먹고,

너무 시어서 아삭한 맛도 없는지라 처치 곤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건 “깍두기 볶음밥”

 

그래서 깍두기를 다지는 일로 요리의 문을 열었습니다.

깍두기를 다져서 물기를 빼고는 프라이팬에 볶았습니다.

 

나중에 찬밥만 넣으면 “깍두기 볶음밥”으로 재탄생될 수 있게 말이죠.^^

 

 

 

세일하는 가지를 2개 사왔었습니다.

 

내가 아는 가지요리는 삶아서 무치는 건데..

 

“유투브”에서 보니 가지를 버터에만 볶아도 가지의 색로운 맛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사왔던 가지죠.^^

 

깍두기를 볶으면서 요리를 시작한지라 가지도 준비를 했습니다.

동영상에서 본대로 가지를 썰어서 소금을 뿌려 절이는 것 까지는 좋았습니다.^^

 

 

 

가지 2개는 프라이팬에 골고루 볶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였는지..

버터가 없어서 대신에 올리브오일을 넣어 볶아서 그런 것인지..

프라이팬을 제대로 달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아님 위에 세 가지가 다 맞아떨어져서 그랬던 것인지..

내 가지볶음은 망쳤습니다.^^;

 

프라이팬에 눌어붙고, 가지는 제대로 다 익지 않았고,

소금과 후추만 넣어도 맛있다고 했는데..

 

내 후추와 소금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맛도 그저 그렇고..^^;

 

 

 

깍두기 볶기와 가지볶음을 하면서 내가 준비한 또 다른 요리는..

야심차게 준비한 무 요리.

 

우리 집 마당에 시아버지가 심어놓으신 무들도 꽤 되는데..

그중에 정말 수박같이 동그란 검은 무도 있었던지라 “신기하다.“했었는데..

 

그 신기하게 생긴 동그란 무를 아빠가 하나 주셨습니다.

실제로 받아보니 폭탄같이 생긴 무거운 무입니다.

 

시 큰아버지(시아버지 형님)가 놀러 오시면서 가져오신 모양인데..

며느리 몫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빠가 “줄까?”하시면 며느리는 사양 않고 뭐든지 받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말이죠.^^

 

남다른 퇴비 덕에 야채를 잘 키우시는 시아버지신데..

 

시 큰아버지는 시아버지보다 야채를 더 열정적으로 키우시는 것인지..

가끔 들고 오시는 야채의 크기부터 남다릅니다.

 

완전 “우량아”야채들을 키우시죠.^^

 



무를 받기는 했는데, 깍두기는 지금 시어 꼬부라진 것도 처치곤란인지라..

이번에는 무생채를 하기로 했죠.

 

생긴 것도 동그랗고, 무의 속도 단단한 것이 “순무”종류인 걸로 알았는데,

먹어보니 겁나게 맵습니다.

 

무는 껍질을 벗길까 하다가 마당에서 키우신 유기농 야채인지라 그냥 껍질째 채를 썰고, 소금에 절여놨다가 젓갈 없이 고춧가루, 설탕, 소금, 바늘, 후추만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젓갈을 넣으면 금방 했을 때는 젓갈냄새가 심하고, 나중에 발효가 되면서 냄새도 진동하죠.

시아버지가 주신 무인지라 무생채를 해서 드릴 생각에 젓갈을 일부러 뺐습니다.^^

 



 

무생채를 할 고춧가루가 없었던지라 전날 아시아 식품점에 갔다가 업어온 고춧가루입니다.

 

여름에 장보러 갔을 때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놓고 나왔던 고춧가루.

 

고춧가루의 유효기간이 11월 5일까지이면, 남은 기간이 두어 달뿐인지라..

새 고춧가루가 들어오면 사려고 했었는데, 고춧가루가 필요하니 갔습니다.

 

10월 중순이니 당연히 새 고춧가루가 있을 줄 알고 말이죠.

 

근디 식품점 진열장에는 아직도 유효기간이 11월 5일까지인 고춧가루뿐!

난 지금 고춧가루가 필요한디..^^;

 

그래도 유효기간이 한 달도 안 남은 고춧가루를 집어올수는 없는지라,

다른 곳을 가려고 돌아서려니 주인 아낙이 급하게 한마디 합니다.

 

“내가 20%싸게 해줄께요!”

 

정가가 5유로인데 4유로에 주겠다네요.

그래서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서 선뜻 응하기는 그런디...

 

아낙이 날리는 또 한마디

 

“내가 3.50유로에 줄게요.

여기 유효기간이 써있다고 해도 그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는 있어요.”

 

이 아낙은 매번 이런 식입니다.

전에도 어떤 백인아저씨가 사갔던 고추기름의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가지고 왔었는데..

 

그때 나도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던지라..

그 아저씨가 가지고 온 기름의 유효기간을 같이 봤었습니다.

 

날짜도 한국식과는 틀린지라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했거든요.

 

가령 한국은 2018.10.26으로 쓰고, 2018년 10월 26일로 읽지만,

같은 날짜를 26.10.2018 쓰기도 하고, 10.26.2018로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아저씨가 말하는 대로 “정말 유효기간이 지난 것”인지 저도 덩달아 봤었는데..

 

거기는 “09.01.2018” 유효기간은 2018년 1월 9일까지입니다.

그때가 여름이었는디..

 

날짜를 읽은 방법이 여러 가지 인지라 나에게도 날짜 확인을 물어오는 아저씨께..

“아저씨 말대로 1월9일일수도 있지만, 9월1일일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었죠.

 

그때도 주인 아낙은 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여기에 쓰여 있는 유료기간은 무시해도 돼요. 별로 중요한건 아니예요.”

 

사실 유효기간이 조금 지났다고 해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건 물건을 판 사람이 아닌 소비자가 결정할 몫이죠.

 

저도 여기서 유효기간이 지난 고추장을 한 번 산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아시아 식품점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곳에 따라서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도 팔아먹습니다.

 

전에는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고 샀었지만,

이번에는 아낙의 “3,50유로”에 혹해서 고춧가루를 들고 왔습니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았으니 빨리 해치우지!”하는 마음에 말이죠.

그래서 무생채에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부었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했던 나의 요리들은 오후 1시쯤에 점심상으로 차려졌습니다.

 

볶은 깍두기에 호밀밥을 넣어서 “깍두기볶음밥”으로..

가지는 2%부족한 맛이지만, 그냥 서걱이는 가지 맛으로..^^;

 

무생채는 절일 때는 엄청 매운 상태였는데..

설탕으로 중화(?)시키고, 식초 샤워를 시켰더니 매운맛은 사라진 아삭+달콤새콤한 상태로..

 

깍두기 볶고 남은 국물에 마른 새우 넣고 물 부으니 대충 김칫국 완성.

 

이렇게 점심을 먹고, 요리하면서 나온 그릇들을 씻고 정리하니 오후 2시.

나의 하루 중 반나절 이상은 이렇게 갔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거 같습니다.

 

원래 잘하지 않는 요리지만, 시작했다 하면 반나절이 후딱 인지라..

뭘 하기 겁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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